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HOSTS OF BELFAST
Copyright ⓒ 2009 by Stuart Nev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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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translation rights arranged with SOBEL WEBER ASSOCIATES, INC.
through EYA(Eric Yang Ag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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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스튜어트 네빌 Stuart Neville
스튜어트 네빌의 데뷔 소설,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LA 타임스가 수여하는 미스터리/스릴러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뉴욕 타임스와 LA 타임스가 뽑은 2009년 최고의 범죄소설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배리, 매커비티, 딜리즈 상 최우수 데뷔작품상과 아일랜드 도서 상 올해의 범죄소설 등 여러 상의 최종후보에 올랐다. 데뷔작 이후 출간한 7권의 책 역시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의 초기 5편의 소설들(《벨파스트의 망령들》,《Collusion》, 《Stolen Souls》, 《Ratlines》, 《The Final Silence》)은 Theakstons Old Peculier 범죄문학 상의 올해의 범죄소설 후보에 올랐고, 《Ratlines》는 CWA(영국범죄소설가 협회)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에 선정되었다. OxCrimes 자선기금 선집의 《Juror 8》는 CWA 최우수 단편소설 부문 최종후보로, 《The Final Silence》는 에드거 상 최우수 작품상의 최종후보에 올랐다.
스튜어트의 소설들은 독일어, 일본어, 폴란드어, 스웨덴어, 그리스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고,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프랑스에서 비평가 미스터리 상 최우수 작품상(해외 부문)과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 (해외 누아르 부문)을 수상했다.
스튜어트 네빌은 현재까지 《벨파스트의 망령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벨파스트 누아르’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Those We Left Behind》와 여섯 번째 작품인《So Say the Fallen》을 출간했고, Haylen Beeck이라는 필명으로 《Here And Gone》과 《Lost You》를 출간했다.
역자
이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한국방송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NIKE KOREA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 및 한국어 교사, 영국의 글로벌 번역에이전시 World Writers의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반역행위》, 《제거명령》, 《집행권》, 《제3의 선택》, 《레드오션 전략》, 《이코노미스트 2010세계 경제 전망》, 《맥킨지 금융보고서》(공역), 《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공역) 등이 있으며 잡지 <탑기어>, <맨즈헬스>에 번역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최고의 스릴러 데뷔작일 뿐만 아니라, 장르를 막론하고 근래 최고의 아일랜드 소설 중 하나다.”
베스트셀러 《다크 할로우》, 《킬링 카인드》의 작가, 존 코널리
“스튜어트 네빌의 소설은 아일랜드의 평화의 취약함에 대한 냉정하고 명료한 평가이자, 정통 누아르 픽션의 드문 예시다.”
〈뉴욕 타임스〉
“여름을 위해 완벽하다. 특히 비교적 평화로운 시대에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생각해보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슬레이트〉
“최근 몇 년 사이 읽은 최고의 소설.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테러 여행이다.”
베스트셀러 《블랙 달리아》, 《L.A. 컨피덴셜》의 작가, 제임스 엘로이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실현된 대의명분과 종파 간 증오에서 비롯된 왜곡된 집단행동에 관한 치밀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다.”
모린 코리건, 〈NPR.org〉
“스튜어트 네빌은 헨닝 만켈에게 전하는 아일랜드의 대답이다.”
베스트셀러 《밤의 파수꾼》의 작가, 켄 브루언
“스튜어트 네빌은 전 IRA 암살자가 과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치밀한 구성과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묘사를 통해 수십 년간 여전히 폭력과 테러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북아일랜드의 실제 모습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준다.”
〈LA 타임스〉
“훌륭한 소설이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스릴러. 진정으로 엄청난 데뷔작이다.”
《Ten Lords-A-Leaping》의 작가, 루스 더들리 에드워드
“스튜어트 네빌은 비정규군이 자행하는 뒤틀린 행동의 정곡을 찌른다.”
《The Informer》의 작가, 션 오캘러헌
“믿기 힘든 데뷔작. 탁월한 상상력과 문장력의 산물인 스튜어트 네빌의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스릴러이자 책임감과 복수에 관한 놀라운 고찰이다.”
