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으나 방법을 몰라 답답할 때
많은 중장년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나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을. 또한 독서에 관심은 많으나 막상 책을 읽는 데는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도. 반면 이미 일반적인 독서 모임을 운영하거나 혹은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책을 읽고 지식을 얻기 위해 그 내용 이해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장년들에게 책을 읽는 것 자체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만들어진 책 질문지는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기도 하고요.
2년 전 우연히 「책」 질문지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게 바로 중장년이 나이 들어서도 평생 함께 즐길 수 있는 길이구나’라는 감이 딱 왔습니다. 과정을 마친 후 눈에 보이는 대로 40여 권의 책을 가지고 천 개 이상의 「질문지」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지를 바탕으로 독서 모임 진행을 추진했고요. 먼저 강동 구립 둔촌도서관에 독서 커뮤니티 진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안했습니다. 이름하여 ‘책과 함께 이야기하기’ 2022년 3월부터 8월까지 진행했습니다.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어요. 힐링과 치유, 성장과 습관, 인문 및 교양 의욕이 앞서 멋모르고 6개월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끌고 갔습니다. 코로나19 와중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뚝심 있게 끝까지 밀고 나갔지요.
이때 ‘참석자들이 선호하는 게 뭔지 또한 별로 내켜 하지 않는 건 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그들 역시 다른 중장년과 마찬가지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으나 책을 읽는 건 부담스러워했어요. 자연스럽게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질문지 독서에서 다룰 분야의 방향이 잡혔습니다. 바로 철학과 수필이지요. 철학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중장년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나침반 역할을 한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지요. 수필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작가가 현실 세계에서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쓴 글이 아닌가요. 따라서 그에 관한 질문지는 독서 모임을 위한 멋진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중장년은 어느 세대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대부분 살면서 작가와 비슷하게 경험했을 가능성이 크기에 그걸 풀어서 이야기하도록 하면 되니까요.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에 질문지 독서 모임인 「수다 떨기 인생 학교」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먼저 3개월 동안은 강동평생학습관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고요. 프로그램 제목은 [질문지 독서 - 수필과 인생 이야기]. 지난 1월부터는 [보통 사람들의 철학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참가자들과 하하 호호하고 있습니다. 안국동에서는 「북촌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질문지와 참가자들이 이야기한 내용을 결과물로 엮어 보면 더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이 책이 탄생한 계기입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주제로 구분했습니다. 제1부는 나는 누구인가요?, 제2부는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제3부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제4부는 불안과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나요?, 제5부는 진정으로 행복한가요? 주제별로 각각 9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꼭지는 ‘이야기 소재’, ‘나눔을 위한 질문’, ‘나눔과 치유’ 그리고 ‘마무리 정리’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야기 소재’는 다<산초당〉이 출간한 『데일리 필로소피』에서 마음에 드는 45개의 구절을 임의로 골라 왔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나눔을 위한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그 ‘질문지’를 가지고 참가자들이 자기의 경험이나 생각 그리고 느낌을 말하며 ‘나눔과 치유’를 하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요약·정리하였습니다.
이 책의 발간 목적은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으나 방법을 몰라 답답한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어떤 책의 한 구절을 바탕으로 만든 질문지는 파급효과가 대단합니다. 평소에 생각지도 않았던 기억이나 경험들이 마구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힐링하며 자존감을 느끼는 거지요. 또한 질문지는 독서 모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분들에게 유용한 도구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사례 중 하나고요. 자신이 쓴 책을 더 많은 독자에게 알리기를 원하는 저자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질문지는 독자들이 저자의 책에 더 친근감이나 몰입감을 느끼게 할 수 기회를 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