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과 만성장염으로 시달리던 고등학생 시절 불쑥 들어간 서점에서 육백 원짜리 포켓성경을 사서, 버스정류장에 서서 에베소서를 읽고 이발소에서 마태복음을 읽었더랬습니다. 버스정류장과 이발소에서 주책없이 울다가 신학을 공부하기로 다짐했었네요. 신학을 잘 해보겠다고 이문동에서 독일어를 전공했지만 세 번의 학사경고를 받으며 대학교를 겨우 졸업했고, 문제집으로 준비하는 신대원 입시를 혐오하다가 광나루에 있는 신학대학원(Mdiv.)에 가까스로 입학했습니다. 신학과정을 마친 후, 원곡동에서 3년 동안 이주민들을 만났고, 북변동에서 4년 동안 보통 사람들에게 사랑받다가, 지금은 감리교회 예배당을 빌려 교회를 꾸린 장로교회 목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