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AN PEASE앨런 피즈
세계적인 몸짓 언어(보디랭귀지)의 권위자이다. 여자들이 말을 할 때 입을 꼭 다물고 그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으로 유명한 그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커뮤니케이션과 보디랭귀지에 관한 강연을 계속하고 있으며, 텔레비전과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있다. 그가 제작한 텔레비전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시청했다. 앨런 피즈는 전 세계의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트레이닝 코스와 세미나를 실시하고 비디오로 제작하는 '피즈 인터내셔널'의 CEO이기도 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아내인 바바라 피즈와 함께 집필한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는 1000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전 세계 51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 외에도 《거짓말을 하는 남자, 눈물을 흘리는 여자》 《한 번에 한 가지밖에 못하는 남자,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여자》 등의 저서가 있다.
BARBARA PEASE바바라 피즈
바바라 피즈는 남녀 간의 심리에 주목한 책들을 저술하는 작가이다. 그녀는 특히 남편 앨런 피즈와의 공동 집필을 주로 하는데, 이는 그들이 남녀의 심리를 대함에 있어 강점으로 작용한다. 그들을 유명하게 만든 책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는 남녀가 어떻게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들은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른 진화과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서로 생각하는 방식에 차이가 생겼다고 주장하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는 남자와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여자에 대하여 비교했다. 부부는 무지로 인하여 생기는 남녀 간의 문제를 극복하고 양자의 조화로운 관계를 설정할 것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남녀 간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바바라 피즈 부부는 오늘도 커뮤니케이션과 신체 언어에 관한 각종 강연과 트레이닝 코스, 세미나들을 실시하며 또 다른 심리 연구에 몰두 중이다.
옮긴이이종인 |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를 번역했고 최근에는 E.M.포스터, 존 파울즈, 폴 오스터, 제임스 존스 등 현대 영미작가들의 소설 번역을 시작했다. 번역서로 《촘스키, 사상의 향연》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오픈북》 《나를 디자인하라》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 등이 있고, 저서로는 《번역은 내 운명》(공저), 《지하철 헌화가》가 있다.
들어가는 말
오늘날 우리는 조상들이 겪어본 적이 없는 성적 상황과 환경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호르몬,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 등으로 우리의 수정 능력을 바꿀 수 있다. 결혼중개소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반려자를 만날 수도 있다. 화장품이나 성형수술로 외모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고,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할 수도 있다. 인간 아닌 다른 종은 결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인간은 다른 종의 짝짓기를 연구하는 일에 가히 전문가 수준이다. 우리는 동물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심지어 수정할 수도 있으며, 유전자 조작으로 그들의 외형을 바꿔 놓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 즉 인간의 짝짓기 문제에 이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대로 이해도 못하는데다가 그 과정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짝을 찾고 관계를 맺는 일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암컷이 발정나면 수컷이 다가와 교미하면 된다. 그게 끝이다.
인간은 짝짓기 게임에서 혼란을 느끼는 유일한 종족이다.
짝과의 관계 혹은 짝의 부재는 사람들이 늘 입에 올리는 이슈다. 특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화젯거리이기도 하다. 남녀관계처럼 즐거움과 흥분, 고통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주는 게 또 있을까? 남녀 간의 사랑은 음악, 드라마, 문학, 영화, 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은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을 표현하는 다양한 어휘를 갖고 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제기된, 그러나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하는 어려운 질문을 꺼내보자.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 거의 모든 학문 분야의 내로라하는 연구자들이 사랑의 본질을 발견하고자 노력했지만, 그들이 내놓은 대답은 각양각색이며 명확하지 않다. 그 모호한 성격 때문에 사랑은 늘 새로운 정의와 해석을 갖게 된다.
우리는 왜 사랑을 하나? 남자는 왜 끊임없이 섹스를 찾아 헤매나? 여자들은 왜 남자들에게 달콤한 말과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받아내려 애쓰나? 우리는 이 책에서 이런 흥미로운 질문에 대답하려 한다. 섹스, 사랑, 로맨스가 왜 시작되는지 당신에게 보여주겠다. 두뇌 속 어디에 사랑이 위치하는지 과학적인 정보도 알려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항, 즉 이런 어려운 문제에 당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말해주겠다. 이 책을 위해 우리는 과학적인 분석과 조사 자료, 사례 연구, 재미있는 유머를 열심히 융합하여 사용했다.
‘단 한 사람’을 찾아서
우리는 언젠가 그 ‘단 한 사람’을 만나리라는 믿음을 품고 산다. 한평생을 함께할 그 특별한 사람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믿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살고 있다. 결혼식을 올리는 대부분의 커플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헤어지지 않으리라는 신념으로 시작하지만, 많은 나라들에서 이혼율은 50퍼센트를 넘는다. 혼외정사는 30~60퍼센트로 추산되는데 여성들이 낮은 쪽, 남성들이 높은 쪽 비율을 차지한다.
동거하다가 결혼한 부부의 이혼율은
캐나다와 스페인이 25퍼센트인 반면,
스웨덴과 노르웨이, 프랑스는 50퍼센트를 넘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계의 실패를 개인의 실패로 치부한다. 그 문제로 수백만 명이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는다. 하지만 이성관계의 갈등은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종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 되었다.
섹스는 공기와 같다. 없어야만 그 소중함을 알게 되니까.
