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9일 :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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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아무튼, 여름> 김신회가 돌아보는 자리

<아무튼, 여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등의 에세이로 알려진 김신회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여름 작가답게 소설가는 여름의 열기같은 중독이 지나간 자리를 주목합니다. 40세 프리랜서 여성 인물의 삶을 소설로 들여다보며 술이 촉발한 세계의 균열을 드러내고 봉합합니다. 흔한 K-장녀의 삶을 살았던 이 인물은 술이라는 손쉬운 길을 통해 스스로를 매니지먼트 해왔습니다. '식도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액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이거지.'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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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쪽 : 처음에는 캔 몇 개뿐이었던 술 쓰레기가 며칠 만에 20리터 종량제 비닐 봉투 가득 모였다. 옷장을 열 때마다 찌든 술 냄새가 진동했다. 점점 옷장이 술 쓰레기장이 돼가는 걸 보면서도 아무 감각이 없었다. 매일 취한 머리로 생각했다. 이 낙도 없이 어떻게 살아. 이까짓 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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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알라딘이 주목한 올해의 젊은작가를 투비컨티뉴드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청예-공현진-김화진-김남숙 작가의 날카로운 작품으로 가을을 꿰뚫습니다. <오렌지와 빵칼>로 모처럼 이야기에 가격당하는 즐거움을 선사한 작가 청예의 작품과, 아직 오지 않은 첫 소설집을 벌써 기대하게 하는,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로 2024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공현진의 작품이 10/7일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김화진의 소설이 10/9일, 김남숙의 소설이 10/14일 공개됩니다. 올해의 단편을 읽고 작가의 투비로그를 구독하면 적립금을 발급하는 이벤트도 있다고 하니 살펴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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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디플롯

세계적 SF 거장의 책을 출간해온 미국 하퍼콜린스에서 작가의 소설집 출간되고, 또 다른 작품이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오른다는 소식이 한국 문학의 화제로 떠올랐던 2020년 즈음, 작가는 아름다운 평창의 산자락 작은 마을에서 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작가 스스로 “데뷔 후 가장 큰 만족감으로 집필 한 소설”이라고 밝힌 대작이었지요.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파산을 각오해야 하는 시절을 보내면서도 한국 SF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소설을 써온 작가인데, 이 작품은 ‘J. 김보영’이라는 필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알라딘 북펀드에서 공개된 후 600퍼센트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출간 직후 한국문 학 1위에 올랐습니다. 특히나 한국 SF의 전범이자 기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장르의 경계를 넘어 서는 작가로서 ‘J. 김보영’으로 낸 첫 책이 좋은 반응과 함께 출간되었다는 점이 편집자로서 무엇보다 기쁩니다. SF를 쓰지 않는 ‘제2의 김보영’ 작가는 어느 때보다 다채롭게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내면서 도 여전히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스타일과 장르는 달라진다 해도 변하지 않는 무엇이 있는 것이지요.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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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시와 산책할까요

환절기를 무탈히 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저는 기어이 감기에 걸려 이 좋은 계절에 외출을 하지 못하고 체력을 아껴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연덕의 이 시집을 볼 때는 어쩐지 폭포 구경을 하러 가고 싶습니다. 폭포-열기 두 이미지가 부딪치며 제목에서부터 에너지가 튀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는 감각적인 시집입니다.

바닥 없고
사회성 없는 폭포 이미지가 이상한 위안을 주더라고.
(<미지근한 폭포> 부분)

가을은 장미철은 아니지요. 신미나의 새 시집도 이렇게 시작합니다. '절정이 지나간 백장미는 / 오래전 옛날을 지나온 얼굴이고'... 지나간 자리에서 회고하며 시는 '다만 흰빛으로만 희미해질 때'를 기록합니다. (<백장미의 창백> 부분) 장미가 지나간 자리를 구경하러 들판으로 나가보고 싶은 시집 말미의 '꼭두전'이라는 시의 한 부분을 함께 실어보냅니다. 노래하고 떨치고 바라는 것 말고 가을에 좋은 일이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무탈하고 신명나는 가을, 시원시원한 가을을 기원하겠습니다.

죽은듯이 살았던 날도 노래하는 기쁨 있으니
(<꼭두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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