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SHUNKIDANSHI NO TADASHII TORISETSU
Copyright ⓒ 2020 by Yukio Yanagisawa
All rights reserved.
Original Japanese edition published in 2020 by SB Creative Corp.
Korean translation rights arranged with SB Creative Corp., Tokyo
through Eric Yang Agency Co., Seoul.
Korean translation rights ⓒ 2021 by ANDABOOKS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에릭양에이전시를 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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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전에 남학교인 가이세이중·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학부모 학교장 간담회’에 참석할 때면 “사춘기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습니다.
특히 인상에 남았던 것은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을 둔 가정일수록 “누나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라며 한숨 쉬는 어머니가 꽤나 많았다는 점입니다.
남자 형제 없이 자매들만 있는 가정에서 자란 어머니일수록 “남자아이는 왜 그런지 정말 모르겠다!”라고 합니다.
엄마 입장에서 딸은 ‘동성’이기 때문에 생각이나 행동 패턴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공감해 주고, 실제 그것만으로도 대화를 풀어 나가는 경우가 많지요.
반면, 아들은 좀 과장되게 말하면 엄마와는 전혀 다른 생물체입니다. 그야말로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도 그 마음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고, 기함할 만한 행동을 하거나 어이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이상한 행동을 해도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지요. ‘이런 게 아들 키우는 재미인가?!’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들면 그렇게 말할 수 없게 됩니다. 애초에 드러났던 남자아이의 기질에다 사춘기만의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아들은 어머니들에게 점점 더 먼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어머니들이 아들을 키우기 어렵다고 하는 가장 큰 원인이, 여성만이 갖고 있는 감성과 가치관으로 자식을 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어머니의 상식이 아들에게도 상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부모 자식 관계라도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는 사물을 보고 파악하는 것부터 행동 방식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어머니의 가치관만이 옳다고 생각하면 아들을 이해하는 것도, 다루기 힘들어하는 것에서도 영원히 헤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주의가 필요한 부분은 말을 걸 때의 방식입니다. 어머니와는 전혀 다른 발상이나 가치관을 가진 아들에게는 말이 의도한 대로 전달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내 말이 그대로 전달되지가 않아요” 정도는 그나마 다행이고,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격려한다고 한 말이 오히려 열등감을 심어 준다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어머니들이 일상생활 중 무심코 입에 담기 쉬운 34개의 문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말들이 아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나 그런 말들을 사용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어머니들에게 필요한 생각의 전환에 대하여 중고생을 9년간 일정한 위치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느꼈던 것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야나기사와 유키오
프롤로그
Intro 사춘기 아들은 도대체 왜?
엄마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춘기 아들의 행동 패턴
본인도 모르는 짜증 난 마음
사춘기 아들과의 의사소통 방법
Chapter 01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이제 공부 좀 해!
영어가 완전 바닥이네
이런 문제도 몰라?
딴짓하지 말고 책상에 좀 붙어 있어!
다음 시험 잘 보면 사줄게
그러게 미리 좀 해 놓지!
시험 몇 개 틀렸어?
너는 날 닮아서 문과야
Column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 1
Chapter 02 대화를 더 많이 하고 싶다면
또 핸드폰 보고 있지?
집안일은 됐고 공부나 해!
동아리 활동보다 공부가 중요하지!
넌 만화만 들여다보니?
남들이 엄마를 흉봐!
학원비만 버리고 있잖아
부모한테 그게 무슨 행동이야?
항상 약속을 안 지키잖아!
네 방에서 안 좋은 냄새 나!
Column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 2
Chapter 03 자신감을 북돋우고 싶다면
◯◯ 반만 따라 해도 좋겠다!
너도 좀 나서서 해
우리 애는 틀렸어
이번 선생님은 좀 별로네
네 성적으로 그 학교 지원하게?
◯◯는 했니? ◯◯는 챙겼어?
Column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 3
Chapter 04 꺼내기 불편한 말을 하고 싶다면
누가 너 따돌리니?
용돈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거니?
그런 애하고 놀지 마
Column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 4
Chapter 05 자립을 돕고 싶다면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니?
커서 ◯◯(직업) 돼야지
저런 사람들 이해가 안돼!
그러니까 엄마가 말했잖아!
싫으면 그만둬
돈은 엄마가 맡아 놓을게
남자답지 않아
가족이니까 같이 가야지
에필로그
사춘기에 접어든 남자아이는 다소 개인차는 있지만, 누구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게 됩니다. 그중에서 어머니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예전에 비해 급격히 말수가 줄었다’라는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 껌딱지처럼 성가실 정도로 붙어 다니며 “엄마 있잖아! 오늘 학교에서~” 종알거리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서의 일이나 친구들에 대해서 일절 말하지 않게 됩니다.
뭔가 질문을 해도 ‘몰라’, ‘별로’, ‘보통’, ‘글쎄’ 같은 단답형으로만 겨우 대답을 하지요.
