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부터 동화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림책 《12명의 하루》로 2015년 일본 그림책 상을 받았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12명의 하루》 《선으로 놀자》 등이 있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 《30층 집, 고양이를 찾아라!》 《엘리베이터의 이상한 버튼》 등이 있습니다.
보호색 그림책을 만들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자연 속의 동물들이었습니다. 모래색을 띄어 바다의 바닥색과 분간이 안 되는 가자미. 자유자재로 몸 색깔을 바꾸어 자연 속에 몸을 숨기는 카멜레온 같은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화장지 상자를 무늬 없는 베이지색으로 바꿨더니 나무 책상의 색깔과 잘 분간이 되지 않아 못 찾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일은 ‘건망증 보호색’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생활 속에서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색깔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가게에 늘어선 과일의 빨간색이나 오렌지 빛깔들을 떠올려 보세요. 딸기, 귤, 망고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지요. 모양은 같지만 색깔이 각기 다른 셔츠나 양말이 양복점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으면, 살 마음도 없으면서 어떤 색이 제일 좋을까 한참 동안 고르는 일도 있습니다. 새 크레파스나 색연필 상자를 열었을 때, 단계별로 놓인 갖가지 색깔을 보는 즐거움이란! 수예점에서 알록달록한 실과 오밀조밀 같은 색깔별로 모여 있는 단추들을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지요.
사람들이 사는 도시의 풍경은 대개 회색빛이지만, 가끔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일단 멈춤> 표시인 빨간 고깔이 길가에 나란히 서 있을 때, 그 빨간 삼각이 너무 귀엽습니다. 또 도로에 새로 칠한 횡단보도를 보면 그 새하얀 색이 좋아서 밟기가 망설여집니다. 비오는 날 빌딩 창가에서 보이는 우산은 어떻고요. 걷고 있는 사람들마다 각자 좋아하는 색을 펼쳐들고 가는 모습이, 마치 천천히 움직이는 꽃처럼 보여서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바라보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들도 색이 주는 두근두근한 느낌을 떠올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