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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김금희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9년, 대한민국 부산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4년 10월 <대온실 수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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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2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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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를 방문해 어떤 조언을 듣고 나올 때, 그것에 동의하고 신뢰하면서도 우리는 마음속으로 사실 이렇게 속삭인다. 하지만 당신들은 겪어보지는 않았잖아. 자기비난, 해리, 무력감, 불안, 우울, 분노, 유기 공포, 갖가지 중독, 그 모든 것을 뒤에 업은 채 괴물처럼 다가오는 트라우마가 얼마나 생생한 실체를 지녔는지, 그것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통제하고 뒤흔드는지 직접 언어화해 줄 사람을 오랫동안 기다려 온 것 같다. 한 호흡으로 읽을 수 없을 만큼 때론 잊고 싶은 기억과 감정을 건져 올리고 “어째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될 수 없는 걸까” 하는 물음 앞에 함께 무너지지만 이 책은 분명한 희망이다. 듣고 판단하는 이들이 아니라 매번 상처의 근원으로 다이빙하는 이가 이제 두려움에 떠는 어린 아이가 아닌 “어른의 것”이 분명한 우리의 “손”을 향해 힘껏 던져주는 구명 튜브. 그것에 의지해 ‘나’라는 심연의 깊이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괴물들과의 거리를 “재조정”해 안전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저자가 말하듯 “이 책은 해피엔딩”이다. 당신의 삶도 당연히 그렇다.
2.
얼마 전 나는 저자와 만나 텍스트가 좋으면 오히려 그에 대한 글을 쓰기가 어려워진다는 데 동의했다. 자기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인간관계들을 촘촘히 분석해 들어가면서 그들에 대한 자기 내부의 감정적 반향에 골몰하고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나 〈심슨 가족〉 시리즈 등 모두가 열광한 대중매체물에 숨겨진 의미, 더 나아가 그것이 포착하고 있던 미래 세상의 기미까지 절묘하게 설득해 나가는 이 발랄하고 매몰찬 듯 너그러우며 도전적인 산문을 대체 내가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스스로를 “잘 견디기 위해” 타인을 이해해 보기를 선택한 한 사람의 눈이 밝고 영민하게 빛난다. 책의 제목과 달리 나는 그의 글에 연신 웃었고 읽는 온도도 무척이나 따뜻했다. 콘도 수영장에서 튜브를 이리저리 끌어주는 그의 할아버지와 돌봄 노동자로 일하며 조카인 저자에게 그 어려움을 나눌 책 선물을 받는 이모, 마지막까지 주위 사람들과 친교를 유지하며 끈끈한 자매애 아래 비혼 여성으로서의 삶을 마친 이모할머니, ‘딸’과 ‘엄마’ 사이에서 갈등하다 원가정에 대한 애착의 유지를 선택함으로써 매번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 그의 엄마까지. 선우은실 평론가는 우리 주위에 늘 존재하지만 미처 간파하지 못한 타인들의 면면을 자기 언어로 그려내고 애정 있는 생기를 불어넣는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자신의 단편소설에서 그린 “다른 이의 슬픔을 헤아릴 줄 아는 성정을” 선물받은 어느 주인공처럼. 그가 이런 글들을 써서 고맙고 계속 써나갈 것이기에 미덥다.
3.
편지가 자기 영혼의 충실한 기록임을 울프는 이 책에서 보여 준다. 캐서린 맨스필드 같은 당시 최고의 문학가들과 미술가, 자매와 연인, 때로는 작품에 대한 악평가에게까지 가닿는 이 글들에서 울프는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매혹적이며 사랑스럽고 위대하다.
4.