1980년대에는 “인간의 행동은 대부분 학습의 결과물이기에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는 사조였지만, 이제는 “인간의 행동은 태생적으로 우리 내부에 설계되어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시대다. 실제로 20세기 말, 행동연구가들은 여러 가지 과학적 지식을 발견했다. 그들은 우리 두뇌에 선천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회로에 따라 행동이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문화적 요소와 더불어 친구와 부모, 스승과 보스 등의 주변 환경은 우리의 언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본성과 훈육은 불가분하게 연결된다. 우리의 두뇌가 컴퓨터처럼 작동하는 운영체계라고 치자.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그 체계 안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알아서 물러나는 디폴트(default: 이행 거부) 지점이 존재한다. 그게 바로 본성의 일부다. 훈육 부분은 우리의 환경을 가리키는데, 선천적으로 설계된 하드웨어 안에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 같은 것이다.
본성=우리 두뇌의 하드웨어
훈육=우리의 환경
그렇다고 우리가 DNA의 노예라는 뜻은 아니다. 두뇌에서 특히 발달한 전두엽 덕분에 인간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태고적부터 내려오는 유전의 보따리를 안고 이 세상에 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두뇌의 대뇌피질은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수집하고, 기억을 보유하며, 사고과정을 장악하는 부분이다. 대뇌피질 덕분에 우리는 많은 일을 겪으면서 생각하고 선택하며, 유전적 기질을 초월할 수 있다. 하지만 섹스, 사랑, 로맨스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오래된 우리의 두뇌회로는 수만 년 전 조상들과 똑같은 생각과 선택을 강요한다. 이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그 강요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두뇌는 디폴트 지점을 가진 운영체계라서, 열을 많이 받거나 부서지면 내장된 디폴트 지점으로 퇴각한다. 우리는 ‘남녀평등’이라는 인공적 환경을 조성해 놓고, 이 안에서 남녀 모두 같은 욕망과 갈망을 품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저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의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
남자와 여자는 여전히 섹스와 사랑에 대한 엄청나게 다른 생각과 환상을 갖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르다, 좋고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갈망과 욕구가 서로 다를 뿐이다. 이런 생각은 대부분 두뇌의 하드웨어에서 시작되기에, 우리는 의식적으로 갈망과 욕구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두뇌회로는 여전히 우리에게 “어디로 향하라!”며 일방적인 명령을 내린다. 이 책은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섹스(여성들은 ‘sex’라는 표현보다는 ‘make love[사랑을 나눈다]’는 표현을 더 좋아하지만)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녀의 성적 욕구가 어떤 상이한 환경, 조건, 우선사항으로 인해 촉발되는지도 보여주려 한다. 남성과 여성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연구하여 하룻밤 불장난과 외도의 이유를 살펴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섹스와 사랑의 여러 측면들을 소상히 밝혀냈다. 짝짓기 게임에서 당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전략도 알려줄 것이다.
“사랑을 나누다”는 무엇인가?
남자가 여자와 섹스할 때,
여자가 하는 행위다.
섹스에 관한 오해와 혼란
서양 국가들이 현재 겪고 있는 섹스 후유증은 상당 부분 영국 여왕 빅토리아와 그녀의 부군 앨버트 탓이다. 1837년에서 1901년에 걸친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 기간은 엄격한 도덕성과 금욕, 범죄 징벌을 특징으로 삼을 수 있다. 여성 동성애의 존재는 부정되었고 남성 동성애는 범죄행위였다. 게다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 덕분에 빅토리아의 이러한 가치관은 온 세상에 널리 퍼졌다.
빅토리아 시대의 전성기에는 피아노나 식탁 등 가구의 다리까지 감추고 숨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다리 부분은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은밀한 부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람의 다리가 아닌데도 말이다! 당시의 수영복은 남녀 막론하고 온몸을 전부 가리는 디자인이었다. 심지어 빅토리아 여왕은 점잖은 사회에서는 닭가슴살도 ‘흉부’라고 불러야 한다고 명령할 정도로 특정 부위를 가리키는 단어들을 엄격하게 금기시했다. 게다가 여성 속옷 광고는 어떤 매체에서든 일절 금지되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당시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알몸과 성적 흥분을 동의어로 여겼다.
빅토리아 시대의 예법은 남녀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다리’라는 단어 사용은 부적절하다고 규정했다.
대신 ‘하지(下肢)’라는 말을 선호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은 성적인 추파나 접근을 해서는 안 되고, 성적 환상에 빠져도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다. 오직 남편과 가정, 국가에 순종하고 헌신하는 현모양처가 되라고 배웠다. 남편의 사회적 출세의 조건 중에 아내의 수동적인 태도와 내조가 포함되었고, 여자들은 성욕이 없는 존재로 간주되었다. 여자는 섹스를 좋아하지 않지만, 남자의 강한 성욕 때문에 마지못해 ‘굴복한다’는 설명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시대였다. 당시 출간된 책들을 보면, 훌륭한 인품의 남편은 6개월에 한 번 정도만 아내와 잠자리를 해야 한다며, 성욕을 억제하라고 충고했다. 아내들에게 하는 조언은 더욱 가관이다. “남편과 잠자리를 할 때는 반듯하게 누워 눈을 감고 ‘조국 영국’을 생각하라.”
영국 남자는 그의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까?
성생활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지만
개수대에 설거지할 그릇이 계속 쌓여가는 걸로 알 수 있다.
이처럼 금욕적 가치관은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던 서양인의 조상들을 통해 후대로 전달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권 국가, 그중에서도 특히 영국은 성적 후유증이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 훨씬 심하다. 다른 나라들은 빅토리아 가치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으니 말이다. 만약 당신이 빅토리아 시대와 어떤 문화적 관련도 없는데 섹스나 성욕 등의 주제를 접할 때마다 당황한다면, 아마 종교나 정치 지도자들의 태도 때문일 수도 있다. 그들은 추종자들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왜곡된 도덕의식을 따르라고 고집하니까.
