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커피 한 잔이 있으면 쓸 수 있다. 커피 한 잔이 없어도 쓸 수 있다. 아플땐 아무것도 쓸 수 없고, 정말 아플 땐 물소파를 쓸 수 있다. 아무것도 없을 때, 물식탁만 있으면 쓸 수 있다.
숲을 살짝만 벌려도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쓸 수 있다. 아픈 여자들이 물소파에 앉아 있어서 쓸 수 있다. 내가 나의 숲을 안고 달려가는 그곳에 더 약한 말들이 있어서 쓸 수 있다.
어제 고치지 못한 시가 있어서, 오늘 마감해야 할 시가 있어서.
떠나는 사람이 있어서, 떠나보내는 형식 중에 시라는 것도 있어서.
나와 함께 사는 동물이 있어서.
시집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시집으로 날아와서.
혹은 아무도 없어서, 아무도 없이 혼자 가야 할 길이 있어서.
―에세이 「물모자를 쓰고 카페에 갔어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