집에 있으면 있는 자체로 기분이 좋지 않고, 입을 여는 것도 귀찮아 죽겠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자기 방에서 도무지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얼굴을 볼 수 있는 건 식사할 때뿐이에요. 왠지 엄마를 피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하지요. 가끔 함께 외출하자고 권해도 일체 응하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는 어머니들의 아이도 틀림없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텐션이 낮고 미적지근한 반응만 보이는 상태가 지속되다가 느닷없이 감정을 폭발하는 아들의 모습에 당황스럽다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잘되라고 생각해서 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갑자기 성질을 내면 어머니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시끄러워!”
“알았다고!”
“그냥 내버려 둬!”
“맘대로 ○○하지 마!”
더구나 이 시기의 남자아이들은 ‘2차 성징’이 한창일 때라 성인 남성처럼 아주 굵직해진 목소리로 화를 내면 더더욱 당황스러울 거예요.
개중에는 사소한 일로 분노를 폭발시키다가 급기야는 주먹을 휘둘러 벽을 움푹 패는 아이도 있습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사랑스럽고 고분고분한 아이였는데 왜 그러는 것인지 충격을 받는 어머니도 있을 거예요.
물론 그런 아들의 태도에 기가 죽기는커녕 100배로 되받아치는 씩씩한 어머니도 있겠지만, 그것을 계기로 순한 아들로 되돌아왔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늘 기분이 안 좋고 말수가 적은 것도, 때로는 감정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도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틀림없는 특징입니다. 유독 내 아이에게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문제도 아니며, 더구나 어머니의 양육 방법이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흔히 말하듯, 이것은 누구라도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며, 아이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사춘기 남자아이는 늘 짜증이 나 있습니다.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도, 항상 기분이 언짢은 것도, 가끔씩 감정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도 모두 이런 감정 상태가 원인입니다.
이런 짜증이 나는 시기와 이른바 반항기는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첫 반항기는 2~3세 무렵의 ‘싫어병’에 걸린 시기인데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싫어!”라고만 해서 부모를 질리게 만듭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아이의 행동 범위가 넓어진 만큼 그에 대한 욕구도 다양해지고 증가하는 반면, 정작 자신의 의사를 타인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모가 그런 기분을 잘 헤아려 준다면 좋겠지만, 부모의 상상력과 아이의 욕구가 일치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보통 엇갈리는 일이 다반사예요. 그렇다 보니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아이는 당연히 짜증을 부립니다. 그런 감정이 끝내는 싫어병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싫어병 시기를 극복하게 되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는 마음의 성장과 언어 능력의 균형이 유지되기 때문에 부모 자식 간의 충돌은 그다지 발생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만 돼도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분노의 감정이 생겨도 어느 정도 어울리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시기 아이들의 감정이나 생각은 꽤 단순합니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단어만으로 충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남자아이나 여자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잘 재잘거립니다.
그렇게 재잘대던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시기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눈에 띄게 성장하기 때문에 감정이나 생각은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그런데 언어 능력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중학생이 되면 이미 대화하는 데 필요한 단어는 충분하게 습득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건 오해입니다.
물론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감정이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의 언어 능력을 몸에 익히려면 한참 더 시간이 걸립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태어난 지 겨우 13~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말을 하게 된 나이부터 세어 보면 본격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햇수는 더 짧아집니다. 우리가 영어를 10년 정도 배웠다고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말수가 적다고 해서 ‘아무 생각도 없을 거야’라고 판단하는 건 너무 섣부른 일입니다. 이 시기의 남자아이들은 어른들이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 언어의 성장이 따라 주지 않을 뿐입니다.
이러한 몸과 마음의 성장에 비해 언어 획득이 지체되는 현상은 여자아이보다는 남자아이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확실히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 비해 좀 더 말을 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싫어병에 걸린 아이처럼 사춘기 남자아이들도 짜증을 부리는 상태가 됩니다.
더욱이 사춘기 남자아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 시기 특유에 발현되는 ‘성적 욕구’입니다. 급격한 신체의 변화로 당혹스러운 가운데, 자기 자신의 성 정체성에 눈뜨거나 이성에 대한 성적인 관심이 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욕구가 매우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그 ‘정체’를 아이들 스스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쩌면 그 어떤 예비지식도 없이 갑작스럽게 남극 대륙에 뚝 떨어졌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정체불명의 욕구는 아이들이 느끼는 짜증을 증폭시킵니다. 그것이 ‘말수가 줄었다’, ‘감정적이다’, ‘공격적으로 변한다’라는 태도로 나타나게 됩니다.
어머니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때로는 화나게 만드는 아이들의 태도 밑바탕에는 사춘기 남자아이들만의 이런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늘 기분이 언짢고, 감정적이며 공격적인 사춘기 아들은 다루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와의 의사소통은 당연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춘기 아들이 엄마에게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려도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집안에서는 항상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여서 대하기 어려운 아들이 학교나 학원에서는 붙임성 있게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밝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적은 없으셨나요? 이런 양면성 또한 사춘기 남자아이의 특징인데요.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기분이 언짢은 상태’로 있을 수 있고, ‘감정적’이며 ‘공격적’인 감정을 보일 수 있는 곳은 말하자면 가정 외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즉 사춘기 남자아이들이 집에서는 솔직한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앞에서 비유했던 남극 대륙에 갑자기 뚝 떨어진 것처럼 아이들은 사실 많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쉽게 와 닿지 않더라도, 사춘기 아들은 그만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