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울분을 터뜨리다 당연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는데, 우리를 억압하는 대상은 시어머니, 시아버지, 장모님, 장인어른, 남편, 부모, 연인, 직장상사, 학교 동창 등 모두 우리 곁에 있는 존재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복수의 대상은 뜻밖에 가까운 곳에 있으며, 의외로 복수는 마음만 먹으면 시도해볼 수 있는 만만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 우리에게 분노라는 감정이 존재하고, 복수라는 행동에 열광하려는 마음 역시 존재한다면, 우리의 삶에 그것들이 필요하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열망에서 비롯된 나의 소설, 『아홉 꼬리의 전설』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점점 몸피를 갖춰나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로 발 없는 이야기도 천 리를 간다. 심지어 천년을 살기도 한다. 작가로서 덕문과 금행, 두 고려시대 탐정의 이야기도 천 리를 가고 천년을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