베스트셀러 《Trust Me》의 작가, 제프 애버트
“스튜어트 네빌은 작가로서 크게 성공할 것이다. 이 책은 배경이 된 장소와 시간을 용감하고 치열하고 진실되게 그려낸 놀라운 소설이다. 나는 이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크라임스프리〉
“스튜어트 네빌은 폭력의 후유증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그리고 거기에 연루된 각 개인이 치러야 할 대가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독보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을 전달한다. 또한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 북아일랜드의 불안한 휴전, 속죄, 죄책감, 책임감을 통찰력 있게 파헤친다.”
올린 코그딜, 〈미스터리 신〉
“스튜어트 네빌은 그 지역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겪은 젊은 세대 작가에 속하지만, 그의 첫 번째 소설 《벨파스트의 망령들》이 충격적으로 묘사하듯이 그 역사를 견뎌낸다. 끔찍한 광경의 이면에서, 스튜어트 네빌은 이 후회하는 살인자를 통해 이 시대의 살인과는 다른 것이라고 우리를 설득하려 한다.”
〈워싱턴 포스트〉
“스튜어트 네빌의 데뷔작은 폭력적인 사람들이 따랐던 아일랜드의 ‘독립전쟁’과 범죄의 잔인성을 피건의 유령들만큼이나 가차없이 묘사한다. 그는 예리한 문체를 통해 독자들을 이 인정사정없는 장소로 데려와 붙잡아둔다. 이 소설은 훌륭하게 구성된 냉혹하고 거침없는 범죄 픽션이다.”
〈커커스 리뷰〉
“놀라운 데뷔작. 강한 감정이 솟구치는 흥미진진한 스릴러이자 북아일랜드의 불안전 휴전 속에 유지되는 복잡한 정치적 권모술수와 네트워크에 대한 통찰력 있는 내부자의 경험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강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 훌륭한 데뷔작에서, 스튜어트 네빌은 ‘아일랜드 독립전쟁’ 동안 벨파스트를 엄습한 삶의 공포를 환기시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살인자인 피건을 동정심을 유발하는 캐릭터로 만들어낸다. 이 소설에 대한 주변의 논란은 충분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독자들은 《벨파스트의 망령들》의 다음 편을 기대할 것이다.”
〈라이브러리 저널〉
“폭발적이고 몰입하게 만드는 소설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책임과 불가피성, 그리고 전쟁에 관한 치열한 사색이다. 스튜어트 네빌의 풍부한 어휘 속에서 안일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세크라멘토 뉴스 앤 리뷰〉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유혈이 낭자한 본격적 범죄 스릴러에 숨겨진 복수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요소는 격렬한 대화와 ‘아일랜드 독립전쟁’으로부터 회복하는 북아일랜드의 엄연한 정치적 현실이다. 마주칠 수밖에 없는 잔혹한 과거, 그리고 이를 통해 ‘깨끗해질 수 있는’ 현재에 대한 비유로 이 근사한 책을 읽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밀워키 저널 센티널〉
“그의 놀라운 데뷔작에서, 스튜어트 네빌은 폭력의 후유증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그리고 거기에 연루된 각 개인이 치러야 할 대가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독보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을 전달한다. 또한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 북아일랜드의 불안한 휴전, 속죄, 죄책감, 책임감을 통찰력 있게 파헤친다. 스튜어트 네빌은 공감할 수 있는 동시에 야만적인, 다양한 감정이 이입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는 유령에 대한 피건의 환각을 결코 진부하거나 어리석은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 동향인인 존 코널리처럼 스튜어트 네빌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계속 믿도록 만든다.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잊혀지지 않을 데뷔작이다.”
〈사우스플로리다 선 센티널〉
“혹시 스튜어트 네빌의 ‘벨파스트 누아르’ 시리즈를 전혀 읽은 적이 없다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프트 매거진〉
“매우 뛰어난 스릴러. 참을 수 없는 긴장감, 속이 뒤틀릴 만큼 간담이 서늘한 이 시대의 미래 고전.”
