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9일 : 55호
<아무튼, 여름> 김신회가 돌아보는 자리
<아무튼, 여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등의 에세이로 알려진 김신회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여름 작가답게 소설가는 여름의 열기같은 중독이 지나간 자리를 주목합니다. 40세 프리랜서 여성 인물의 삶을 소설로 들여다보며 술이 촉발한 세계의 균열을 드러내고 봉합합니다. 흔한 K-장녀의 삶을 살았던 이 인물은 술이라는 손쉬운 길을 통해 스스로를 매니지먼트 해왔습니다. '식도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액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이거지.' (23쪽)
+ 더 보기
<아무튼, 여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등의 에세이로 알려진 김신회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여름 작가답게 소설가는 여름의 열기같은 중독이 지나간 자리를 주목합니다. 40세 프리랜서 여성 인물의 삶을 통해 술이 촉발한 세계의 균열을 드러내고 봉합합니다. 흔한 K-장녀의 삶을 살았던 이 인물은 술이라는 손쉬운 길을 통해 스스로를 매니지먼트 해왔습니다. '식도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액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이거지. (23쪽)
코로나 이후 대학생이 된 이른바 MZ는 1차 이후 술자리를 즐기지 않아 유흥가가 한산하다는 기사도 있고, 20대 여성 알코올 중독 환자가 폭증한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저도 긴장이 많은 편이라 술을 부어 긴장을 식히는 삶을 즐겨왔었는데요, 술병을 숨겨두는 (대표적인 중독 증상입니다.) 등장 인물을 보며 깨닫는 바가 많았습니다. 프리랜서, 장녀, 여성, 중독 등의 키워드를 지나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김신회의 에세이가 그랬듯 통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소설입니다. 지나고 보니 세상이 내게 먹인 게 아니고,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구나, 저도 이 깨달음에서 회복이 시작되었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 접기
127쪽 : 처음에는 캔 몇 개뿐이었던 술 쓰레기가 며칠 만에 20리터 종량제 비닐 봉투 가득 모였다. 옷장을 열 때마다 찌든 술 냄새가 진동했다. 점점 옷장이 술 쓰레기장이 돼가는 걸 보면서도 아무 감각이 없었다. 매일 취한 머리로 생각했다. 이 낙도 없이 어떻게 살아. 이까짓 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어.
알라딘이 주목한 올해의 젊은작가를 투비컨티뉴드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청예-공현진-김화진-김남숙 작가의 날카로운 작품으로 가을을 꿰뚫습니다. <오렌지와 빵칼>로 모처럼 이야기에 가격당하는 즐거움을 선사한 작가 청예의 작품과, 아직 오지 않은 첫 소설집을 벌써 기대하게 하는,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로 2024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공현진의 작품이 10/7일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김화진의 소설이 10/9일, 김남숙의 소설이 10/14일 공개됩니다. 올해의 단편을 읽고 작가의 투비로그를 구독하면 적립금을 발급하는 이벤트도 있다고 하니 살펴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세계적 SF 거장의 책을 출간해온 미국 하퍼콜린스에서 작가의 소설집 출간되고, 또 다른 작품이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오른다는 소식이 한국 문학의 화제로 떠올랐던 2020년 즈음, 작가는 아름다운 평창의
산자락 작은 마을에서 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작가 스스로 “데뷔 후 가장 큰 만족감으로 집필
한 소설”이라고 밝힌 대작이었지요.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파산을 각오해야 하는 시절을 보내면서도
한국 SF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소설을 써온 작가인데, 이 작품은 ‘J. 김보영’이라는 필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알라딘 북펀드에서 공개된 후 600퍼센트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출간 직후 한국문
학 1위에 올랐습니다. 특히나 한국 SF의 전범이자 기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장르의 경계를 넘어
서는 작가로서 ‘J. 김보영’으로 낸 첫 책이 좋은 반응과 함께 출간되었다는 점이 편집자로서 무엇보다
기쁩니다. SF를 쓰지 않는 ‘제2의 김보영’ 작가는 어느 때보다 다채롭게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내면서
도 여전히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스타일과 장르는 달라진다 해도 변하지 않는 무엇이
있는 것이지요.
+ 더 보기
세계적 SF 거장의 책을 출간해온 미국 하퍼콜린스에서 작가의 소설집 출간되고, 또 다른 작품이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오른다는 소식이 한국 문학의 화제로 떠올랐던 2020년 즈음, 작가는 아름다운 평창의
산자락 작은 마을에서 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작가 스스로 “데뷔 후 가장 큰 만족감으로 집필
한 소설”이라고 밝힌 대작이었지요.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파산을 각오해야 하는 시절을 보내면서도
한국 SF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소설을 써온 작가인데, 이 작품은 ‘J. 김보영’이라는 필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알라딘 북펀드에서 공개된 후 600퍼센트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출간 직후 한국문
학 1위에 올랐습니다. 특히나 한국 SF의 전범이자 기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장르의 경계를 넘어
서는 작가로서 ‘J. 김보영’으로 낸 첫 책이 좋은 반응과 함께 출간되었다는 점이 편집자로서 무엇보다
기쁩니다. SF를 쓰지 않는 ‘제2의 김보영’ 작가는 어느 때보다 다채롭게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내면서
도 여전히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스타일과 장르는 달라진다 해도 변하지 않는 무엇이
있는 것이지요.
J. 김보영의 첫 책은 디플롯이 펴내는 첫 소설이기도 합니다. 편집을 마치고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늘 새로워야겠지만,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은 좋은 소설의 목록을 뚝
심 있게 만들어나가겠다는 첫 마음이겠지요.
- 디플롯 편집자
- 접기
환절기를 무탈히 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저는 기어이 감기에 걸려 이 좋은 계절에 외출을 하지 못하고 체력을 아껴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연덕의 이 시집을 볼 때는 어쩐지 폭포 구경을 하러 가고 싶습니다. 폭포-열기 두 이미지가 부딪치며 제목에서부터 에너지가 튀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는 감각적인 시집입니다.
바닥 없고
사회성 없는 폭포 이미지가 이상한 위안을 주더라고.
(<미지근한 폭포> 부분)
가을은 장미철은 아니지요. 신미나의 새 시집도 이렇게 시작합니다. '절정이 지나간 백장미는 / 오래전 옛날을 지나온 얼굴이고'... 지나간 자리에서 회고하며 시는 '다만 흰빛으로만 희미해질 때'를 기록합니다. (<백장미의 창백> 부분) 장미가 지나간 자리를 구경하러 들판으로 나가보고 싶은 시집 말미의 '꼭두전'이라는 시의 한 부분을 함께 실어보냅니다. 노래하고 떨치고 바라는 것 말고 가을에 좋은 일이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무탈하고 신명나는 가을, 시원시원한 가을을 기원하겠습니다.
죽은듯이 살았던 날도 노래하는 기쁨 있으니
(<꼭두전>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