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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는 건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인 일.” 줄리언 반스의 말이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작가가 될 거라고 꿈꿔 본 적이 없다. 책을 쓰는 일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어린 시절부터 작가를 꿈꿨냐고 물으면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다. “한번은 어머니가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에 ‘독자 편지’를 한 통 보낸 적이 있는데, 그것이 우리 가족의 최대 문학적 성과였어요.”

그러나 줄리언 반스는 명실상부 영국문학의 제왕이자 문학계의 살아 있는 거장이 되었다. 그는 작가로서 한 번도 받기 어려운 전 세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모두 휩쓸며 “2년에 한 번씩 문학상을 받는 작가”라는 별칭을 얻었다. 줄리언 반스의 오랜 팬인 이동진 평론가는 그를 두고 “노벨문학상을 언제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작가”라고 말했다.

줄리언 반스에게 문학이란 무엇일까. 그는 “잘 짜여진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읽었을 때 더 많은 진실의 층위를 드러내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그의 바람처럼 줄리언 반스의 소설은 “한 번만 읽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생각의 닻을 깊게 내릴수록 새로운 층위를 발견하게 된다.

소설가가 된 후 몇 년 동안 반스는 작가가 되는 건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중독자가 앞에 있는 술을 즐기려면 선반에 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것처럼, 다음 작품의 소재가 있어야 안심이 되었다. 그런 그가 어느덧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글을 써왔다. 독자는 이 작품이 반스의 마지막 작품이 아니길 바라며 읽는 동안 안심할 뿐이다.
- 김보람 편집자(다산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