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1일 : 50호
잡스럽지만 든든한 삶의 기술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완득이> 김려령이 8년 만에 소설집을 엮었습니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도완득은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거친 청소년으로 담임선생님인 '똥주'와 일종의 대안가족을 이루며 꿈을 찾아 잽을 날렸습니다.
정상 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을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정관념에 잽을 날립니다. 유사가족이 된 두 중년 기술자가 동행하고, 부모가 자식의 등골을 빼먹는 '불량가족'이 있는 한편, 다 자라고도 '어른 아기'로 부모에게 기생하는 자식이 있습니다.
+ 더 보기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완득이> 김려령이 8년 만에 소설집을 엮었습니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도완득은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거친 청소년으로 담임선생님인 '똥주'와 일종의 대안가족을 이루며 꿈을 찾아 잽을 날렸습니다.
정상 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을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정관념에 잽을 날립니다. 유사가족이 된 두 중년 기술자가 동행하고, 부모가 자식의 등골을 빼먹는 '불량가족'이 있는 한편, 다 자라고도 '어른 아기'로 부모에게 기생하는 자식이 있습니다.
노동과 관계를 아우르며 경쾌하고 촘촘하게 들여다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풍경화에 다닥다닥 붙은 타일. 그 사이사이의 줄눈의 틀어짐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2024년 말 작가의 소설 <트렁크>가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 접기
137쪽 : 그랬다. 내가 살 길은 나의 가난을 증명하는 것뿐이었다.
Q :
<멜라닌>은 파란 피부색으로 태어난, 한국 베트남 혼혈인 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마블 코믹스 만화 <엑스맨>의 '뮤턴트' 미스틱의 파란 피부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도 뮤턴트들은 사회에서 소외되는 존재들이라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 인물 '재일'의 이야기를 소설로 전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작가의 말에도 적었습니다만, ‘종이 아닌 횡으로의 연대’라는 문장이 이 소설의 목적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국가, 인종, 종교, 연령, 성별 같은 개념을 벗어난 연대의식을 말하고자 했어요. 내재화된 차별의식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고요. 과거에 축적된 유산을 당대에 소진해도 괜찮다는 사고, 소속 집단의 이득을 위해 타인을 기꺼이 해할 수 있다는 왜곡된 도덕에 대해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의 피해자를 표상하는 것이 파란 피부입니다. <멜라닌>은 넓게 보자면 제국주의와 파시즘에 대한 경고이기도 해요. 그런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에 거리낌 없이 침투하는 것을 느끼거든요. 우리는 때로 피해자이며, 때로 가해자입니다. 소설 대부분은 파란 피부로 태어난 주인공이 미국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다루고 있지만 그 풍경이 결국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원하며 썼습니다.
+ 더 보기
Q :
<멜라닌>은 파란 피부색으로 태어난, 한국 베트남 혼혈인 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마블 코믹스 만화 <엑스맨>의 '뮤턴트' 미스틱의 파란 피부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도 뮤턴트들은 사회에서 소외되는 존재들이라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 인물 '재일'의 이야기를 소설로 전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작가의 말에도 적었습니다만, ‘종이 아닌 횡으로의 연대’라는 문장이 이 소설의 목적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국가, 인종, 종교, 연령, 성별 같은 개념을 벗어난 연대의식을 말하고자 했어요. 내재화된 차별의식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고요. 과거에 축적된 유산을 당대에 소진해도 괜찮다는 사고, 소속 집단의 이득을 위해 타인을 기꺼이 해할 수 있다는 왜곡된 도덕에 대해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의 피해자를 표상하는 것이 파란 피부입니다. <멜라닌>은 넓게 보자면 제국주의와 파시즘에 대한 경고이기도 해요. 그런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에 거리낌 없이 침투하는 것을 느끼거든요. 우리는 때로 피해자이며, 때로 가해자입니다. 소설 대부분은 파란 피부로 태어난 주인공이 미국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다루고 있지만 그 풍경이 결국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원하며 썼습니다.
Q :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등의 추리소설을 통해 이미 작가를 만난 독자도 있겠습니다. 한겨레문학상 당선 이후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제 모니터에는 2년째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 있습니다. 거기에 두 문장이 적혀 있어요. ‘써라.’ ‘지워라.’
그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지우지요. 인터뷰가 있었고 시상식이 있었고 촬영도 했는데 대개 그냥 비슷한 날의 반복입니다. 지금 쓰는 소설은 SF인데요, 얼마전 30만자 정도를 지우고 다시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 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발끝이 바다에 닿으면>이라는 소설을 쓸 때도 50만자를 썼다가 지운 적이 있는데 안 지웠으면 어떡할 뻔했나 아찔해지곤 합니다. 제가 쓴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그후에 나왔거든요. 아무튼, 뭐, 그렇습니다. 평지가 많은 곳으로 이사를 했고, 그래서 자전거를 샀고, 그걸 타고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합니다. 읽고, 쓰고, 지웁니다. 보고 듣기도 합니다.