통계 수치
오늘날 결혼생활에 실패할 확률은 50퍼센트, 그중 약 85퍼센트는 아내 쪽에서 먼저 이혼을 요청한다. 영국에서만 매일 세 명의 남자가 엄청난 자녀 양육비를 지불하지 못해 자살을 선택한다고 추정된다. 영국의 자녀 양육체계는 수입이 많을수록 양육비를 더 내야 하는 구조다. 이를 비관해 자살하는 남자들은, 더는 발전하기 어렵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연애를 하다가 백년가약을 맺고 자녀를 갖는 과정은 정말 멋진 인생이다. 그러나 그 관계가 처참하게 끝나면 당신을 병들게 할지 모른다. 극단적으로는 죽음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두뇌가 배우자를 골라주는 방식을 잘 이해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유럽에서는 평균적으로 결혼 한 건당 이혼 한 건이 있다. 이는 결혼하는 사람은 감소하는 반면 이미 결혼한 사람들은 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재혼의 약 30퍼센트도 이혼으로 끝난다.
우리는 최신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미신이나 신화, 점성술, 로맨틱한 관념, 정치적 발언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논의 사항들은 대부분 증거가 뒷받침된 내용들이다. 남녀관계에 관한 경험적 연구와 과학적 실험 등 다양한 자료는 물론, 우리 개인적인 경험을 포함한 많은 경험들을 취사선택했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 이유를 설명하는 자료들도 검토했다. 가끔 우리가 분석한 내용이 비과학적이거나 신빙성 없다고 판명되면 즉각 폐기하고 삭제했다.
6년간 이 책을 집필하고 자료를 조사하면서, 중년에 접어든 우리 부부는 시험관 아기 두 명을 낳았다. 전립선암과 그 후유증을 이겨냈고 부부관계를 끝장낼 수도 있는 수많은 장애에 부딪쳤지만 극복해냈다. 그렇기에 이론적 연구 조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과 관찰, 전략과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경험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부디 이 책을 즐겨주기를!
_앨런&바바라 피즈
차 례
들어가는 말
‘단 한 사람’을 찾아서 | 섹스에 관한 오해와 혼란 | 통계 수치
1 _ 두뇌 속 서로 다른 섹스 회로
같은 목표, 다른 행동 | 파워 오브 러브 | 사랑의 생물학 | 첫눈에 반한 사랑 | “그건 진화 때문이야” | 왜 시들해지나? | 왜 불타오르나? |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전율 | “잠도 안 오고 밥도 못 먹어” | 두뇌 스캐닝의 진실 | “인정하시죠, 당신은 사랑 중독자입니다” | 두뇌 속 섹스와 사랑의 지리학 | 남녀의 사랑은 왜 다른가 | 남자의 뇌가 여성의 매력을 평가하는 법 | 여자의 뇌가 남성의 매력을 평가하는 법 | 욕정은 왜 지속되지 않는가 | 상대에게 차였을 때 | 요약
2 _ 섹스와 사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세월의 변화 | 현대 인간 연구 | 사랑이 왜 그리 중요한가 | 사랑의 7가지 유형 | 사랑의 지도 | 할리우드와 미디어의 거짓말 | 남자에게 가혹한 21세기 | 요약
3 _ 여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바뀌는 여성의 욕망 | 피임, 그 영원한 숙제 | 즐기고 싶은 여자들 | 왓 위민 원트 | 그것은 공연한 수작이 아니다 | 재산과 오르가슴의 상관관계 | 여자가 바라는 5가지 갈망 | 비싼 반지의 중요성 | 여자를 매혹시키는 7가지 유형의 남자 | 여자가 ‘루저’를 싫어하는 이유 | 여자는 언제나 자원을 원한다 | 요약
4 _ 남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미디어가 만든 남자의 관점 | 왓 멘 원트 | 모든 건 섹스를 위해 | 인간관계에는 관심 없는 남자 | 남자 화법 해독하기 | 남자는 생식의 가치를 추구한다 | 남녀의 서로 다른 리스트 | 남녀의 서로 다른 구인란 | 성적 매력은 왜 중요한가 | ‘성적 매력’이란 무엇인가 | 원시와 문명의 공통점 | 남자가 아름다움을 찾는 이유 | 전 세계가 미인대회장 | 모두가 미인을 좋아해 | 엉덩이와 허리의 70% 황금 비율 | 남자가 혐오하는 여자의 말 | 동성애 남녀의 선택 | 정부, 남편이 되다 | 요약
5 _ “그저 하룻밤 불장난이었어”
캐주얼 섹스란 무엇인가 | 성적 관계의 정의 | 캐주얼 섹스를 하는 이유 | 캐주얼 섹스 그 이후 | 아버지의 영향 | 당신은 몇 명을 원하는가? | 성적 환상과 캐주얼 섹스 | 동성애 | 요약
6 _ 끝나지 않는 전쟁, 불륜
불륜이란 무엇인가 | 속이기만 하는 당신 | 바람을 피우는 이유 |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 | 남자가 바람을 더 많이 피우는 이유 | 불륜에 관한 6가지 속설 | 불륜의 9가지 유형 | 완벽한 불륜이란 없다 | “소문으로 들었어” | 배신자의 8가지 변화 | 배신자를 다루는 방법 | 올바른 문제 해결 | 불륜 이후의 회복 도모 방법 | 사랑의 배신자가 되지 않으려면 | 요약