〈옵서버〉
“스튜어트 네빌의 신랄한 데뷔작 스릴러는 북아일랜드의 불안한 여정에 대한 일면으로, 분쟁 후 평화를 유지하는 화해와 위선의 이면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고통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메트로〉 (영국)
“스튜어트 네빌은 존 코널리와 스티븐 킹의 콜라보레이션과 흡사한,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스릴러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범죄 소설과 공포의 비유적 표현을 믿을 수 있는 것으로 조화시키는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선데이 인디펜던트〉 (아일랜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오리지널 스릴러.”
〈선데이 타임스〉
“스튜어트 네빌은 정의와 자비라는 복잡한 문제에 대해 독특하고 비극적으로 끝까지 숙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이리시 타임스〉
“더없이 멋진 데뷔작. 제임스 엘로이의 속도로 전개되는 탄탄하고 긴장감 넘치는 구성.”
〈핫 프레스〉
“북아일랜드 문학을 종종 한정시키는 경계 안에 머물기를 거부하는 음울한 스릴러. 스튜어트 네빌은 틀에서 벗어나 솔직하면서도 신선한 소설을 창작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심장이 쿵쾅거리게 하는 스릴러를 원한다면 스튜어트 네빌의 첫 작품에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얼스터 태틀러〉
“유령이 없는 곳은 황량하다.”
존 휴이트
피건은 부두 주변의 거리에 인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뒤쪽의 고가 고속도로 M2와 M3가 만나는 곳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와 메르세데스의 엔진이 식으며 탁탁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앞쪽에는 라간 강이 벨파스트 호수로 흘러들어가고 오디세이 빌딩의 불빛이 물에 비쳐 어른거렸다. 건물 안 나이트클럽은 피건 같은 사람을 기억하거나 신경 쓸 이유가 전혀 없는, 젊고 부유한 자들만 가득했다.
오디세이 너머 오래된 조선소 위에 거대한 고공 크레인 삼손과 골리앗이 우뚝 솟아 있었다. 퀸즈아일랜드 반대편에서는 경비행기 한 대가 시 공항 주변을 선회했다. 공항은 술로 자멸한 축구 선수의 이름을 따서 위대한 조지 베스트로 변경되었다. 비행기의 엔진이 윙윙 소리를 냈다. 맥케나의 어깨는 숨을 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했다. 피건은 좌석 뒤쪽에 총을 고정한 채 맥케나의 뒤에 몸을 일으켜 앉았다. 땀으로 젖은 셔츠가 어깨뼈 위에서 미끄러졌다. 그는 차를 세워둔 공터 주변을 둘러보았다. CCTV도, 사람도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는 쥐뿐이었다.
그리고 유령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어슬렁대며 보고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예외였다. 그는 운전석 문에 붙어 눈 주위에 손을 오므려 대고 유리를 통해 맥케나를 바라보았다.
“저길 봐. 저길 이제 타이타닉쿼터라고 불러. 말이 돼?”
맥케나가 크레인 주변의 토지 구역을 가리켰다. 피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저 땅에서 엄청난 돈이 벌린대. 좋은 시대야, 제리. 각종 계약에 보상금, 부동산까지. 모두가 손을 못 뻗어서 안달이야. 하지만 맙소사, 물에 띄우자마자 가라앉은 배의 이름을 붙이다니, 웃기지 않아? 항해 역사상 최악의 재앙을 갖다 붙여놓고 자랑스러워하는 꼴이라니. 벨파스트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
맥케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물었다.
“원하는 게 뭐야, 제리?”
“전화해.”
“누구한테?”
“톰. 가게 문 닫으라고 해. 나를 데려다주고 부두에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해. 누구냐고 물으면 거래 일로 만나는 거라고 말해.”
맥케나는 두려움을 감추려고 소리 내 웃었다.
“내가 왜 그래야 돼? 뭐 때문에 그런 전화를 하겠어?”
“하지 않으면 널 죽일 거니까.”
“하든 안 하든 죽일 거잖아.”
피건은 백미러를 올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맥케나의 눈을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그의 안경에 강 건너의 빛이 반사되었다.
“죽는 데도 종류가 있어, 마이클. 아주 다른 두 가지가 있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맙소사. 오, 젠장, 제리. 난 못 해.”
