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도 아니고 시 아닌 것도 아닌
이상한 시 중에서
이런 시가 있다.
시인
가슴을 숙여야 한 시인
평생 단 한 편 시를 쓰더라도
온몸으로 시를 살아가는 사람
머리를 숙여야 할 시인
마음을 가다듬고 밤을 새우며
시다운 시를 쓰려고 애쓰는 사람
악수를 해야 할 사람
머리를 굴려가며 끄적끄적
그럴듯한 말장난을 만드는 사람
고개를 돌려야 할 사람
시를 쓴다고 소문을 내면서
진짜로는 시인을 핑계삼는 사람
시를 쓰면서 더군다나
이번처럼 책을 내면서 나는
어느 시인에 속하는가 스스로를 반문해 본다.
열한 권째 책을 내면서
두 번의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나는 늘 내 스스로가 궁금하다.
나는 과연 어느 시인인가.
가슴을 숙여야 할 시인이 되고 싶은데
고개를 돌려야 할 시인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적어도 머리를 숙여야 할 시인이 되자고 늘 애를 쓰지만
내 주위에서 내가 시인인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행이다.
나는 하모니카 가르치는 딴따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