7 _ 올바른 파트너를 발견하는 법
남녀관계의 시작 | 올바른 파트너와 짝짓기 | 핵심 가치와 믿음 | 새로운 관계에서 발견되는 판단 오류 | 짝짓기 평점 | 짝짓기 평가 테스트 | 멋진 파트너를 발견하는 법 | 연애 생활을 바꾸는 법 | 로버트의 접근법 | 수잔이 원하는 것 | 리스트로 숫자 게임을 펼치는 법 | 피해야 하는 사람 | 엉뚱한 남녀를 알아내는 단서 | 화학작용 없는 커플 | 9퍼센트의 규칙 | 요약
8 _ 여자는 모르는 남성의 15가지 미스터리
1. 남자는 왜 아침에 발기 상태일까 | 2. 남자는 왜 섹스를 그저 섹스로 여길까 | 3. 아무것도 없는 방 | 4. 남자는 왜 여자의 가슴에 집착할까 | 5. 남자는 왜 섹스의 진실을 말하지 않을까 | 6. 남자는 왜 S라인 여성을 사랑할까 | 7. G스폿은 UFO와 같다? | 8. 남자는 왜 여성이 섹스를 주도하는 걸 좋아할까 | 9. 남자는 왜 나이트클럽에서 엉뚱한 생각을 할까 | 10. 남자는 언제 장기적 약속이나 결혼을 결심할까 | 11. 남자는 왜 대중 앞에서 툭 튀어나온 배를 과시할까 | 12. 남자와 페티시 | 13. 남자가 걱정하는 것 | 14. 남자는 왜 “사랑해”라고 말하길 어려워할까 | 15. 남자를 떨게 만드는 5가지 질문
9 _ 남자는 모르는 여성의 12가지 진실
1. 여자가 섹스에서 원하는 것 | 2. 여자는 왜 섹스에 소극적일까 | 3. 여자가 더 자주 섹스를 원하도록 만드는 방법 | 4. 여자는 왜 오르가슴을 느낄까 | 5. 여자는 왜 종종 바보와 사랑에 빠질까 | 6. 여자는 왜 나이든 남자를 선호할까 | 7. 여자는 왜 터치를 좋아할까 | 8. 여자는 왜 섹스 중에 산만할까 | 9. 여자는 성적 공격성을 어떻게 여길까 | 10. 여자는 성희롱을 어떻게 생각할까 | 11. 여자는 왜 나쁜 남자를 꿈꿀까 | 12. 섹스보다 초콜릿? | 요약
10 _ 짝짓기 평점을 높이는 13가지 전략
남자가 점수 따는 8가지 방법 | 남자가 경쟁자를 비판하는 법 | 여자가 점수 따는 5가지 방법 | 여자가 경쟁자를 비판하는 법
11 _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결혼 제도는 어디로 갔을까 | 젊은이들의 현주소 | 새로운 사랑은 언제나 장밋빛? | 남녀의 결정적 차이 | 극과 극은 끌리는 걸까 | 지상 최고의 연인 | 다른 나라 여성들의 섹스 | 누가 수준 미달인가 | 손가락으로 알아보는 섹스와 성공 | 미래의 사랑을 예측하는 과학 | 좋은 파트너의 냄새 | 많은 사람들이 속는 이유 | 누가 누구를 얻는가 | ‘진화는 어쩌면 끝났는지도 몰라’ | 언제 문제를 의논해야 할까 | 요약
참고문헌
열정, 매혹, 로맨스, 뜨거운 기분, 충동적 사랑, 취한 듯 몽롱한 황홀경……. 이는 축복, 환희, 고양(高揚) 등 사람이 살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경험하게 되는 감정을 묘사하는 용어들이다. 이런 아름다운 감정과 함께 고뇌, 번민, 고통, 고민, 낙담, 비탄도 함께 따라온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전문가들은 남녀의 로맨틱한 사랑을 정의해왔지만 별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결론 내렸다. 신비한 힘, 초자연적인 감정, 정신적 파워에서 기인한다며 말이다. 하지만 정작 우울이나 불안, 강박 같은 감정을 분류하는 건 별로 어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조사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부터 사랑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 매우 깊어졌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사회 구조의 붕괴를 들 수 있다.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사회 구조 안에서 우리는 가족, 친구, 연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어린이와 약자를 돌보고, 서로 보호하며 사랑하고 의존했다. 그 안에서 가족과 사회 단위를 형성하며 하나의 종으로 진화해갔다. 나이든 세대는 어린 세대를 돌봤고, 중간 세대는 일하면서 식량을 공급했다. 저녁이면 노인은 손자를 앉혀 놓고 전통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이런 가족 구조는 이제 원시 문화권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중동, 아시아, 지중해 일부 지역과 제 3세계 문화권에만 남아 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점점 늘면서 문화적 균열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난 백만 년 동안 사회는 남녀가 함께 모여 사는 구조였지만, 현대 사회는 정반대로 남녀를 서로 갈라놓는다. 이러한 사회 구조의 붕괴는 가치관의 상실로 이어졌다.
같은 목표, 다른 행동
사랑과 섹스에 관한 한 남녀의 행동 요령은 완전히 다르다. 태어나기 전부터 조상에게 물려받은 본능적인 차이점이다.
