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유키 엄마가 말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 아냐!”
엄마는 쿵쾅쿵쾅 걸어와 내 맞은편 소파에 등을 쭉 펴고 앉았다.
나는 옆에 있는 아빠 쪽으로 슬금슬금 엉덩이를 밀었다.
“다케유키는 가져왔다는데, 넌 어째서 그렇게 맨날 잊어버려?”
나를 보는 엄마의 눈빛이 점점 사나워졌다.
나는 또 슬금슬금 움직여, 아빠와 딱 붙어 앉았다.
“아, 그래! 생각해 보니까, 아빠도 어릴 때 준비물 챙기는 걸 깜빡깜빡했다. 반에서 ‘깜빡깜빡 챔피언’이었어.”
아빠가 말했다.
“우아, 정말요? 저도 짝꿍이랑 우리 반 ‘깜빡깜빡 챔피언’ 자리를 다투고 있어요.”
“그런 거, 자랑 아닙니다! 엄마는 깜빡깜빡 잊는 법이 없답니다!”
엄마는 화가 나면 높임말을 쓴다.
엄마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오렌지 주스를 꺼내 왔다.
“히로키, 뭐든 챔피언이 되는 건 힘들단다.”
아빠가 나에게 바짝 다가와 조그맣게 말했다.
그때, 삐이! 삐이!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앗, 엄마. 냉장고 문 닫는 거 잊었는데요!”
소파에 앉았던 엄마는 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