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말이 좋다.
붕어빵이라는 단어는 이응이 3개나 들어가서, 소리 내 말할 때면 동글동글 입안을 다정하게 채운다. 꼭 그 글자를 닮은 단팥의 맛.
붕어빵을 타이야끼라고 발음하면, 도무지 그 맛이 안 산다.
모국어를 빼앗긴 시절.
이연은 과거의 문을 열고, 식민지 조선을 찾았다.
‘조선의 마지막 산신’으로서 이름 없는 숱한 죽음을 기억하고,
그 역사를 딛고 살아갈 이들을 위로하는 한 판 ‘지노귀굿’을 펼치기 위해.
누구보다 시즌2를 기다려 준 구미호 형제.
위험천만한 액션도, 힘든 수중 촬영도 몸 사리지 않고 뛰어들면서,
새로 합류한 배우들까지 오지랖 넓게 챙기던 두 사람.
지독한 폭염에도, 한파에도 현장에 끝까지 남아서 동료들을 지켜 주고는 했다던 다정한 ‘서쪽산신’ 그녀.
악당인데, 모두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무영.
애드립 연구를 불타게 해 오는 신주와 이번에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 준 은호까지.
그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리고 <구미호뎐>의 숨은 주인공인 강신효 감독님.
액션 판타지 더하기 시대극이라는 극악의 환경에서, 기필코 대본의 200%를 구현해 주신 감독님께 진심으로 존경과 찬사를 전한다.
<구미호뎐>, <구미호뎐1938>을 쓰면서, 작업실 창밖으로 네 번의 봄이 지나갔다.
매년 열이틀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일 썼다.
창밖으로는 오직 북창동 순두부와 초등학교가 내려다보였다.
사람은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본 것을 닮는다는데.
북창동 순두부를 닮는 것은 사양하고 싶으니, 이왕이면 초등학교 정문에서 말간 얼굴로 아이를 기다리던 저 부모들의 기다림을 닮았음 싶다.
낯선 길을 떠나는 이연에게,
이랑이 무사히 길 찾아 돌아오라며 묶어 준 명주실의 한쪽처럼.
이 이야기의 실타래 끝이 당신들에게 닿길.
그것이 이 난폭한 세계에서 아주 잠시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