깨어진 사랑의 희생자들이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우울증&자살 예방 클리닉과 정신병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말하면 오늘날의 남성은 시각적 이미지, 즉 여성의 건강이나 임신 가능성, 젊음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반면 여자들은 남자의 권력, 지위, 약속, 스펙, 재산에 흥분한다. 우리의 조상들도 그러했다. 수십만 년 동안 남녀의 성적 충동과 성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런 주장은 정치적 발언이 힘을 얻는 오늘날 세상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남녀는 똑같은 욕구와 선호, 동기를 갖고 있으며 똑같은 것을 원한다고 가르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면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솔직해지자. 당신은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이 말이 거짓임을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신화는 정·관계 인사들, 종교 지도자들, 페미니스트 단체, 기타 정치 집단 등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지지 세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남녀가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똑같은 것을 원하며, 똑같은 욕망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정치적 발언으로는 무난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성과 함께 살았거나, 일했거나, 지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그러한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을.
파워 오브 러브
텍사스대학의 데이비드 버스는 짝짓기에 관한 남녀 차이를 진화론적으로 연구해 국제적 명성을 얻은 심리학 교수다. 그의 연구팀은 147개 문화권에서 로맨틱 러브(남녀의 열정적 사랑)의 증거를 조사했다. 동굴의 벽화, 육필 원고, 시와 노래, 책들에서 사랑의 경험적 증거들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생각할 때 긍정적인 면만 보았다. 연인의 눈을 들여다보기, 맞잡은 두 손, 달콤한 세레나데,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 같은 옛날이야기의 해피엔딩 등을 상상한다.
하지만 사랑에는 부정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데이비드 버스와 동료 연구자들은 전 인류 역사를 통하여 사랑의 미약, 사랑의 마법, 사랑의 주문, 사랑의 득실에 따른 자살과 살인의 증거를 찾아냈다. 실제로 살인 사건의 25퍼센트는 잘못된 사랑의 결과물이었다. 배우자, 연인, 연적, 스토커, 버림받은 애인 등이 실연의 결과로 죽거나 혹은 죽였다. 거의 모든 문화권에 <로미오와 줄리엣>과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사랑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은 우리에게 환희, 절망, 공포, 복수의 감정을 안겨주고, 때로는 이 모든 감정을 동시에 갖게끔 만든다.
사랑은 두뇌 속에서 벌어지는 화학작용이다.
남녀상열지사는 전 세계 어디서나 발견될 만큼 보편적이다. 그러니 사랑에는 분명 생물적 근거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상숭배나 종교 같은 문화적 전통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사랑은 그보다 훨씬 강력한 그 무엇이며, 우리 머리에 내장된 선천적 하드웨어다.
사랑의 생물학
사랑에 빠진 사람의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한 과학자들은 짝짓기와 번식에 동원되는 세 가지 두뇌 시스템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첫째는 욕정(lust), 둘째는 로맨틱 러브(romantic love), 셋째는 장기적 애정(long-term attachment)이다.
완전히 다른 이 셋은 각각 완전히 다른 감정과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특정 호르몬 활동의 지배를 받는다. 이 세 가지 관점에서 사랑을 생각하면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랑의 단계에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장을 통해 욕정과 로맨틱 러브, 장기적 애정을 지배하는 두뇌의 기본적 기능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겠다. 최대한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먼저 두뇌의 특정 부위를 설명할 텐데, 전반적인 두뇌 네트워크의 한 부분임을 인지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조언을 아끼지 않은 멜번 소재 두뇌연구소의 그레이미 잭슨 교수에게 감사한다.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잭슨 교수의 조언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개념과 정보를 단순화시키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이 연구 정보는 책 전반에서 언급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먼저 이 정보를 이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기술이 개입될 때는 의학 용어를 사용했지만, 사랑의 생활과 관련된 의미만 이해하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범용적이고 일반적인 원칙을 위주로 했고, 사소한 사항이나 예외사항들은 제외했다.
사랑은 두뇌의 특정 부위에서 작동하는 일련의 화학물질과 두뇌회로로 인한 것임이 증명되었다. 두뇌의 화학물질인 도파민과 옥시토신,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노레피네프린(norepinephrine) 등이 합성되어 나타난 결과가 사랑이다. 다른 포유류들도 이런 화학물질들의 합성 때문에 적절한 짝을 찾아다니며 교미를 위해 노력한다. 구체적인 과정은 이후에 설명하겠지만, 우리의 두뇌가 이런 특정 기준에 입각해 적합한 짝을 찾아내면, 두뇌는 그를 유혹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체제로 돌입한다.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짝짓기는 부와 지위, 가문 간의 경쟁, 부족집단과 정치 등에 바탕을 둔 중매결혼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애결혼을 한다.
배우자 선택과 관련하여 인간은 단 한 명에게 집중한다.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다. 일례로 구애에 나선 수컷 비둘기는 과시 목적으로 깃털을 최대한 활짝 펴고서 힘닿는 데까지 많은 암컷들에게 접근하여 교미를 시도한다. 하지만 인간은 후보자 명단을 갖고 있긴 해도, 대체로 한 명에게 힘을 쏟는다.
첫눈에 반한 사랑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대부분의 동물 종에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 나타난다.
마트에서 장을 보던 레이는 무심히 과자 매장을 지나치다가 한 여자를 보았다. 갑자기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레이는 마치 술에 취한 듯한 황홀감을 느꼈다. 그녀에게 완전히 매혹된 것이다. 뛰어난 미인은 아니었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고, 움직임에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마치 자석에 달라붙는 쇳조각처럼 레이는 그녀에게 빨려들어갔다. 그녀를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동시에 속이 울렁거렸다.
