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간 몸담았던 직장, 구조조정 와중에 희망퇴직을 했다. 고민 끝에 식당일을 시작한 지도 꾀 되었건만, 지금도 그 공장 그 자리에서, 일에 쫓겨 허둥대는 꿈을 꾸곤 한다.
지난 시간들이 아득한 옛일 같기도 하고 어제 일 같기도 한데, 뇌리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모두 내가 잘못한 일이나 도움 받은 일들이다. 늘 고락을 함께 했던 동료들, 못난 나를 챙겨 준 친구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것 없이, 되레 빚만 지고 살아온 것 같아 부끄럽다. 남한테 폐 끼치지 않고, 반가운 벗 만났을 때 술 한 잔 나눌 여유만 있으면 된다는 바람, 지금 와서 보니 그것도 욕심이 아닌가 싶다. 늦게나마, 여태껏 모아 놓는 글들을 다듬고 고쳐 시집 한 권을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