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 《금빛 종소리》, 《말하기를 말하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공저) 등을 썼고, 동거인 황선우 작가와 함께 팟캐스트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진행 중이다. 요즘은 계절에 따른 식물의 변화에 호기심을 갖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수료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이며, 성폭력 피해자 진료와 성소수자 진료, 낙태죄 폐지 등 여성주의 의료와 여성 건강권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저도 생리통 심해요.”라고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환자들의 웃음을 보면서, 개인적인 경험 드러내기를 통한 연결의 힘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망한 세상에서 안 망할 수는 없으니, 덜 망하는 경험을 쌓고 잘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일 년에 꼭 한 살씩,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저속 노화 열풍의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나이 듦’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을까? 거울 속 주름진 얼굴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쯤 있고 현역에서 물러나면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나이 드는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사인을 세상에서 읽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어쩌면 우리 각자 서로에게 그런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늙는다는 것은 인간 모두에게 해당하는 현상이다. 지금 괜찮게 나이 들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도, 다들 어떻게 중년을 거쳐 노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도 ‘정상’이다. 노화의 고충을 피할 수는 없지만, 노쇠가 나이 듦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나이 드는 이의 구체적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필요하다. 즐겁게, 소소하게, 편안하게, ‘나답게’ 늙어 가는 삶의 나날을 엿보는 시간 말이다.
에세이스트 김하나, 여성학자 정희진, 음악가 송은혜, 예술사회학자 이라영, 논픽션 작가 김희경, 산부인과 전문의 윤정원, 번역가 정수윤, 알맹상점 대표 고금숙, 식물학자 신혜우 아홉 명의 작가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나이 듦을 만끽하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반짝이는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을 깊고 풍부하게 살아가는 작가들을 통해 삶과 노화의 의미를 여러 겹으로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