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六韜)》와 《삼략(三略)》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병서(兵書)로 《손자(孫子)》, 《오자(吳子)》 《울료자(尉額子)》 《사마법(司馬法)》 《이위공문대 (李衛公問對)》와 함께 ‘무경칠서(武經七書)’라고 불린다. 무경(武經)이란 군사(軍事) 및 병법에 관한 책을 높여 부르는 말로서, 송(宋)나라 영종(英宗) 때부터 사용되어 왔으며, 이 ‘무경칠서’는 곧 중국의 대표적인 병법서라 할 수 있다.
《육도》와 《삼략》은 우리나라에서 ‘육도삼략’으로 명칭되어 예로부터 널리 알려지고 읽혀온 병서다. 《육도》는 지금으로부터 3000여 년 전에 강태공(姜太公) 여상(呂尙)이 지은 것이라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이설(異說)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의 물음에 대해 강태공이 답변한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삼략》은 일반적으로 ‘황석공삼략(黃石公三略)’이라 불린다. 이것 또한 원래 태공망(太公望)의 병법서였지만, 진시황(秦始皇) 때 이교(民橋)라는 다리 위에서 황석공(黃石公)이라는 이인(異人)이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모신(謀臣)이었던 장량(張良)에게 전해준 것이라 한다. 《육도삼략》에 관계된 태공망과 장량에 관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태공망의 출생과 생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說)이 분분하다.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의 〈제태공세가(齊太公世家)〉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태공망 여상(呂尙)은 동해(東海) 사람으로 그의 선조가 사악(四祿)을 다스렸고, 우왕(禹王)을 도와 수토(水土)를 평치(平治)했으며, 그 공이 매우 커서 우(處)·하(夏) 때에 여(呂)와 신(申)이란 곳을 봉토(封土)로 받았다. 태공망은 성이 원래 강씨(姜氏)지만, 여(呂) 땅을 봉토로 받았기 때문에 봉성(封姓)에 따라 여상(呂尙)이라고도 불린다. 그의 조상은 귀족 출신이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가문이 쇠락하여 서인(庶人)이 되어 이인(志人)의 틈에 끼여 살았으며, 태공망에 이르러서는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어찌나 가난했던지 조가(朝歌)에서 소를 잡아 팔고 맹진(孟津)에서는 밥을 지어 파는 등 젊은 시절을 사방으로 떠돌
아다니면서 보냈다. 그러다가 늙어 70세가 되어 위수(渭水)의 북쪽에서 낚시를 하다가 주(周)나라 서백(西伯)으로 있던 문왕(文王)을 만나 그의 스승이 되었다. 그 후 문왕을 도와 주(周)나라의 힘을 기르고 문왕이 죽은 뒤에는 그의 아들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나라를 멸망시켜 천하를 통일케 하였다. 천하통일 후, 제(齊)나라의 영구(營邱)를 봉토로 받아 상공업(商工業)을 일으키고 선정을 베풀어 큰 나라로 만들었으며 100여 년을 살았다고 한다.
장량(張良)은 사마천이《《사기》의 세가(世家)'에 넣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유후세가(留侯世家)〉에 보면, 장량은 그의 선조가 한인 (韓人)이며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한(韓)나라의 재상이었다고 한다. 한나라가 진(秦)나라에게 멸망하자, 당시 20세였던 장량은 나라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가재(家財)를 모두 털어 동쪽으로 자객을 구하러 간다. 마침 창해군(倉海君)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역사(力士)를 하나 구하고, 무게 120근짜리 쇠몽둥이를 만들어 진나라 진시황(秦始皇)이 동쪽으로 순행(巡幸) 오기를 기다린다. 마침내 박랑사(博浪沙)란 곳에서 진시황을 저격하지만 실패하고 하비(下?)란 곳으로 피신한다. 그곳의 이교(民橋) 위에서 이상한 농인을 만나 《태공병법(太公兵法)》을 얻는다. 그때 노인은 “이 책을
읽으면 장차 왕의 스승이 될 것이다. 10년 후에는 대성할 것이며, 13년 후에는 나를 제북(濟北)의 곡성산(穀城山) 아래에서 보게 될 것이다. 황석(黃石)이 바로 나다”하고 가버린다. 장량은 그 병법서를 외고 열심히 익혀, 한고조 유방이 군대를 이끌고 하비에 왔을 때 그의 구장(將:일종의 관명)이 되어 유방이 한(漢)나라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운다. 13년 후, 장량은 유방을 따라 제북(濟北)을 지나다가 과연 곡성산 아래에서 황석(黃石)을 보았으며, 이에 사당을 지어 모셨다고 한다.