맥케나가 숨을 내쉬며 어깨를 떨었다. 피건은 총구를 올려 맥케나의 목덜미를 눌렀다.
“해.”
맥케나는 머리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휴대전화 화면이 차 안을 청록색 빛으로 채웠다. 그는 신호음이 들리는 휴대전화를 떨리는 손으로 귀에 댔다.
“그래…. 톰, 문 닫고 현금은 가져가…. 제리는 괜찮아. 침대까지 데려다줬어. 난 부두에 와 있어…. 사람 만나러…. 일 때문이지, 뭐. 끊어야겠어. 현금은 내일 가지러 갈게…. 그래, 알았어…. 내일 봐.”
휴대전화에서 삐 소리가 나고 화면의 은은한 불빛이 꺼졌다.
맥케나는 고개를 돌렸다.
“우리 어릴 적 기억나, 제리?”
피건은 땀과 두려움의 냄새를 맡았다. 맥케나와 자신의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피건의 머릿속에는 많은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맥케나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영국 놈들한테 벽돌을 던졌다가 잡혔을 때 기억나? 몇 살이었지, 열여섯? 열일곱? 내가 제일 먼저 던지고 도망갔지. 겁쟁이 패치 토너는 너무 무서워서 벽돌 하나 던지지 못하고 나를 쫓아왔고.”
그는 피건을 보기 위해 목을 굽혔다. 피건은 맥케나가 정면을 보도록 그의 뒤통수를 총구로 찔렀다. 앞에는 소년을 제외한 유령들이 서 있었다. 소년은 여전히 운전석 창문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맥케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넌 아니었어. 그 누구도 겁낸 적이 없었지. 넌 네가 할 일을 하고야 말았어. 그놈들 눈의 흰자위를 보기 전에는 포기하지 않았지. 네가 벽돌로 얼굴을 맞혔던 거 기억날 거야. 랜드로버 위로 고개를 빠끔히 내민 놈의 코를 정통으로 맞췄잖아. 피가 사방으로 튀고.”
“그만해.”
온갖 기억이 피건을 괴롭혔다.
“그리고 그 자식들이 우릴 폴즈까지 쫓아왔지. 맙소사, 기억나? 너하고 나는 키득거리는 동안 겁쟁이 패치는 소리를 지르며 엄마를 찾았잖아.”
피건은 총으로 맥케나의 머리를 더 세게 눌렀다.
“그만하라니까.”
“그리고 그놈들이 우릴 브라이튼스트리트에 몰아넣었지. 젠장, 엄청 얻어맞았잖아. 생각나지? 먼지 나게 두들겨 맞았던 거. 그리고 말이야…. 겁쟁이 패치가 잡혀서 오줌을 흠뻑 지렸던 거 기억해?”
웃는 맥케나의 어깨가 들썩였다. 피건의 입술에 미소가 짧게 어렸다. 그는 총을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미소를 닦아냈다.
“오줌 쌌다고 팔을 부러뜨렸지.”
“그래, 맞아. 그리고 우린 다음 날 조직에 들어갔어. 네 어머니 가슴을 무너뜨렸지, 맞지?”
맞장구치는 맥케나의 웃음소리가 목구멍 안에 잠겼다.
“됐어, 그만해.”
피건의 눈이 불타올랐다. 갑자기 맥케나의 목소리가 으르렁대듯이 바뀌었다.
“내가 널 넣어준 거야, 제리. 내가. 너를 맥긴티 일당에 넣어준 게 바로 나라고. 넌 나 아니면 절대 들어가지 못했어. 잊지 마. 내가 없었다면 넌 실업수당이나 받는 별 볼일 없는 애일 뿐, 아무것도 아니었어.”
“맞아.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다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들은 살아 있겠지. 소년도 살아서 가정을 꾸렸겠지. 우리가 뺏은 거야. 너하고 내가.”
맥케나의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렸다.
“그 새끼는 배신자야. 경찰에 다 일러바쳤다고. 그놈은 입을 여는 순간 죽은 거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제리,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 녀석들은 평화 협정이든 아니든, 스토몬트 정부든 뭐든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널 추적할 거라고.”
