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태어났다. 젊은 날 페미니즘을 만나 여성운동활동가로, 그리고 여성학연구자로 살았다. 이화여대와 영국 서섹스Sussex 대학에서 학위를 마친 후 성공회대학교 실천여성학전공 교수로 일하다가 사직, 귀향했다. 아들을 갑작스럽게 하늘로 떠나보낸 후 시를 통해 묻고, 고백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만났다. 2022년 현재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종신부제로서 세종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다.
스물두 살 네가 떠난 후
목적과 의미는
모두 사라졌다
말, 글, 언어라 부르는 것
다 무너져 내렸다
그때 문득
시가 찾아왔다
내 안과 밖 혹은 어디인지 모를 곳에서
눈물처럼 흘러나왔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은
행간에 고여 있다
화석이 된 가슴
메마른 뜰을 적시며 흘러온 시들
행위도 소유도 아닌
나를 통과해 가는 자유
이 자유를 네 영혼에게 바친다
애도의 밤을 지나
새벽 앞에 섰으나
아침은 기다리는 오래된 문 앞에 있다
죽음을 슬퍼하는 모든 이들을 추앙하며
흘러왔기에 흘러가기를
묶이거나 막히지 않기를
바람 되어 어디로든 날아가기를
2022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