‘육도?삼략’의 '도(稻)'와 약(啓)'은 모두 용병(用兵) 하는 지략(智略)을 뜻하는 말이다. 육도는 문도(文翰), 무도(武翰), 용도(龍), 호도(虎韜), 표도(靜), 견도(犬韜) 6편(篇)으로 나누어지고 모두 60장(章)으로 되어 있다. 문도·무도 · 용도는 정치와 관련된 전략론(戰略論)이고, 호도·표도·견도는 실전(實戰)과 관련된 전술론(戰術論)이다. 문도(文語)는 문교(文敎)에 의한 병법이란 뜻으로 전쟁 이전에 문교로써 훌륭한 정치를 베푸는 것이 전쟁에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병법임을 논한 것이고, 무도(武)는 군사적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거국일치 (擧國一致)의 변화 있는 술수에 대해 논한 것이며, 용도(龍)는 작전 수행에 있어 장수의 자질을 논하고 지휘관의 상이한 능력을 고루 살려 활용하는 유기적 조직에 대해 논했으며 싸움터에서의 공세와 기습과 승패의 전망을 밝힌 것이다. 이에 반해 호도(虎)는 무기, 진법, 속진법, 행군, 지형, 진퇴, 화공(火攻) 등의 전술의 허실(虛實)을 하나하나 논한 것이고, 표도(豹韜)는 숲, 산, 들, 늪, 고지 등에서의 조우전 (遭遇戰)의 전술을 논하고 복병과 기습과 정공(正攻)의 허실을 밝힌 것이며, 전도(犬翰)는 보병, 기병, 전거병 등의 편제 및 전투 방법을 상세히 논하고 그 나아가고 물러섬과 수비·통제와 지휘 방법 그리고 이기고 지는 전술의 정도(正道)를 밝히고 있다.
《삼략(三略)》은 상략(上略), 중략(中略), 하략(下略) 3편(篇)으로 되어 있으며 장(章)으로 나누지 않았다. 상략은 군주의 길에 관하여 논한 것이고, 중략은 황(皇: 三皇)·제(帝:五帝)·왕(王:三王)·패(覇:五覇)의 차이점에 대해 논한 것이며, 하략은 현인(賢人)의 등용에 대해 논한 것이다. 삼략은 육도의 전(前) 3편, 즉 문도, 무도, 용도와 같은 정치와 관련된 전략론으로 일관되어 있다. 그래서 병서면서도 전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으며 시종일관 정신적인 자세에 관하여 논하고, 또한 훌륭한 정치가 승리로 이끈다는 병법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을 들어 그 정곡을 찌르고 있다.
병법은 승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정도(正道)에서 벗어나 권모술수로 일관되어 있지만, 전쟁을 수행하는 목적만은 인도주의와 정의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 어디까지나 악을 물리치고 백성을 도탄에서 구해내며, 혼란을 수습하고 질서를 바로잡아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려는 선의(善意)의 것이 되어야 한다. 결국 전쟁을 의한 전쟁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위한 보다 높은 차원의 질서와 평화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본문에서도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 사람의 천하다(天下非一人之天下 及天下之天下也)”, “천하의 이익을 함께하는 자는 천하를 얻고, 천하의 이익을 독점하려는 자는 천하를 잃는다(同天下之利者 則得天下 檀天下之利者 則失天下)”라고 했다.
병법서가 만들어진 시대에 비해 오늘날은 시대가 크게 달라졌다. 무기 종류의 다양함과 그 성능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하지만 전쟁의 주체가 되는 것은 고금을 통해 언제나 사람이며, 또한 전략은 인간이 천시(天時), 지리(地理), 인화(人和)를 토대로 해서 짜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기본 원리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전략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시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육도·삼략》은 오늘날에 있어서 군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육도·삼략》이 병법서라고 해서 꼭 군인만이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전쟁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쟁이 인간의 가장 치열한 삶의 한 일면이라는 점에서 원용(遠用)하면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분야에 대해서도 응용이 가능하다. 어느 분야건 사람이 중심이 되고 또한 사람에 의해 수행되며 운영되기 때문이다. 정치에 응용하면 정치가 밝아질 것이고, 기업에 응용하면 효과적인 인사관리와 기업의 합리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응용 범위가 넓고 또한 그 효용이 지대하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끝으로 육도삼략은 문장이 난해한 부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복잡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함에 있어 원문(原文)을 가능하면 살려서 해석하되, 주(註)와 간단한 해설도 함께 곁들였다. 병법서는 일과성(一過性)의 소일거리 책은 결코 아니다. 독자가 이 책을 정독하면서 아울러 자유로운 사색을 하면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천학비재 (淺學菲才)인 역자가 《육도삼략을 역주해 (譯註解) 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독자의 재삼재사(再三再四) 정독을 통한 많은 질정(心正)이 있기를 기대한다.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