피건의 뺨에 따뜻한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는 짠맛을 느꼈다.
“아, 다시는 안 하겠다고 맹세했는데.”
“그럼 하지 마, 제리. 이봐, 아직 늦지 않았어. 넌 취했고 우울한 상태야. 제정신이 아니라고. 지금 멈추면 아무 문제없어.”
“미안해.”
피건은 고개를 저었다.
“30년이야, 제리. 우리가 알고 지낸….”
총성이 한 번 울리고, 앞유리가 붉은색과 회색으로 물들었다. 맥케나는 운전대로 고꾸라졌고 메르세데스의 경적이 밤공기를 요란하게 갈랐다. 피건이 손을 앞으로 뻗어 그의 몸을 의자로 젖히자 정적이 그들을 삼켰다.
피건은 차에서 내려 손수건을 대고 운전석 문을 열었다. 물에 희미하게 비치는 빛 속에서 피건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맥케나의 멍한 눈을 바라보았다. 깨져버린 명품 안경이 한쪽 귀에 걸려 있었다. 피건은 확실히 하기 위해 심장에 한 발 더 쏘았다. 날카로운 총성이 물결을 일으키며 라간 강을 가로질러 반짝이는 건물 쪽으로 퍼졌다.
피건은 눈에서 축축한 온기를 닦아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운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유령들은 서로 떠밀며 열린 차 문 앞에 자리를 잡고 피건과 시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피건은 유령을 하나씩 살피며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들을 셌다.
그중에 소년은 없었다. 하나가 사라졌다.
열하나가 남았다.
피건의 맞은편 탁자에 경찰 두 명이 있었고 패치 토너는 그의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리즈번로드 경찰서 면회실은 병원처럼 단조롭고 간소했다.
“맥케나 씨가 당신을 침대에 눕혀주고 나갔단 말입니까?”
나이 많은 경찰관이 물었다.
“피건 씨가 이미 대답한 질문입니다.”
토너가 말했다. 비쩍 마른 그는 구겨진 남색 정장을 서둘러 걸친 듯했다.
“확인해야 하니 다시 대답해주세요.”
경찰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아는 한은 그렇습니다. 혼자 나갔어요. 저는 취해 있었고요.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곯아떨어졌어요.”
사실 전날 밤 피건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CCTV 카메라를 피해 거리를 끝까지 빠져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집에서 두 구획 떨어진 빈집의 벽을 타고 뒷마당으로 들어가 무너져 가는 오두막의 나무널 밑에 총을 숨겼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두 달 만에 평화롭게 누웠지만, 귓속이 울리고 소년의 야만스러운 미소가 떠오르자 천장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빛이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올 때까지 잠들지 못했다.
“좋습니다. 이 정도면 됐습니다.”
경찰관이 말했다.
피건은 토너의 차로 걸어가며 물었다.
“어떻게 알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토너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부에 사람을 심어뒀어. 몇 년 됐지. 주요 수사 팀이 너를 조사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화해줬어. 요즘은 별일 없지만, 아직은 유용한 녀석이야.”
토너는 괜찮은 변호사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덩치가 작고 마른 그는 빽빽한 콧수염만 빼면 피건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자신이 인권변호사라고 주장했지만, 피건은 그가 누구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재규어 자동차는 그 증거였다.
토너는 시동을 걸며 목을 가다듬었다.
“집에 데려다주기 전에 만날 사람이 있어.”
“누군데?”
피건은 문손잡이 근처에 손을 올려 문을 열고 내뺄 준비를 했다.
“옛 친구.”
토너는 차를 출발시키며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피건은 문손잡이에서 손가락을 뗐다. 그는 토너의 침묵이 고마웠다. 재규어는 리즈번가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서 보행자들을 위해 10여 미터마다 한 번씩 멈췄다. 길 양쪽으로 명품 부티크, 식당, 와인 바가 지나쳐갔고 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저들은 이 도시가 자기 것인 줄 알겠지. 피건은 생각했다. 평화 구축이 망설임 없이 비싼 커피를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면, 아마도 저들이 맞을 것이다. 정장을 입은 젊은 여자가 귀에 휴대전화를 댄 채 재규어 보닛 앞을 건넜다. 피건은 문득 자신이 거리에서 삽으로 시체를 긁어내던 시절 저 여자가 태어나긴 했을지 궁금했다.