  • 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Choice
  • 하승민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 16,800원 → 15,120원 (10%할인), 마일리지 840
  • 9.8 (36) | 세일즈포인트 : 8,000
《멜라닌》의 매력은 현실에 대한 핍진성과 ‘블루멜라닌’으로 대표되는 환상성의 조합에 있다. 작가는 한국과 미국의 도시 변두리에서 성장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치밀하게 세공하다가도 불현듯 꿈처럼 환상적이고 애틋해지는 장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읽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여 인물 하나를 오롯이 세워놓는 일, 그런 창조가 《멜라닌》에서는 일어난다.
5.
『맡겨진 소녀』 소설 『맡겨진 소녀』에서 모든 존재들은 온당한 시선을 받는다. “가지가 땅에 끌리는” 수양버들이나 더 이상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개, 우편함까지 매일 달음질쳐 나가는 ‘나’, 상실 뒤의 나날들을 미움과 증오와 복수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침묵으로 보듬으며 살아가는 킨셀라 부부에까지. 깊고 서정적이며 감동적인 이해가 모든 장면에 램프처럼 환하게 가닿는다. 식탁 위에 올려놓고 이 소설을 펼쳤을 때 나는 여러 일에 지쳐 아주 나쁜 상태였으나 단번에 읽어 내려간 뒤에는 이 새로운 전율을 표현할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읽는 모두를 “매끈하고 깨끗하고 연약한” 시절로 데려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섬세한 사랑을 “손안”에 쥐여주는 이 소설의 가슴 벅찬 여름날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6.
작가에게 어떤 작품은 인장처럼 남아 평생을 함께한다. 내게는 『나목』이 그런 작품이다. 한국 전쟁 시기의 스산한 서울, 완구점 좌판에서 “만화적인 얼굴”로 “무료하게” 서 있다 풀리는 태엽을 따라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는 『나목』 속 침팬지 인형은 소설이 무엇인지 채 알기도 전에 나를 사로잡았다. 조잡한 플라스틱 장난감에게서 잿빛 도시를 흔드는 ‘균열’을 발견해내는 것이 작가의 눈이라고 알려준 것이다.
7.
소설 『맡겨진 소녀』에서 모든 존재들은 온당한 시선을 받는다. “가지가 땅에 끌리는” 수양버들이나 더 이상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개, 우편함까지 매일 달음질쳐 나가는 ‘나’, 상실 뒤의 나날들을 미움과 증오와 복수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침묵으로 보듬으며 살아가는 킨셀라 부부에까지. 깊고 서정적이며 감동적인 이해가 모든 장면에 램프처럼 환하게 가닿는다. 식탁 위에 올려놓고 이 소설을 펼쳤을 때 나는 여러 일에 지쳐 아주 나쁜 상태였으나 단번에 읽어 내려간 뒤에는 이 새로운 전율을 표현할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읽는 모두를 “매끈하고 깨끗하고 연약한” 시절로 데려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섬세한 사랑을 “손안”에 쥐여주는 이 소설의 가슴 벅찬 여름날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8.
  • 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Choice
  • 김희재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 15,000원 → 13,500원 (10%할인), 마일리지 750
  • 9.2 (39) | 세일즈포인트 : 6,330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흡인력 있게 ‘진격’하는 이 소설은 ‘탱크’라는 텅 빈 믿음에 관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도저히 믿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적 안간힘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9.
소설 『맡겨진 소녀』에서 모든 존재들은 온당한 시선을 받는다. “가지가 땅에 끌리는” 수양버들이나 더 이상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개, 우편함까지 매일 달음질쳐 나가는 ‘나’, 상실 뒤의 나날들을 미움과 증오와 복수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침묵으로 보듬으며 살아가는 킨셀라 부부에까지. 깊고 서정적이며 감동적인 이해가 모든 장면에 램프처럼 환하게 가닿는다. 식탁 위에 올려놓고 이 소설을 펼쳤을 때 나는 여러 일에 지쳐 아주 나쁜 상태였으나 단번에 읽어 내려간 뒤에는 이 새로운 전율을 표현할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읽는 모두를 “매끈하고 깨끗하고 연약한” 시절로 데려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섬세한 사랑을 “손안”에 쥐여주는 이 소설의 가슴 벅찬 여름날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10.