Q :
작가의 말에 <낙인찍힌 몸> 등 이 소설을 준비하며 살펴본 책도 소개해주셨는데요, '디아스포라 문학'에 관심이 생긴 독자에게 함께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소설을 쓰면서 참고했던 서적들은 작가의 말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거기 나와 있지 않은 책을 몇 권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모두 소설을 쓰는 동안 읽었던 책들이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디아스포라 문학에 국한돼 있지는 않고요.
우선 캐시 박홍의 <마이너 필링스>가 있고요.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 같은 소설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니콜 정의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스테프 차의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쇼리>, 카밀라 샴지의 <홈 파이어>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모두 소수자 혹은 이민자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때로 상징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 접기
2024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멜라닌>을 7월을 마무리하며 읽었습니다. 이 소설의 세계에서 파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으레 차별해도 되는 사람으로 대우받습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이 색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 사람들은 차별받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우리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눈이 피부의 명도를 구분할 수 없다면 역시 많은 것이 달라졌겠지요?
체내 '블루멜라닌'이라는 성분으로 인해 피부색이 달라진다는 것이 이 소설의 설정인데요, 이 '블루멜라닌'이 왜 생겨나는지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도 이 세계의 사람들은 그들의 불운의 원인을 그들의 유전자에서 찾아내려 합니다. 주인공 재일의 파란 피부를 어머니가 베트남인이라, 고엽제에 오염되었을 거라고 의심하는 식입니다. 지난 세기 폐기된 자폐에 관한 가설 중 '냉장고 엄마'(냉담한 어머니로 인해 어린 시절 발달이 지연되어 자폐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론)라는 이론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우연한 불운을 약자들의 약한 살갗에서 찾아내려 하는 시도를 소설에서 목격하니 현실세계를 살고 있는 제 살갗도 따끔거렸습니다.
두 시인의 섬세한 이야기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발걸음이 된다. <은지와 소연>으로 시작해 <연희와 민현>으로 이어지는 디자인이음의 시선집 시리즈 '우정 시집'은 다음 시집을 기대하게 만든다. 섬세한 이야기가 곡진한 기록이 되고, 씩씩하게 춤을 추는 시인들의 세계가 경쾌하고 푹신하게 펼쳐진다.
<은지와 소연>
김은지 시인과 이소연 시인의 우정 시집 <은지와 소연>. 이 책에서 두 시인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춘다. 시를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되고, 함께 보고 느낀 시간들이 내밀하게 전달된다. 작은 방에서 시를 쓰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같이 걷는다. 그들의 섬세한 이야기가 곡진한 기록이 되어 하나의 책에 담긴다. ‘한 시인의 고백이 다른 시인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고, 때로는 두 시인의 목소리가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
+ 더 보기
두 시인의 섬세한 이야기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발걸음이 된다. <은지와 소연>으로 시작해 <연희와 민현>으로 이어지는 디자인이음의 시선집 시리즈 '우정 시집'은 다음 시집을 기대하게 만든다. 섬세한 이야기가 곡진한 기록이 되고, 씩씩하게 춤을 추는 시인들의 세계가 경쾌하고 푹신하게 펼쳐진다.
<은지와 소연>
김은지 시인과 이소연 시인의 우정 시집 <은지와 소연>. 이 책에서 두 시인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춘다. 시를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되고, 함께 보고 느낀 시간들이 내밀하게 전달된다. 작은 방에서 시를 쓰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같이 걷는다. 그들의 섬세한 이야기가 곡진한 기록이 되어 하나의 책에 담긴다. ‘한 시인의 고백이 다른 시인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고, 때로는 두 시인의 목소리가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
<연희와 민현>
한연희 시인과 주민현 시인이 함께 쓴 예사롭지 않고도 사랑스러운 시집 <연희와 민현>은 우정시집 2번째 책이다. “시란 무서워? 시작이란 우스워! 시작이란 무서워? 시란 우스워! 우리 아무거나 되자.” 두 시인은 함께 단어를 주워 시를 이어나간다. 시작- 영혼 -어깨 - 무덤- 힐마 아프 - 고양이 ... 두 시인이 만들어내는 즐거운 세계가 파동을 일으킨다. "민현: 미지의 X에게, 연희: 찬란한 우정을."
- 출판사 디자인이음
- 접기
한여름에 시원하게 읽기 좋은 범죄 소재 추리소설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습니다. 반전 미스터리 소설 <홍학의 자리>의 정해연은 작가의 장기를 살려 코믹스릴러로 읽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의정부교도소에서 만난 자칭 대사기꾼 김형래와 자칭 대도 나형조는 2인조를 이뤄 세상물정 모를 노인을 상대로 대업을 이뤄 '한탕'을 해보려 합니다. 추리소설의 게임의 법칙을 의식하는 순간 작가가 설계한 반전으로 미끄러집니다.
제19회 세계문학상 최종심에 오르기도 했던 소설 <먹고 기도하고 사기쳐라>에는 '한탕'을 노리는 보험사기단이 등장합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물간 방송 MC 노재수는 접촉 사고로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보험사기꾼 이주삼을 만나 그의 소개로 보험사기단 양성 학교에 입학하는데요, 의문의 인물의 정체를 추적해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이 삶의 의미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