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농촌경제연구원이 수도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장이 개방됐을 경우 수입 쌀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은 놀랍게도 54%에 달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수입 쌀을 사지 않겠다는 응답은 44.5%에 불과했다. 쌀에 대한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정서에 비추어 봤을 때 충격적인 결과라 아니할 수 없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바로 현재 한국 쌀이 처한 냉혹한 현주소이다.
이 책은 이렇듯, '쌀의 죽음'이 거론될 만큼 한국 쌀이 유사 이해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쌀이 한국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에서 쓰여졌다. 이 책이 오늘날 가정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들과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쌀을 거리낌없이 천대하는 청소년들에게 '쌀과 한국인'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한국 쌀의 소중함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면 나로선 더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