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자리 잡고 존재가 드러나는 장으로서의 예술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하이데거는 반 고흐의 구두 그림을 예로 들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하이데거와 반 고흐가 공유하고 있는 향토적 파토스에 관심이 갔다. 그리고 반 고흐의 구두 그림에 대한 샤피로와 데리다의 논쟁에 주목하여 회화의 역사에서 구두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상징을 살펴보았다.
푸코도 무수하게 권력이라는 말을 쓰고 우리도 항상 권력을 말하지만 그것은 정치적 의미의 지배-피지배 관계만은 아니다. 제도적 권력관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것은 사적 개인들 사이의 인간관계이기도 하다. 그럴 때 권력은 정치적 사회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심리학적인 문제이다. 권력있고 돈 많아 한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오만한 표정 앞에서 주눅드는 힘없고 보잘것 없는 사람들의 쓸쓸함과 분노가 바로 그것이다.
테크노 시대의 일상은 기계의 소음 속에서 게임이 주는 짜릿한 흥분과 함께 인간을 더욱 소외시키고 있다. 축제의 복원, 품격의 복원, 결국 따뜻한 인간성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앙리 르페브르의 저술이 시대를 초월하여 생명력을 갖는 참된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 박정자(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