생각을 멈춘 그는 자신의 고통에 화가 났다. 몇 주 동안이나 시끄럽다가 조용해지니 오히려 불안했다. 유령들은 보이지 않았고, 이제 복부의 냉기와 내장이 꼬이는 느낌은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맑아진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마이클 맥케나의 죽음도 7년간 그를 따라다닌 유령들을 사라지게 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열 한 개의 그림자가 그의 시선 너머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피건은 확신했다. 토너는 테이트애버뉴에서 좌회전해서 도시를 가로질러 그들의 지역인 서쪽으로 향했다.
오래된 켈트 지원회 건물은 전성기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삼색기와 축구공으로 꾸며진 입구 위 간판은 페인트가 벗겨져 썩은 나무가 드러났다. 쇠창살 뒤 지저분한 창문에는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 건물에 블라인드를 친 것처럼 보였다.
토너는 피건을 안으로 안내했다. 유일한 낮술꾼은 그들이 들어오는데도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둑함 속에 김빠진 맥주와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결코 흡연을 금지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들은 지원회 뒤쪽으로 가서 축축하고 좁은 복도로 들어섰다. 복도 양쪽에 화장실 문이 있었고, 맨 끝의 문에는 ‘일반인 출입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토너가 안쪽 방의 문을 열려는 순간 피건의 머리에 통증이 번쩍였다. 관자놀이 사이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번개 같았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벽에 기대섰다. 냉기가 사지에서부터 안쪽으로 얼음같이 차가운 거미줄처럼 기어들었다.
토너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런, 제리, 왜 그래?”
피건은 심호흡을 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피곤한 것뿐이야.”
그림자 열한 개가 복도를 따라 움직여 토너를 지나쳐 그 너머 어둠과 합쳐졌다. 토너는 피건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에 작은 손을 올렸다.
“얘기만 좀 나누고 싶다는 거야. 걱정할 거 없어.”
토너가 말했다. 피건은 토너의 팔을 슬쩍 밀어냈다.
“걱정 안 해. 숙취 때문이야. 가자.”
그는 토너를 지나쳐 문을 열었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본 피건은 가슴이 철렁했다.
빈시 카폴라의 대머리가 위에 매달린 알전구의 빛을 반사했다. 방 바깥으로 상자와 통 들이 옮겨져 있었고 방 가운데에 나무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비닐 시트로 덮인 바닥 위에서 카폴라는 넓은 어깨에 꽉 끼는 새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제리, 잘 지냈어?”
카폴라의 미소에 피건은 복부가 뒤틀렸다.
“응, 그럭저럭.”
“난 차에서 기다릴게.”
토너가 피건의 등을 두드리곤 온 길로 되돌아갔다.
“앉아.”
카폴라가 말했다.
피건은 몸을 가리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았다. 토너가 문을 닫으면서 생긴 외풍으로 천장에 달린 전구가 느릿느릿 움직였다. 카폴라의 그림자도 이를 따라 벽 위에서 흔들렸다. 다른 그림자들은 서로를 스쳐 지나며 형태를 잡아갔다. 피건은 눈 뒤쪽에서 올라오기 시작하는 통증을 이겨내려 침을 삼키고 눈을 깜빡였다.
“마이클 소식은 안됐지, 응?”
카폴라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두운 구석에서 두 형체가 걸어 나왔다. 오래전 죽은 두 청년이었다. 제복이 피와 검은 흙으로 얼룩져 있었다. 피건은 그들이 손으로 권총 모양을 만드는 중에도 카폴라에게 집중했다.
“그렇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카폴라는 방 안을 서성거렸다. 얼스터 방위대원 둘도 그와 함께 움직였다.
“영국인들이 철수하지 않는 이상 말이야. 맥긴티와 나머지에게 내 입장을 확실히 했어. 난 지금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아. 경찰을 지원하고 스토몬트 정부에서 구경만 하는 것도 전부. 하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과 함께 할 거야.”
“넌 언제나 충성스러웠지.”
