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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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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네 이야기의 주인공은 너야>

이은호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 기자가 되었고, 지금은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덕업일치’를 꿈꾸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쓴 책으로 『나만 공감 안 되는 거였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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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나만 공감 안 되는 거였어?> - 2021년 2월  더보기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해야겠네요. 저는 ‘우연히’ 기자가 되었습니다. 수능 성적에 맞춰 지원한 대학에선, 관심에도 없던 경제학을 전공했어요. 공부는 늘 뒷전이었어요. 대신 창작자들을 선망했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선율에 전율하고 이야기에 감탄했어요. 시험이 다가와도 드라마를 몰아 보는 것이 먼저였고, 강의실보다 공연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어요. 학사 경고를 받지 않은 것이 용하다 싶은 성적으로 겨우 졸업을 하고 나니, 취업이 막막하더라고요. 남들의 절반밖에 안 되는 학점으로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취업문을 통과하려니,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저를 맞추어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몹시 우울했어요. 거짓으로 나를 꾸며 내는 것 같았거든요. 하루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낼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무척 재밌더라고요. 저에게 영감을 주었던 공연, 저를 감동하게 한 음악, 저를 각성시킨 이야기들……. 이제야 진짜 나로서 글을 쓰는 것 같았어요.보기 좋게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지만, 그 경험을 계기로 저의 진로를 다시 고민하게 되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연예계와 관련된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월급이 적다는데……. 게다가 나는 전문지식도 전혀 없고……. 아 참, 글 쓰는 것을 좋아했으니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을 해 볼까? 그게 뭐지? 아하, 연예부기자가 되자!’ 처음 지원한 언론사에서 저를 인턴 기자로 뽑아 주었고, 운이 좋아 두어 달 만에 정식 기자가 되었습니다. 모든 게 얼떨떨했어요. 아마도 그래서일 겁니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도, 저는 늘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웠어요. 스스로 준비가 덜 된 기자라고 느꼈거든요. 내가 틀린 주장을 하면 어떡하나, 그래서 누군가 내 기사를 비웃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했지요. 하지만 동시에, 자꾸만 쓰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습니다. 화려한 줄로만 알았던 연예계에 어두운 이면이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제가 부러워하던 여성 아이돌 가수의 날씬한 몸매가, 사실은 섭식 장애를 가질 정도로 식단을 제한해서 얻어진다는 것을 알았죠. 제가 감탄해 마지않던 ‘칼군무’가 사실은 혹사 수준의 훈련과 연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았고요. 이것이 몇몇 나쁜 사람들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것 역시 압니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와 극단적인 성과 주의가 이곳 연예계에도 생채기를 낸 것이겠죠. 저는 말하고 싶었어요. 말해야 했어요. 우리는 외모에 등급을 매겨선 안 된다고, 성공을 위해 자신의 안전과 존엄을 내어 줘선 안 된다고, 그건 틀렸다고요. 돌아보면 기자로 일하는 지난 몇 년은 제게 불편함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 안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부당함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지요. 이 책에 실은 열 한 편의 글은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 안에 숨겨진 차별과 편견 을 꼬집는 내용입니다. 여러분 가운데 몇몇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몰라요.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별걸 다 불편해하네.’ 하지만 저는 영화가 현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고 믿습니다. 그 안에서 불편함을 끄집어내는 일은 긴 시간 우리 사회에 스며 있던, 그래서 그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차별과 편견을 발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여전히 두렵습니다. 저도 모르는 새 혐오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을지, 제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지 아직도 조심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정답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감을 잃곤 합니다. 다만 “오답을 오답이라고 말해야 한다.”던 편집자님 말씀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인사드려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가 무엇을 써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어요. 좋은 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여러분께서 더 많은 ‘틀림’을 발견해 주시길, 그리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주시길 깊이 소망합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과 저에게 ‘옳음’의 기준을 끊임없이 묻게 해 주신 선후배·동료 기자들, 끝으로 서투른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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