레이는 그녀를 몰래 훔쳐보면서 황홀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다. 결코 그녀를 갖지 못하리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첫눈에 반했을 때 우리의 두뇌는 다량의 도파민과 노레피네프린을 분비한다. 그래서 마약에 취한 듯 황홀경에 빠진다. 이런 현상은 동물에게도 나타난다. 사막들쥐의 일종인 프레리독 암컷 주위에 수컷의 소변을 뿌리면 인간과 똑같이 도파민과 노레피네프린을 다량 분비한다. 숫양의 실물이 아닌 사진만 봤는데도 발정기 암양의 노레피네프린 수치가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동물의 경우 이런 효과는 몇 초 혹은 몇 분에 그치지만 인간은 몇 달 혹은 몇 년이 가기도 한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첫눈에 반한 사랑’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죽음이나 전쟁의 위협이 없는 안정된 사회라면 ‘첫눈에 반한 사랑’보다는 욕정과 로맨틱 러브 그리고 장기적 애정이 종의 존속을 보장하는 가장 훌륭하고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그건 진화 때문이야”
욕정은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 같은 성 호르몬이 분비될 때 발생한다. 둘 다 급속한 육체적 충족을 요구하는 호르몬이다. 욕정을 느끼는 순간, 두뇌의 두 핵심 부위가 활발하게 작동하는데 하나는 우리의 목마름과 배고픔 등 원시적 충동을 통제하는 시상하부, 다른 하나는 흥분 중추인 편도다. 욕정이 발동하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어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촉진하기 때문에 성욕에 쉽게 빠진다. 생판 모르는 낯선 사람을 보고 ‘소유하고 싶다’ ‘차지하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를 느끼는 경우다.
2006년 시카고대학의 한 연구 결과가 이 사실을 입증했다. 낯선 여성과 우연히 대화할 때도 남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평소보다 3분의 1이 상승했다. 이런 호르몬 반응이 강해질수록 남자의 행동 변화는 점점 더 극적으로 바뀌었다. 또한 미혼남과 기혼남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비교 결과, “많은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미혼남보다 기혼남이 훨씬 낮았다. 자녀를 양육하는 역할을 맡게 된 기혼남이 미혼남보다 옥시톡신 수치가 높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유전자를 전파하기 위해 아직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독신남은 당연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욕정은 인간의 번식과 종족 보존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해 진화해왔다. 그래서 로맨스가 발생할 여력이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작동될 만큼 강력한 힘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일 년에 한 명밖에 낳을 수 없는 종족 특성상, 욕정이 없다면 인간은 멸종의 위협을 받는다. 임신과 출산 과정이 길기 때문에 신은 우리에게 강력한 욕정을 선물하셨다. 그래서 전쟁 같은 위험하고 불안한 시기에 남녀는 갑자기 서로에게(심지어 낯선 사람인데도) 강한 욕정을 느낀다. 생존에 위협을 느끼면서 유전자를 빨리 전해야겠다는 욕구가 그만큼 강력해지는 것이다.
요약하면 욕정, 첫눈에 반한 사랑, 초창기 사랑이 강박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원인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짝짓기 과정을 촉진시키고 인류의 번식률을 높이기 위해 진화된 행동”이라고.
왜 시들해지나?
성적 충동을 담당하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여성보다 남성이 10~20배 정도 많이 갖고 있다. 남자의 성충동이 그처럼 강력하고 긴급한 이유다. 여자보다 털이 많고, 덩치가 크며, 힘이 세고, 더 공격적이며, 더 쉽게 성적으로 흥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여자보다 옥시토신 수치는 훨씬 적은 편이다. ‘포옹 호르몬’이라고도 하는 옥시토신은 성적 오르가슴을 느낄 때 남녀 모두에게 다량 분비된다. 남자가 발기하는 순간 옥시토신은 사라진다. 그러나 여자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섹스 후 포옹이 남자에게는 별 매력이 없지만, 여자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행위다.
2006년 앨리언트 국제대학 조직심리학과 교수인 레베카 터너의 연구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마치 접착제처럼 인간의 감정을 결합시키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사람들이 짝을 이룰 때, 즉 “사랑에 빠질 때”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진다. 이 호르몬 덕분에 원하던 이상형을 만났을 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갖는다. 남자보다 옥시토신 수치가 높은 여자는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남자보다 깊이 빠진다. 옥시토신 분비가 많을수록 여자는 더욱 남자를 보살피려 하고 그와 더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일, 그의 향기, 그에 대한 상상, 그를 떠올리는 노래 듣기… 이 모든 행동이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 값비싼 의상, 완벽한 화장, 치렁치렁 달린 보석, 새로운 스포츠 카 같은 것들은 여성의 감정 상태를 감추어주지 못한다. 사랑받고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여성의 호르몬이 그녀의 뺨에 피를 밀어 올려 발그레 “달아오르게” 하고, 그녀 자신도 그런 열기를 밖으로 발산한다. 그렇다면 사랑받지 못하고 무시만 당하는 여자는 어떨까? 그 또한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여자는 한 남자가 자신의 모든 자잘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를 바라지만,
남자는 모든 여자가 자신의 단 하나 자질구레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를 바란다.
데이비드 버스의 연구에 의하면,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서 남자의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고 대신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져서 남녀관계를 한결 원만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때 남자는 부드럽고 온유하며, 신사적이고 멋진 태도를 보인다. 반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여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흥분과 자신감으로 높아진다. 그렇기에 이 시기의 여성은 쉽게 성적 흥분에 빠지는데, 그로 인해 그들은 남녀의 성욕이 똑같다는 환상을 품게 된다. 대체로 사귄 지 3~9개월이 지날 때 찾아오는 ‘샤가톤(shagathon; 발이 맞지 않는 엇박자 마라톤)’ 시기가 지나면, 남녀의 성욕은 원래의 ‘디폴트 위치’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가 섹스에 시들해졌다고 생각하는 반면, 여자는 남자를 섹스에만 환장한 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수많은 남녀관계가 이 시점에서 끝을 본다.