선택받은 자들과 제거당한 자들 사이에 존재하며 모든 인류 역사의 장에 발자국을 남긴 유대인의 삶을, 소설가인 저자가 예리하고 아름다운 르포로 써낸 책이다. 여태껏 읽은 젊은 작가의 산문 중 이렇게 나를 매료시킨 책은 없는 것 같다. 매편이 아름다우며 매편이 비극적이고 모든 장면에 눈물 겨운 위트가 담겨 있다.
11.
고독에도 명암이 있다면 그건 허공을 관통하는 한줄기 빛일 것이다. 무게가 없고 부피가 채워지지 않으며 소리도 없지만 현실을 “영원히 흔들리고 출렁”이게 할 하나의 실선. 이 소설집에서는 그런 고독이 두려움으로, 기억의 일렁임으로, 더 나아가 용기와 사랑의 힘으로 변화한다.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빛을 선택하기로” 한 사람들이 어린 사슴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걷고 있다. 누구나 김연수의 ‘얼굴’을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최근 한국사회가 맞닥뜨린 공동체적 불행과 패배에 대해, 김연수는 그만의 깊숙한 언더라인들을 새롭게 긋고 있다. 이야기하기 위해 오늘의 수난을 견디는 최후의 바르바라처럼, 우리의 슬픔을 영원히 기억할 단 한 사람의 연인처럼.
12.
스무 살에 읽었던 전경린의 소설들은 세상과 열정적으로 불화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욕망과 사랑을 쟁취하면서 자기 삶의 당연한 주인이 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매혹적으로 펼쳐졌다. 이번 소설집에서 그들은 생의 비의를 여행자의 눈으로 관찰하며 더 깊고 더 차갑게 세상을 탐색해나간다. 인도에서 발리로, 마카오에서 연안의 폐해수욕장으로 다양한 인물과 풍경을 수렴하며 나아가는 이들의 경로는 “최후의 순간까지” 알지 못할 생의 진실을 전제하고 있기에 끊임없는 비관과 회의 속에 놓인다. 하지만 동시에 “완전히 좌절한 뒤에야 눈을 뜰 외경심”으로 삶을 향해 있기에 우리는 이 섬세한 고독의 결을 흔쾌히 따라갈 수 있다. “막막한 슬픔을 감정이 아니라 생각으로 바꾸는 눈빛”으로 팽팽하게 빛나는 전경린의 인물들이 독자들에게 영원히 사랑받기를 바란다.
13.
“식물집사라면 누구나 이 책을 한 권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식물을 기르면서 맞닥뜨릴 소소한 걱정거리에서부터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행하고 싶은 ‘돌봄’의 의미까지 우리가 품는 모든 의문에 답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마당이 없는 실내 가드너들을 위해 쓰였다는 점이다. 부족한 빛과 싸워야 하고 한정된 공간 탓에 언제나 최선의 설계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때론 통계와 이론에 따른 과학적 설명으로, 때론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는 격려로 힘이 되어준다. 내 공간에 “성숙한 반려 식물의 개성이” 스밀 때까지 “자연이 갈 길을 가도록 하라”는 저자의 명쾌한 당부가 “그린썸(Greenthumb)”을 꿈꾸며 오늘도 잎을 돌보고 뿌리를 살피는 모든 이들에게 “완벽한 세기의 빛”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14.
