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아버님께》 개정판을 내며
다산 가족의 아픔과 그리움을 마주하니, 그로부터 2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제 어린 시절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아 서글픔도 느꼈습니다. 원고를 쓸 때만 해도 어렸던 제 아이가, 학연과 학유의 십 대 소년 시절도 지나 청년이 된 지금은 어떤가요? 예나 지금이나 또래의 젊은이들이 태어난 처지와 가진 것에 구애됨 없이, 자신의 소질과 노력만으로 바라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온 걸까요? 그러고 보니 어느새 저도, 다음 세대의 앞날을 바라보고 염려하던 다산과 제 아버지의 시간에 가까이 와 있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산과 가족들처럼, 가혹한 상황에도 운명이라 체념하거나 그릇된 것과 타협하지 않고, 선하고 의로운 사람의 본성을 지켜온 이들은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시대는 물론 다음 시대의 사람들에게도, 두고두고 크나큰 용기와 위안을 줍니다. 역경 속에도 진실과 인간다움을 선택하고 지켜간 앞사람들을 보며, 지금 우리는 더 힘을 내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