피건이 말했다.
“그래, 충성.”
카폴라는 그 단어가 마음에 든 듯했다. 그는 박수를 한 번 치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마이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봐야 해. 어젯밤 너를 집에 데려다줬다고 했지. 몇 시에?”
“12시 45분 정도. 그쯤일 거야.”
“어디 간다고는 말 안 했고?”
“응, 별로 말을 하지 않았어. 내가 많이 취했었거든.”
한때 카폴라가 피건의 명령을 받던 때가 있었다. 과거의 부하에게 지금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거래를 한다는 놈들에 대해서 아무 얘기 안 했어?”
피건은 덩치 큰 카폴라를 올려다보았다.
“어떤 놈들?”
“리투아니아 놈들.”
카폴라는 역겨운 말을 뱉었다는 듯 입을 비틀었다.
“더러운 새끼들. 신께 맹세컨대 영국 놈들을 쫓아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이곳엔 외국인이 너무 많아졌어. 염병할 리투아니아, 폴란드, 검둥이, 파키스탄, 중국 놈. 요즘 시내를 걸으면 아일랜드 억양을 거의 들을 수 없어. 전부 외국인이야. 더블린은 더해. 최근에 가본 적 있어?”
“아니.”
“망할 외국 놈들이 사방에 널려 있고 더러운 놈들이 음식 서빙을 해. 검둥이들이 손으로 전부 만져대는 통에 더 이상 외식을 할 수가 없어.”
카폴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피건은 마음속으로 기억을 좇으며, 소년이 맥케나에게 했던 것처럼 방위대원 둘이 카폴라의 대머리를 겨누어 처형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제자리를 찾자 가슴에 숨이 턱 막혔다. 벨파스트에서 남서쪽으로 30킬로미터 떨어진 러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있는 방과 꼭 닮은 곳이었다.
얼스터 방위대는 한때 지역민 중에서 모집한 시간제 군사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거의 전부가 신교도였다. 또한 몇은 시골길과 소규모 촌락을 순찰하면서 권한을 남용해 구교를 목표물로 삼는 로열리스트였다. 마거알린 근처에서 여섯 명의 부대원이 매설된 지뢰를 밟았다. 두 명은 즉사했고, 두 명은 부상당했으나 살아서 길가에 있었으며, 두 명은 들판을 가로질러 도망갔다. 생존자를 제거하러 간 지역 청년 집단이 10분 만에 그들을 잡아서 러간 외곽의 주택 단지에 있는 술집으로 끌고 갔다. 카폴라와 피건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술집에 도착했다.
빈시 카폴라는 운동권에서 그 누구보다도 정보를 얻어내는 데 능숙했다. 그는 덩치가 큰 대신 몸놀림이 느렸다. 고통을 제대로 가할 줄 알았고 그 분야에서는 일종의 예술가였지만, 싸움에는 젬병이었다. 피건은 만약을 위해 따라갔다.
얼스터 방위대원 청년 둘은 피를 심하게 흘리며 고통과 공포에 울고 있었다. 쩍 벌어진 그들의 입 안은 으깨져서 잇몸은 피로 가득했고 바닥에는 이빨이 흩어져 있었다. 그들은 그나마 알고 있던 사실을 한 시간 전에 모두 털어놓았으나 카폴라는 멈추지 않았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펜치로 발톱을 뽑던 카폴라는 고문당하던 발이 갑자기 걷어차는 바람에 균형을 잃었다. 카폴라는 뒤로 쓰러졌고, 방위대 청년은 속박이 느슨해지자 발을 딛고 일어섰다. 카폴라는 누운 채로 꼼짝 못하고 방위대원을 올려다보았다. 피건은 방위대원이 한 발짝을 더 내딛기 전에 머리에 총알 구멍을 냈다. 아직 의자에 묶여 있던 다른 한 명은 동료의 몸이 바닥에 고꾸라지자 꽥 비명을 질렀다. 피건은 그의 관자놀이에 총알을 박아 입을 다물게 했다. 피건은 아직 피와 이빨 위에 널브러져 있는 카폴라를 내려다보면서 염병할 난장판을 치우라고 명령했다.