이 책은 동물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어떤 동력을 얻어야 가장 힘 있고 강한 사랑이 될 수 있는지를 그린다.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현재는 ‘제대로’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내일의 희생을 막기 위해 오늘의 법은 생명의 존엄성 위에 ‘바로’ 서야 한다. 애니멀 호더에게서 수천 마리의 강아지를 구하고 생소한 수의학 논문을 직접 공부해 동물이 겪었을 고통에 대해 증명해 내는 ‘동변’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한국의 비인간 동물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마음 아프다가도 자연스레 미래를 낙관하게 된다. 비극의 발견 그 이후의 스텝을 찬찬히 그려 보이며 우리가 이룬 것과 앞으로 이룰 것에 대해 균형감 있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이 인간의 편의에 따라 이용되는 ‘물건’이 아니라 고유의 권리능력을 가지고 있는 ‘비인간 인격’으로 인정받는 세상, 그렇게 해서 인간 역시 본연의 자연적 질서 아래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세상으로 이 책이 모두를 데려가 주리라 믿는다.
15.
이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 있는 것이 궁극적으로 어떤 구원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도, 이것이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최전선이라는 점만은 분명하지 않을까. “밤의 느리고 무거운 습격이 동반하는 어둠을 쫓아내기 위해” 기꺼이 빛을 견디며 함께 서 있는 것, 그렇게 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이타적인 행위를 선택하는 것. 이 책 그리고 압둘라자크 구르나를 읽는 일이 바로 그러하다.
16.
"소설가치고 은희경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익명의 존재에서 건져 올려지기 위해 분투하는 각자의 얼굴과 마주친다."
17.
때로 어떤 소설은 다만 네 곁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쓰인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삶이라는 고정된 부피를 고집하는 인간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과거이면서 동시에 미래가 되”어 “흐르는” 시간적 존재이기를 받아들인다. 송지현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듯 그의 소설이 길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에 관계하는 인간들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평가나 분석 같은 손쉬운 도구가 아니라 ‘사슬뜨기’를 하듯 대상에 대한 장악이나 통제를 놓을 때만이 가닿을 수 있는 가장 선선하고 날카로운 이해가 여기에는 있다. 위트와 “폐허” 같은 농담 그리고 다채로운 페이소스 속에서 펼쳐지는 송지현의 이 소설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을 향한 응답으로, “싱크홀”처럼 막막한 겨울의 분수대를 들여다보며 상실을 앓는 이들을 위한 축원으로, 최종으로는 우리의 수치와 실패, 그리고 불행을 감싸안는 혜안의 연대기로 기억되기를.
18.
  • 더 로스트 키친 - 어떤 마음은 부서지지 않는다  정가인하
  • 에린 프렌치 (지은이), 임슬애 (옮긴이) | 윌북 | 2021년 11월
  • 8,900원(50%정가인하) → 8,010원 (10%할인), 마일리지 440
  • 10.0 (9) | 세일즈포인트 : 516
책에 등장하는 ‘더 로스트 키친’은 뜨겁고 생생하며 용기 있는 생의 투쟁이 펼쳐지는 장소다. 구태와 악습 속에 반복되어온 폭력과 결별하기 위해, 할머니의 재봉틀을 돌려 냅킨을 만들고 낡은 프라이팬으로 넙치를 튀겨내며 아침 일찍 길을 나서 야생 라즈베리를 수확하는 여자들이 웃고 울고 사랑하는 곳. 나는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도 “모든 낯선 이들이 친구가 되는” 테이블을 만들어내는 저자에게 응원을 보냈고, 그가 세세히 기록하는 이 우아하고 다채로운 미국식 식탁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실패감에 빠져 있을 때, 이제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마음의 허기를 겪고 있을 때 이 로스트 키친의 이야기가 우리를 구해내 가장 든든하고 ‘맛있는’ 도약을 꿈꾸게 할 것이다.
19.
