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세밀화가라고 불리지만 그저 대상을 관찰하고 이해한 뒤 그림으로 열심히 설명해 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때 처음 평양냉면을 먹고, 걸레를 빤 물 같은 걸 왜 먹을까 생각했습니다. 먹고 난 며칠 뒤부터 자꾸 생각이 나서 이름난 평양냉면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새를 소개하는 일이 평양냉면을 사 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그 존재를 알게 되면 저절로 폭 빠지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른 봄 파란 하늘빛이 담긴 무논이나 불어오는 바람이 간지러워 하늘거리는 청보리밭이나 고둥들 이 온갖 그림을 그려 놓은 갯벌이나 키 큰 나무들이 만든 경계 속 하늘을 바라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새들이 있을 때 훨씬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라는 아이들도 그런 풍경들 속에서 새를 만나며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새를 만나고 스스로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도심에 있는 작은 뒷산을 11년째 관찰하며 그 안에서 보고 들은 걸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동물원》, 《내가 좋아하는 야생동물》 등에 그림을 그렸고, 쓰고 그린 책으로 《창릉천에서 물총새를 만났어요》, 《청딱따구리의 선물》, 《뒷산의 새 이야기》, 《새들의 밥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