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기우는 것들을 사려 깊게 그려가고 있다. 고운 인상이 남은 것들로 작고 적은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 《동경》을 비롯해 독립출판물 《오후의 곡선》, 《사적인 계절》, 《나의 우울》을 쓰고 그렸다.
(그 밖에 그림책 《당연한 것들》에 그림을 그렸고,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단편소설인 《아무도 없는 숲》에 공저로 참여했다.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그룹 ‘그래서’의 작품집 《무크 그래서》에 작품을 실었다.)
바다가 좋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해가 질 때까지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돌아오곤 했다. 아름다운 것들이 바다에 있어 나는 늘 감상만으로도 충분했다.
모래에 누워 부지런히 움직이던 당신이 바다로 떠났다. 쉬지 않고 수평선에 도착한 당신은 몇 번이고 파도 위에서 넘어졌고, 그때마다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바다로 향했다. 나는 비슷한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매일을 반복하는 당신을 봤다. 지치지도 않는지, 당신은 손을 뻗어 한 줌 물결을 쥐고 버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바다로 떠난 당신이 익숙하게 파도를 잡고 일어나 바다 사이사이로 미끄러졌다. 일렁이는 윤슬 사이에 서 있는 당신이 이내 아득해졌다. 그날따라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빛이 너무 커다래서 당신도 이대로 빛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당신이 빛에 다가가기 위해 매일 바다로 향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