왜 불타오르나?
서른셋의 싱글맘 조세핀은 오직 자녀 양육에 모든 힘을 쏟았다. 새 직장에 입사한 지 반년 정도 되었을 때, 그녀는 시드니 항의 크루즈 선상에서 열린 회사 연말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다. 그녀의 멋진 모습에 수많은 남자 직원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반응을 받은 그녀의 자신감은 한층 높아졌고 태도는 더욱 당당해졌다.
달빛 밝은 바다를 운항하는 동안 그녀는 멜번 사무실에서 출장 나온 미남 중역 릭을 소개받았다. 그와 악수하는 순간 그녀의 가슴은 크게 뛰었다. 훤칠한 키에 가무잡잡한 피부의 릭은 그녀를 끊임없이 웃게 만들었다. 조세핀 못지않게 릭도 그녀에게 반한 듯했다. 댄스와 저녁식사로 이어지는 마법의 시간을 보낸 그들은 다음날 새벽까지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 다음날도 내내 함께 있었다. 마치 무슨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조세핀의 머릿속에는 온통 릭과 함께한 시간으로 가득했다. 물론 사랑하는 아이들을 다시 만난 건 기뻤지만, 그가 자신을 그리워하는지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고작 며칠 사이에 그녀는 살이 빠지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하는 일이라고는 릭을 생각하며 그 아름다웠던 시간을 곱씹어 추억하는 것뿐이었다. 조세핀은 수시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마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이 그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는지 보여주고 싶어 선물을 사들였다. 너무나 변한 엄마의 모습에 아이들은 상처를 입고 삐뚤어진 행동을 보였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의 치과 치료 예약을 취소하고 그 돈으로 릭을 만나기 위해 멜번행 비행기 표를 샀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살겠어. 마음 가는 대로 충실히 인생을 즐겨야 해.’
‘로맨틱 러브’의 진행 모습은 마치 정신병자의 그것과 비슷하다. 생화학적 관점에서 보면 열렬한 사랑은 약물 남용과 아주 유사한 증세를 보인다. 영국 국영중독센터 원장 존 마스덴은 사랑이 코카인 같은 마약과 아주 비슷한 방식으로 중독을 불러온다고 했다. 마스덴은 로맨틱한 사랑이야말로 남녀를 단단히 붙들어 매어 오랜 시간 유대관계를 맺게 하는 ‘부비 트랩(위장 폭탄)’이라고 결론지었다. 《사랑의 해부》라는 책을 쓴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랑에 빠지는 일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화학반응이며 그 증세는 정신병과 아주 유사하다”고 했다. 피셔에 의하면, 코카인 흡입 시 켜지는 두뇌회로가 사랑에 빠졌을 때도 켜진다고 한다. 그리하여 로맨스에 빠진 사람은 마치 마약을 흡입한 듯 깊은 황홀경에 도취된다. 연구자들은 ‘로맨틱 러브’가 도파민 호르몬을 작동시키는 중간회로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도파민은 황홀, 열광, 중독 같은 감정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화학물질이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전율
연애 초창기에 두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들은 다양한 신체적 느낌과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새로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약 90퍼센트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불면증, 식욕부진, 홍조, 흥분, 어색함, 황홀감, 속이 울렁거림, 호흡이 가빠짐, 현기증, 다리 떨기, 급박해진 심장박동, 손바닥에 땀나기, 말 더듬기…. 이런 반응들은 ‘애인에게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나’ 같은 공포와 관련 있다. 말하자면 흥분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이중성인 셈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런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상대도 자신의 사랑에 반응하는지 그 기미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다.
가수 캐롤 킹은 사랑에 빠질 때의 화학적 반응을 노래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발밑의 땅이 꺼지는 기분이에요.” 열정과 냉정을 동시에 느끼는 등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그녀의 상태를 잘 묘사한 노래다. 사랑하는 남자가 나타날 때마다 가슴이 떨려오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도 노래했다. 이런 감정은 약물 중독의 증상과 별 다르지 않다.
사랑은 멋진 롤러코스터가 될 수 있고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 사전 경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사람은 통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엄청난 느낌은 대뇌피질 혹은 회백질이라는 원시적 부위에서 나오기 때문에, 합리적인 사고 대신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가령 사자를 만나면 이성적으로 탈출 계획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앞뒤 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도망치거나 아니면 무모하게 덤비는 원시적 반응과 다르지 않다.
사랑의 황홀감 덕분에 예술가들은 멋진 노래와 음악을 작곡했고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시와 소설을 썼다. 그러나 사랑의 강력한 힘에 잘못 사로잡힌 몇몇 사람들은 질투와 편집증으로 인한 범죄를 저질렀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랑의 황홀감은 건강 효과를 극적으로 높여줄 뿐 아니라 암 같은 중병도 치료하는 힘을 갖고 있다. 사랑의 힘 때문에 불안정하고 위험한 사람과 계속 지내기도 한다. 매 맞는 아내 등이 그런 경우다.
