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나카네 가쓰아키
언어의 힘을 기르는 것만으로도 명문대 진학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을 증명한 온라인 글쓰기 교실 ‘언어의 숲’ 대표. ‘언어의 숲’은 초등학생부터 대입 준비생까지 약 1만 3,000명이 수강했고, 졸업생 중 상위권 중고교와 도쿄대, 교토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명문대 진학생이 계속 배출되고 있어 현지 학부모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객관적인 작문 평가를 위해 소논문 자동 채점 장치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언어의 숲’은 작문 첨삭뿐만 아니라 독서 독해 교육에도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초3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독해 작문 교육》 등이 있다.
옮긴이 황미숙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들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일본어로 먹고사는 통번역사. 늘 새롭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고, 항상 설레는 인생을 꿈꾼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일본어과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안 먹는 아이 잘 먹게 만드는 엄마의 말》, 《적당히 육아법》, 《조금 느린 아이를 위한 발달놀이 육아법》, 《화날 때 쓰는 엄마 말 처방전》, 《어른의 말공부》, 《한 문장으로 말하라》 외 다수가 있다.
초등 고학년은 한 번뿐입니다
SHOGAKKOSAIGO NO 3NENKAN DE HONTONI OSHIETAIKOTO,
SASETEOKITAIKOTO
by Katsuaki Nakane
Copyright © Katsuaki Nakane, 2020
All rights reserved.
Original Japanese edition published by Subarusya Corporation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21 by Bacdoci Co., Ltd.
This Korean edition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Subarusya Corporation, Tokyo,
through HonnoKizuna, Inc., Tokyo, and EntersKorea Co., Ltd.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엔터스코리아를 통한 저작권자와의 독점 계약으로 ㈜백도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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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초3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원제: 小学校最初の3年間で本当にさせたい 「勉強」)》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은 독서, 대화, 놀이, 자주적 생활이 중심이며 주입식 공부는 필요하지 않다고 썼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조금 달라진다. 부모는 자녀에게서 학습상의 여러 문제를 느끼게 되고, 그에 맞춰 자녀의 진로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아이는 갑작스레 부모에게서 자립하려는 마음을 갖는다. 순순히 말을 듣던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와는 달리 부모의 말을 듣지 않거나 반발한다.
나는 지금껏 40년 가까이 주로 글쓰기 학습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봐 왔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의 작은 반항기, 5학년부터 갑자기 어려워지는 공부, 6학년이 되면 직면하는 앞으로의 진로 고민 등 많은 사례를 접하면서 내 나름대로 여러 가지 대책을 생각해 제안해 왔다.
이 책은 고학년 아이들이 공통으로 맞닥뜨리는 문제를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다루고 있다. 내 생각이 반드시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러 내 주관이 상당 부분 개입된 이야기도 있으리라. 그래도 이 책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공부와 생활 면에서 고민하는 부모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성장은 가급적 멀리 바라보고 생각하자’고 주장한다. 멀리까지 보고 생각하면 지금 문제라고 여겨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괜찮은’ 것들이다. 지금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도 결국은 ‘괜찮아진다’는 생각을 하고 나면 자녀 양육이 한결 편해지고, 부모 자신도 더욱 성장하는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자녀가 성장함과 동시에 부모도 육아의 여러 문제를 뛰어넘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법이다.
앞으로 세상은 크게 달라진다.
