나를 대신해줄 적당한 말을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내게 가장 소중한, 말이 되려 꿈틀대는
자음과 모음, 그리고 잊혀진 ㆁㆆㅿㆍ까지 모두 보낸다.
하려는 말이 다행히 그 안에 듬뿍 들어가 있다면
말의 상심들아,
내가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하게 되었는지 알아내주는 것은
순전히 당신의 역할인걸.
2017년 11월
개정판 시인의 말
첫 시집과 다시 부딪치는 일은
그때의 몸에 늙은 몸을 우그려 넣어본다는 것
나를 교활하게 사용하기만 해왔으니
그런 내가 처음과 다시 마주하는 건
조금이라도 만회할 기회를 얻어내려는 의도
시작은 늘 그럴듯하다.
나머지도 비슷하게 갈 수 있으리라는 다짐,
그걸 오래 잃지 않으려 첫 시집 그대로
손대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니까
억지로 표현하자면, “첫”이라는 모든 상황은
내겐 늘 부대끼지만 마음으로 치면
제법 대물(大物)이다.
2022년 9월
안정옥
몇 년, 야생화에 빠져 거인처럼 산을 몽땅 집 마당에
옮겨 놓았다 뒤에서 미친년, 미친년, 지저귀는 새가 있었다
얼굴 붉혔지만 그 새, 돌아올 날짜 벼른다
풀꽃에도 미치는 이 가벼움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나
물푸레나무 아래 미치관이풀이 꽃 필 때 그 새 갔다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