“잠도 안 오고 밥도 못 먹어”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켜 ‘상사병(lovesick)’에 걸렸다고도 한다. 먹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들은 연인에게 하루에 20~30번씩 전화를 거는 등 반복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는 낮은 세로토닌 수치와 높은 옥시토신 수치가 결합한 결과라고 한다. 세로토닌은 각성과 감수성, 자신의 안전에 대한 전반적 느낌을 높여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우울증과 섭식장애는 세로토닌 수치 저하와 관련 있기 때문에 항우울제 처방은 이 수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여자는 남자보다 약 30퍼센트 이상의 옥시토신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낮은 세로토닌 수치가 결합하면 충동적이고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바로 이 때문에 특히 여자들이 애인에게 광적으로 집착하거나 강박적인 소유욕을 발동한다.
“사랑은 종의 존속을 성취하기 위해
인간을 상대로 벌이는 지저분한 술수다.”
_ W. 서머셋 몸
2007년 스위스 바젤대학 병원의 서지 브랜드와 동료들은 18세 청소년 113명을 인터뷰했다. 그들 중 65명이 최근 사랑에 빠졌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덜 자고 더 충동적이며 “엉뚱한 생각과 창조적 에너지”가 풍부했다고 브랜드는 보고했다. 사랑에 빠진 십대 소년들은 무모한 폭주나 번지 점프처럼 위험한 행동을 자행했다. 강한 ‘로맨틱 러브’ 초기 단계인 청소년은 조울증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브랜드의 연구 결과다. 사랑에 빠진 십대와 광인은 때때로 구별하기 어렵다.
사랑에 빠져 있는 당신에게 누군가가
“미쳤군”이라고 말한다면
매우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두뇌 스캐닝의 진실
기능적 자기공명 이미지(fMRI)와 전자식 뇌촬영도(MEG)은 인간 이해에 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두 장치를 이용하면 환자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고 작동 중인 두뇌를 연구할 수 있다.
두뇌 속 사랑과 섹스에 대한 연구는 2002년부터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의 신경생리학자 안드레아스 바텔스와 세미르 제키는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남녀들을 연구했다. 그들에게 친한 친구와 애인의 사진을 각각 보여줄 때, 상당히 다른 두뇌 행동 패턴이 나타났다. 두뇌 스캐닝은 ‘로맨틱 러브’야말로 도파민 수용기(受容器)가 많이 집중되어 있는 두뇌 부위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파민과 노레피네프린의 높은 수치는 예민한 주의력, 과도한 행동, 단기 기억, 불면증, 목표지향적 행동 등을 야기한다. 이제 막 서로에게 매혹된 남녀의 도파민은 과다하게 분비된다. 에너지가 증가하고, 수면욕과 식욕은 적어지며, 주의력이 예민해지면서 새로운 관계의 아주 사소한 사항에도 대단한 기쁨을 느낀다. 성적 흥분으로 고양된 사람들과, 코카인을 흡입하고 황홀경에 빠진 사람들의 두뇌 MRI 사진을 비교한 바텔스와 제키는 그 둘이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정하시죠, 당신은 사랑 중독자입니다”
다음 두 개의 스캐닝 사진은 ‘사랑에 미친’ 사람과 코카인에 중독된 사람의 두뇌다.
사랑에 빠졌든 마약에 취했든 당신은 동일한 느낌을 갖는다. 또한 두뇌 스캐닝 사진은, 자기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과 애인을 바라보는 사람의 두뇌 활동도 똑같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처럼 로맨틱 러브와 모성애는 종족 번식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다. 애인과 자녀는 당신의 DNA를 후대에 전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두뇌 속 섹스와 사랑의 지리학
2005년 뉴욕 앨버트아인슈타인 의대 신경과학 교수 루시 브라운과 유명한 생물인류학자 헬렌 피셔 교수는, 17명의 젊은 남녀를 상대로 MRI 두뇌 스캐닝을 연구했다. 그들은 “새로운 사랑에 미친 듯 빠져 있는” 상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모두 욕정 혹은 로맨틱 러브의 초기 단계였다. 이들에 대한 MRI 연구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느끼는 기분의 생리적 원인을 설명해주었다. 왜 사랑이 그토록 강력한 감정이지, 왜 거절당했을 때 그토록 고통스럽고 우울한지를 생리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두 학자는 열정, 기억, 정서, 주의력 등을 관장하는 두뇌 부위인 미상핵(尾狀核)과 복부외피를 연구했다. 이 복부외피에서 활발한 펌프 작용으로 도파민 세포를 두뇌 다른 부위로 전달한다. MRI 사진에는 피검사자가 연인의 사진을 보는 순간 이 부위가 환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실험자들은 이 MRI 데이터를 여성의 사진을 보고 발기하는 남성을 연구한 자료와 비교했다. 오랫동안 함께 지냈던 인간과 동물 커플 관련 데이터도 분석했다.
그 결과 발견 사항은 이랬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복부외피는 도파민을 다량 분비하여 미상핵을 흥건히 적신다. 그러면 미상핵은 더 많은 도파민을 요구하는 신호를 보내고, 그렇게 도파민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는 점점 더 흥분하고 행복해진다. 피셔와 브라운은 ‘사랑에 미친’ 사람은 이런 호르몬 활동 때문에 마약 중독자의 상태와 비슷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두 학자는 미상핵과 로맨틱 러브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반면 장기적 애정은 두뇌 전면과 기반에 해당하는 복부내피와 외피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욕정과 성적 흥분 등을 관장하는 부위는 다른 곳, 주로 두뇌 왼쪽에 집중 분포한다. 이 연구는 두뇌 속 사랑의 신비감을 제거하는 동시에 사랑의 본질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끔 만든다.
사랑은 행복 약물의 화학적 칵테일이다.
이 칵테일에 중독된 사람이 바로
‘섹스 중독자’다.
남녀의 사랑은 왜 다른가
피셔와 브라운은 ‘사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