어떤 학교에 진학하든, 어떤 회사에 취직하든, 혹은 어떤 자격을 취득하든 아이가 사회에 나가 활약하게 될 10년, 20년 후에도 ‘필요한 공부’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적어도 ◯◯만큼은 안심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10년 후, 20년 후에는 그 ◯◯조차도 위태롭다(◯◯에 무엇이 들어가든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자녀의 자주성, 창조력, 사고력, 공감력을 키우는 일이다. 사회가 어떻게 변하든 밝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앞으로의 교육 목표다. 그러려면 겉으로 보이는 밝음과 의젓함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세상에 기여하며 자기 자신도 늘 새로운 것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를 내다보며 육아를 할 수 있는 곳은 학교도 학원도 아니다. 다른 어떤 교육 기관이 아니라 바로 가정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이 책이 그런 가정의 자녀 양육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 책을 쓰면서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을 보신 분, 내가 운영하는 온라인 글쓰기 교실 ‘언어의 숲’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의 보호자분들, ‘언어의 숲’ 선생님들, 그리고 내 지인과 가족에게서 많은 의견을 들었고,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출판사의 편집자께서 바쁘신 와중에도 ‘언어의 숲’ 여름 캠프에도 참가해 주시고 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주셨는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도 1, 2학년 때까지는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다. 제 몸보다 큰 책가방을 멘 모습은 ‘귀여운 초등학생’ 그 자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도 아직 본격적이지 않아서 국어, 수학을 제외하면 예체능과 체험 중심의 통합 교과로 진행된다.
그러다가 3학년쯤 되면 ‘이제 제법 어린 티를 벗었는걸’ 하고 느끼는 부모가 많지 않을까 싶다. 학교에서도 나름대로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된다. 하지만 6년 동안의 초등학교 생활을 절반으로 나눈다면 3학년은 아직 전반부다. 여전히 어린 티가 남아 있다는 말이다. 3학년과 4학년을 통틀어 ‘중학년’ 정도로 묶기도 하지만, 사실상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올라가는 것은 초등학교 생활이 후반부에 진입했음을 뜻한다. 교내에서 언니, 형인 5, 6학년에 가까워짐과 동시에, 그 이후의 중학교 생활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학년이다. 아이들은 이 무렵부터 크게 성장한다.
나는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는 사람인지라 작문을 예로 들어 보겠다. 가령 글쓰기의 주제만 보아도 고학년이 되는 4학년부터는 저학년 시절과 차이가 난다.
저학년은 있었던 사건을 담담히 사실 그대로 쓸 뿐이다. 그러니 글자 수도 자연스레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길게 썼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것이 초등학교 1, 2, 3학년 글쓰기 공부의 특징이다.
물론 아직 손가락 힘이 약한 저학년이기에 모든 아이들이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학년 아이들 대부분이 가급적 길게 쓰고 싶어 한다.
그러던 아이들이 4학년이 되면 글을 길게 쓰는 데에 점차 흥미를 잃는다. 그러면 아이들의 흥미가 어디로 향할까? 바로 ‘재미있는 내용을 쓰는 일’로 옮겨 간다.
그리고 이 ‘재미’의 기준 역시 지적 수준이 높아진다. 저학년 시절에는 똥이나 오줌 같은 말에 반응하면서 깔깔대었다면, 이제는 익살 스러운 말장난의 재미에 눈뜨기 시작한다. 속담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는 것도 이 무렵이다.
부모나 선생님의 실수담처럼 권위 있는 어른의 약점을 소재로 삼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의 글에는 부모를 웃음거리로 삼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내 아이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 아빠는 이상한 사람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가족들만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글로 적은 적이 있다.
이것은 아이가 자립된 세계관을 가지게 되었다는 하나의 증거이기도 하다.
열 살은 이전과 크게 구분되는 나이다. 아기에서 시작한 10년이라는 시간을 일단락 짓고, 드디어 어른에 가까워지는 때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다양한 것들을 흡수하고 지적 능력도 향상된다.
한편으로 이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은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중학교 학업에 대비하여 5, 6학년 때 공부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여유 있는 생활 속에서 독서를 통해 사고를 심화시키거나 자신의 취미 분야에서 개성을 키울 수도 있다. 즉 독서와 사고의 수준도 확연히 높아지고, 몸의 성장과 더불어 할 수 있는 일들이 빠르게 늘어난다. 이후의 인생에서 필요한 하나의 토대가 형성되는 귀하고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한 일들은 훗날 큰 재산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3학년과 크게 다른 점은 자기주장이 생겨난다는 데에 있다. 자녀가 4학년이 되면서부터 ‘반항적인 태도로 변했다’,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지금껏 엄마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순순히 듣던 아이가 갑자기 ‘싫다’,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거 말고 이걸 하고 싶다’며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하면 엄마는 당혹스럽다. ‘왜 갑자기 말을 안 듣게 된 거지?’ 하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열 살쯤 되면서 말을 안 듣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부모가 전면적으로 관여해서 통제할 수 있는 자녀의 나이는 열 살까지다. 그렇기에 부모의 말을 비교적 잘 듣는 열 살 이전의 가정교육이 더욱 중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대부분 부모의 말을 순순히 잘 따른다. 이때는 엄마나 선생님이라는 어른이 모범이 되는 시기로, 아이들은 주로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의 방식을 익힌다.
