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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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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강나루의 대화>

강나루의 대화

까마득한 길이 어제처럼만 같다. 걸음걸음 인도하신 이 마지막 한걸음도 헤이실 것을 믿는다. 노을 빚기 노을이 저리 곱다 하오시니 내 노을 한 채 빚으렵니다. 쌓아도, 쌓아도 닿지 않는 하늘 고이고, 받치고 한 땀 한 땀 다듬어서 채색 옷도 곱게 내 노을 한 채 빚어드리리라 합니다.

김종호 시선집

아내가 떠나고 며칠 없어 백일이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서 저물도록 하염없이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지. 좁은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과 이차선 도로를 왕왕 달리는 차들과 누레지는 밭과 들판, 먼 산 너머 파란 하늘. 아내는 새들처럼 날아다니고 있었을까. 그녀의 고달팠던 삶들을 하나씩 지우고 있었을까. 아내가 바라보던 풍경이 그냥 하얗다. 시인이라고 아내의 아픔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들개처럼 떠돌았던 날들이 고통으로 나를 찌른다. 내길 또한 멀지 않고, 한 걸음도 안 되는 길이 참 멀다. 거울 앞에서 당신은 여전히 웃으며 나를 보고, 내 가난한 시를 엮어, 국화 한 송이를 드린다.

날개

멀리 걸어왔다. 험한 길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자체로 기적이므로 그의 섭리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다섯 번째 새 한 마리를 방생하려 한다. 새야 멀리 날아가라. 어느 산골 외로운 나무에 둥지를 틀고 울어라.

잃어버린 신발

아내는 그 숲길에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 떠났다. 그 숲을 걸으면서 아내와의 긴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이 일 년이란 시간이 되었다. 참 긴 시간을, 제6시집을 준비하면서 보낼 수 있었다. 그녀에게 줄 수 있는 나의 전부이다. 그녀는 체경 앞에서 여전히 웃으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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