이제 피건은 가능성을 고려해보았다. 만일 카폴라가 물리적인 힘을 사용한다면 피건은 그를 다룰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탈출은 불가능했다. 다른 놈들이 쫓아올 게 분명했다. 일단 가만히 있기로 결정했다.
“난 아는 외국인이 없어서.”
피건이 말했다.
“그럼 이놈도 모르겠군?”
카폴라는 벽장문을 열었다. 키가 크고 마른 남자가 손발과 입이 묶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떨면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회색 정장이 붉게 얼룩져 있었다.
방위대원 청년 둘은 어두운 구석으로 돌아갔다. 피건은 그림자들 사이에서 그들을 놓쳤고, 눈 뒤의 고통은 잡음 수준으로 희미해졌다.
“몰라, 본 적 없어.”
카폴라는 아래로 손을 뻗어 남자의 입에서 재갈을 당겼다. 그는 피건을 가리켰다.
“저 사람 알아?”
남자는 피건을 본 뒤 다시 카폴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해?”
남자는 묶인 손을 들어 슬라브어인 듯한 말로 빌기 시작했다.
카폴라는 문틀 양쪽을 잡아 몸을 고정한 뒤 부츠 발로 벽장 안을 차면서 가죽이 살점에 부딪치는 소리에 맞춰 한 단어씩 끊어서 말했다.
“영어로… 말해. 더러운… 자식아…. 얼굴을… 뭉개버리기… 전에.”
“제발!”
남자가 울부짖었다.
“제발 그만하세요!”
“나와.”
카폴라가 금발머리를 한 움큼 쥐고 말했다. 그가 잡아당기자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끌려나왔다.
“의자 가져와, 제리.”
피건은 일어서서 구석으로 갔다. 카폴라는 남자를 일으켜 의자에 앉히고 피건을 가리켰다.
“저 사람 알아?”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야.”
피건이 말했다.
카폴라는 손을 들어 옛 동지를 조용히 시켰다.
“좋아, 확실히 하고 싶었어. 이제 누굴 아는지 알아보자고.”
남자의 겁먹은 눈은 피건과 카폴라 사이를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숨을 얕게 몰아쉬었다. 씁쓸하고 퀴퀴한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다.
“이자는 누구지?”
피건이 물었다.
“페트라스 아담쿠스.”
카폴라가 말했다.
“인사해야지, 페트라스.”
페트라스는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카폴라는 그의 뺨을 세게 한 대 때렸다.
“인사하라니까.”
“안녕하세요.”
페트라스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했어.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왜 마이클 맥케나를 죽였지?”
페트라스는 그 말에 입을 쩍 벌렸다. 카폴라는 그의 뺨을 더 세게 때렸다.
“왜 마이클 맥케나를 죽였어?”
페트라스는 묶인 손을 들었다.
“아뇨, 아뇨. 마이클은 내 친구입니다. 우리는 사업을 합니다. 좋은 거래. 좋은 여자. 젊은 여자. 해치지 않았어요.”
카폴라는 육중한 주먹을 뒤로 당겼다가 리투아니아인의 턱에 박아 넣었다. 물기가 섞인 둔탁한 소리와 함께 페트라스의 젖힌 머리가 의자 뒤로 늘어져 바닥에 세게 넘어졌고, 이미 부어 있던 입술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카폴라는 피건을 보고 씩 웃었다.
“옛날 생각 나지?”
그가 주머니에서 펜치를 꺼내자 피건은 물었다.
“난 가도 되나?”
“왜, 이젠 생각 없나?”
“응.”
“좋아. 너는 아무 관련 없다고 했으니 그거면 됐어.”
카폴라가 말했다. 피건은 복도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그의 관자놀이에서 불길이 솟아 어깨너머를 돌아보았다. 방위대원 청년 두 명이 카폴라의 대머리에 손가락을 겨누고 있었다.
“다음에 봐.”
피건이 말했다.
“그래. 또 보자고, 제리.”
카폴라는 리투아니아인을 의자에 다시 앉히며 말했다. 피건은 등을 돌려 복도를 통해 술집에서 나와 패치 토너가 기다리고 있는 재규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