반면 4학년 이후의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친구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이때는 부모와 자녀 중심의 사회관계에서 벗어나 친구라는 사회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하는 이행 기간인 셈이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면 친구의 비중이 더 커지고, 고등학생이 되면 이번에는 친구만큼이나 자신의 내면이 중요해진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부모의 말을 잘 듣지만, 4학년부터는 때때로 특별히 큰 이유 없이도 부모에게 반발한다. 이는 아이가 자립심을 키우는 연습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말이 거슬린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힘이 생긴 것을 시험해 보려는 마음에서 부모의 생각에 반대하는 의견을 펼치기도 한다.
부모에 대한 반발은 발달의 한 과정으로 그 자체는 오히려 반겨야 할 일이지만, 더러 정도가 심해서 부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중 하나의 큰 원인은 자녀가 말을 잘 듣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부모가 과도하게 통제한 탓이다.
애초에 저학년 때는 부모의 지시나 허락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아이 역시 부모의 지시를 기대하면서 생활한다. 하지만 이때 부모가 사사건건 너무 지시하고 통제하면 아이는 성장하면서 자신이 부모의 로봇 역할을 한 것에 반발심을 품는다.
그렇다면 아이는 이제 영영 부모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 버린 것일까? 그만 포기하고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시기야말로 앞으로의 부모 자식 관계에서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일방적으로 부모에게 보호받던 기존의 입장에서는 졸업하지만, 머리도 마음도 성장하는 만큼 부모와도 더 대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 시기에 자녀와 제대로 마주하면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즉, 오히려 부모 자식 간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커다란 기회인 셈이다.
이 시기에 신뢰 관계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따라 중학생 이후 자녀와의 관계성이 달라진다. 자녀가 중학생이 되어 본격적인 반항기가 찾아와도 초등학교 시절에 제대로 관계 형성을 해 두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초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3년을 고학년이라고 통틀어 말하기도 하지만, 도입부인 4학년과 그야말로 고학년인 5, 6학년은 또 다르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듯이 4학년은 큰 변화를 겪는 시기다. 4학년은 3학년과 함께 중학년으로 묶여 ‘또래 시대’, ‘전사춘기’라 불리는 시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3학년은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다. 또래의 집단행동이라고 해 봐야 친구들과 수업 시간에 떠드는 정도의 귀여운 수준이다. 하지만 4학년이 되면 그 내용이 달라진다.
어떤 학교에서는 4학년들의 보호자 모임 첫 시간에 학년 주임이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다.
“4학년은 한창 또래들과 집단행동을 할 때여서 어려운 학년입니다. 따돌림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겁니다. 마음을 다해서 지도에 임하겠습니다.”
실제로 선생님에게 말대답을 하고, 주의를 받아도 무시하거나, 친구들 간에 따돌림, 험악한 싸움 등 다양한 문제가 속속 발생하기도 한다.
4학년은 특히 친구 관계에 문제가 많아지는 연령이다.
공부든 운동이든 ‘서열’이 분명하게 드러나므로 서로 무시하고 무시당하는 일이 생긴다. 그 결과 스스로 자신감을 잃는 아이도 많아진다. 그렇지만 이 역시 한때의 과정이므로 5학년이 되면 대개는 진정된다.
4학년과 5학년 이후의 큰 차이는 ‘추상적인 어휘를 사용한 사고를 할 수 있느냐’에 있다. 가령 ‘나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