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이라는 것은, 사실 라이프스타일 소설이다. 흔들리는 마음 같은 것을 그릴때, 라이프스타일의 디테일을 묘사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어떤 사람과 잘 풀리지 않을 때, 혹은 잘 풀려서 행복한 순간은 지극히 한 순간이지 않은가. 실제의 연애를 생각해보자. '이 사람 좋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한 순간은 정말 '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대로 좋은 것이다. 그래서 반대로 연애가 아닌 부분을 아름답고 정중하게 잘 묘사하는 것으로 그 '한 순간'의 리얼리티를 살려줄 수 있다. 지금 세상은 사람들이 주목받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앗,하는 순간으로 상대방을 보는 경향이 있는 '표면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테일은 더더욱 중요하다.
연애에 교과서는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된다는 절대적인 정답도 없습니다. 연애의 소용돌이에 빠진 사람은 거울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비춰볼 수 없으니까요. 빈약한 경험과 연애의 모습을 비추는 탁한 거울밖에 갖고 있지 못한 저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나름대로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제 첫 단편집이고, 첫 연애소설집입니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쓰기 시작해서 몇 개월에 한 편씩 손으로 더듬거려 가며 정성껏 만든 작품입니다. 그때까지는 주로 미스터리만 썼기 때문에 아무도 죽지 않고 범죄도 일어나지 않는 소설을 쓰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남녀의 연애 한 장면을 선명하게 오려낼 수 있다면 좋겠다. 되도록 아무도 쓰지 않은 테마를 아무도 쓰지 않은 방법으로 써 보고 싶다. 어른의 연애소설은 냉혹한 시선으로 관찰한 어두운 이야기가 너무 많으니, 조금 달달하더라도 다 읽고 난 뒤에 편안한 취기를 남길 수 있는 러브 스토리를 쓰고 싶다.
그렇게 써 나가는 동안 발견한 것은 제 작가로서의 적성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남녀 간의 연애의 한 장면을, 선명하게 잘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누구도 쓰지 않은 주제를, 누구도 쓰지 않은 방법으로 쓰고 싶다. 어른의 연애소설은 차가운 눈으로 관찰한 어두운 이야기가 많았으므로 좀 달콤해도 괜찮으니까 다 읽고 나서 기분 좋게 취기를 날려 버릴 만한 러브 스토리를 쓰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써 나가는 동안 발견한 것은 내 작가로서의 적성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리즈를 쓰면서 무척이나 즐거웠던 것입니다. 실제 체험한 것도 약간 있지만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라든가 '그렇게 하면 좋았을지도?' 같은 가슴 뛰는 전개가 많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