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장편동화로 활동을 시작해 2020년 <유원>으로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 2025년 <반의반의 반>으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전 세대가 함께 읽는 작가 백온유의 첫 소설집. 첫 소설집이 9년 만에 출간되었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실린 소설 한 편 한 편이 흠잡을 데 없이 매력적이다. 출간 전 작가 이름 없이 수록작 <광일> 한 편을 먼저 읽은 '블라인드 독파단' 독자 칠백오십여 명이 흡인력과 몰입력에 호응했다. 소설이 균열을 일으키는 방식을 소설가 김연수가, 인물의 묵묵한 표정을 벗겨내는 방식을 가수이자 작가인 이적이 주목하며 추천했다.
백온유의 소설은 자주 독자를 놀라게 한다. 단단하게 맞물린 서사가 서스펜스를 향해 정속주행하다 구덩이 앞에 급정거해 우두커니 저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이 온다. 독자는 뒷 얘기를 예상하며 따라온 서사가, 내가 마음을 둔 인물이 방향을 틀어 제 갈 길로 돌진해버리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소설집의 첫 작품 <나의 살던 고향은>의 '영지'의 이야기가 있다. 다이어트 보조제를 판매하는 꺼림칙한 회사에서 과로에 시달리며 서울살이를 버티다 엄마가 다쳤다는 아버지의 전화에 고향 '한서'로 간다. 사회초년생, 가부장제, 돌봄, 이산(Diaspora) 같은 주제를 해시태그로 떠올리며 독자는 이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꿰어맞추게 된다. 엄마가 왜 다쳤는지, 영지는 왜 홀로 상경했는지, 산주의 딸이 영지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영지의 선택이 무엇인지가 밝혀짐에 따라 이야기는 드리프트한다.
기대하고 예상하고 인물들을 속단하며 백온유의 소설을 읽어보시길. <광일>의 가정적인 택시기사의 노동에 마음을 기대며, <사망 권세 이기셨네>의 주인공 미리를 갈취하는 세주를 흘겨보며 소설을 읽다 이야기가 뒤집어지는 경험을 해보시길 권한다. 한 인간에게 이토록 많은 겹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체험하게 될 때 인간은 어른스러워진다. 이 소설들을 읽은 후 당신은 조금 달라져 있을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나한테는 얘기했으면서?"
"네가 남이냐. 너는 나지. 너한테 말한 건 그냥 혼잣말한 거지."
영지는 엄마의 말을 들었을 때 가슴 언저리가 간질거렸다. 그 말은 좋기도 하고,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쓰다 멈추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새로운 알림은 없었다. 그럼에도 화면을 내리다가, 또 한 번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지.'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첫 줄에서 잠깐 멈췄거나, 두 번째 줄쯤에서 눈길이 딴 데로 샜거나, 잠시 다른 생각이 스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당신은 지금 여기까지 읽어왔다. 그 이유는 어쩌면 '나도 집중을 못 하는데'라는 작은 공감 하나가, 당신의 뇌를 이 페이지에 붙잡아두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뇌는 늘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이야기가 그 자극이 된 셈이다. (믿고 싶다.)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문장보다 더 새롭고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아 쉬지 않고 주변을 스캔하고 있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되는데'라는 자책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그 자책이 얼마나 억울한 것이었는지를,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알려준다.
저자가 끝내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바로, '나를 탓하는 일을 이제 그만 멈추라는 것!'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의지박약'이라 낙인찍는 대신, 뇌의 영악한 본성을 이해하는 데서 다시 시작하길 권한다. 뇌의 메커니즘을 인정하는 순간, 산만했던 하루는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 뇌의 흔적으로 재해석될 것이다. 저자가 바라는 종착지는 단순히 더 많은 일을 처리하거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 내 앞의 사람에게, 내가 선택한 이 과업에, 그리고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는 삶이다. 소박하지만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그 명료한 일상을 되찾아주는 지도가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 자기계발 MD 김진해
추천글
"집중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뿐 아니라, 그것을 삶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보여주는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자신의 집중력을 제대로 다루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안내서다." - 크리스 베일리 (생산성 전문가,<일하는 시간을 줄여드립니다>저자)
뮤지션이자 작가인 이랑이 2021년 언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처절하게 써 내려간 기록이다. 외할머니, 엄마, 그리고 이랑으로 이어진 우울과 학대의 시간을 되짚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안은 채 어른이 되었고, ‘누군가가 그만둔 삶’을 여전히 살아가며 오늘도 글을 쓴다. 이 기록은 가족 안에서 반복되어 온 폭력과 감정의 균열,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자신의 내면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이 기록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끝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들고 있는 삶의 방식에 가깝다. 일기와 산문, 단편적인 기억들이 교차하는 형식 속에서 한 개인의 시간이 파편처럼 이어진다. 상처를 봉합하거나 의미를 정리하려 하지 않고, 그 고통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바라보고, 말하고, 다시 써 내려간다. 이해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히지 않기 위해. 그리고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해.
- 에세이 MD 도란
이 책의 한 문장
깊은 사랑과 냉철한 이성과 오래된 우울감이 함께 존재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언니에게 말하고 싶다. 사랑받지 못해서, 사랑을 모른다고 서로 말하던 우리 두 자매였는데. 언니가 떠난 뒤에 나는 강렬하게 원하는 것이 생겼음을, 그래서 무척 아프고 괴롭지만 굉장한 것을 배우고 있음을 언니에게 꼭 말하고 싶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으로 어쩐지 언니에게 전해질 거라고 느낀다.
호구.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 윤수는 '착하게만' 살아왔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호구로 불려도, 착한 척한다는 이유로 '위선자'라고 불려도, 반에서 괴롭힘당하는 주온과 같이 엮여 무시당해도 참았다. 하지만 유난히 키가 작은 할아버지로 인해 '난쟁이'라는 소릴 괴롭힘 가해자 권이철한테 들었을 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호구가 될 바엔 권이철처럼 압도적인 사람이 되어야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며 "싹바가지 없게 살"기로 한다.
전작 <율의 시선>으로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김민서 작가의 신작. 자신의 욕망을 치열하게 돌보고 내면을 성찰하며 성장해 가는 윤수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착하게 사는 게 손해라 여겨져 의도적으로 탈선을 시도한 윤수는 그 탈선의 길에서도 만족하지 못한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어떤 시선으로 삶을 응시하는 게 옳은 걸까? 그 모든 분투의 과정이 삶이라는 걸 윤수는 너무나 빨리 깨달은 걸지도 모르겠다. "설령 불행해진다 해도 나만의 인생을 위해." 그것이 호구이든 개자식이든.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어. 숨 막히게 최선을 다했어. 이 고통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그러니 타인은 나를 증명할 수 없어. 신조차도 나를 증명할 수 없어.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이게 나의 프라이드야. p.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