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역사란 쓰라린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어하는 이상주의자들이나 관심을 가질 주제"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버린다. 과거란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충분히 생각해보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한번 고려해보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오늘날 경영자들이 대면한 도전은 예전에도 등장했던 것인데, 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며 이를 다시 되풀이하는가?"
그가 이 책 전체를 통해 묻고 또 묻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누군가 지식 경영 이야기를 꺼내면 그는 웃으며 동인도회사의 사례를 설명할 것이고, 현대 기업의 조직론을 들먹이면 그 어떤 기업보다 탄탄하고 정밀한 구조를 자랑한 시토회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ERP니, CRM이니 6-시그마처름 암호 같은 경영 용어가 가득한 책을 잠시 밀쳐두고 이 책을 펴들고 <손자병법>과 이집트 파라오와 산업 혁명 이야기를 읽어보자. 회사를 이끌어나가고 부하 직원들을 관리하고 경쟁자를 연구하는 데 필요한 안목과 시각이 바로 이 속에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수많은 회사와 기업가들이 까맣게 잊어버린 기업 윤리와 자기 절제와 공공 복리 같은 미덕의 중요성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역사와 경영이 무슨 관계인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책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무언가와 헤어졌다. 《침묵의 봄》을 번역하고 나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옮긴 후로 대규모 프랜차이즈 업체의 햄버거와 청량음료를 거의 먹지 않는다. 이번 책을 번역하면서는 옷을 가능한 한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대상에 작별을 고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