최현우 시인이 이렇듯 불행과 슬픔에 대한 섬세한 탐색자라는 사실을 이전에는 몰랐다. 장마로 물이 “살찐” 홍제천을 걷고, 밤의 한강에서 신성처럼 아끼던 책들을 하나씩 버리며, “자신의 슬픔을 삼키느라 모두를 슬프게 하지 않으려는” 시인의 사납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은 걸음걸음. 그가 지시하는 세상에서도 “돌덩이를 쪼개는 식물의 뿌리처럼” 마음을 부서뜨리는 통증은 계속된다. 하지만 결국 엄마에게 발견되지 못해 무용이 되어버린 유서를 써본 아이가 불행에 대해 속 깊게 헤아릴 때, 스스로 허술한 목줄을 끊고 위험한 차도를 건너 따라와 마침내 가족이 된 유기견 코코와 그가 거실 창문을 열고 쪼그려 앉아 봄 냄새를 맡고 있을 때, 우리는 기꺼이 믿게 된다. 단단한 슬픔에 대한 대처는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 용기 없고 우유부단한 머뭇거림 덕분에 어쩌면 불행은 하나의 해프닝이 된다는 사실을. 그러니 “온통 상처로 채운 영혼을 끌고서라도” 사랑해준 이에게 기어코 돌아가자는 이 신중한 탐색자의 제안을, 내가 눈물을 참으며 읽어낸 이 환희와 안도의 문장들을, 모든 사람들이 선물처럼 받아 안을 수 있기를 기쁜 마음으로 빈다.
20.
  • 그 이름을 부를 때 - 영화 「김복동」이 일깨워준 세상을 기록하다 
  • 송원근 (지은이) | 다람 | 2021년 8월
  • 16,000원 → 14,400원 (10%할인), 마일리지 800
  • 10.0 (12) | 세일즈포인트 : 56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1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9,900 보러 가기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건 역사의 질곡이 만들어낸 비극에 대해 배워가는 저자의 신중하고 진심 어린 태도다. 피해를 겪은 이를 수난과 상처의 이미지로 고정하지 않고 그 존재가 가졌던 가장 인간적이고 고유한 삶의 숨결로 되살리려는 한 사람,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의 노력들. 그 덕분에 나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지닌 이들의 해원 과정이 마치 ‘집을 짓듯’ 강건하게 쌓아올렸다가도 다시 허물어지면 또다시 힘을 내어 쌓아올리는 싸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인간의 존엄이란 잃어버린 소녀 시절을 증언하기 위해 직접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준비해 길을 나서는 김복동 할머니의 그 의지적인 걸음걸음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김복동이라는 이름이 현실은 차갑지만 그것에 맞서는 인간의 체온은 늘 따뜻했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마음의 집’으로 우리 곁에 남기를 빈다.
21.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언젠가 내가 쓰고자 했던 정확히 그런 글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여성의 욕망이 자본의 지배를 받는다는 그런 ‘멀찍이서’ 내리는 분석 말고 여성의 희생을 대가로 한 누군가들에 대한 감정적 적대 말고 무엇이든 원할 수 있는 ‘뷔페’로 나아갔지만 결국 접시에 아무 욕구도 채울 수 없어 불안으로 진동하는 우리의 내면에 대해. 여성의 자아에 ‘기입’된 그 숱한 ‘허기’의 명령들, 캐럴라인 냅은 내면을 파괴해 들어가는 그 불길한 주문의 목소리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면밀하고 진실되게 기록해낸다. 수면 위로 미끄러져가는 능숙한 조정 선수처럼, 자신과 세상에 대한 투명한 성찰과 더 정확히는 선한 투지로, 자기혐오와 자아의 폭정 속에 허우적거리는 우리 자매들을 힘껏 건져내는 것이다.
22.
생의 불가해를 그 불가해함에 대한 사랑으로 읽어내는 것. 적어도 나는 제발트를 읽는 것에 대한 환희를 그 이상의 말로는 지시할 수 없을 것 같다.
23.
  • 살리는 일 - 동물권 에세이 
  • 박소영 (지은이) | 무제 | 2020년 12월
  • 13,500원 → 12,150원 (10%할인), 마일리지 670
  • 10.0 (35) | 세일즈포인트 : 1,993
여기에는 캣맘으로서 사회부 기자로서 책을 읽고 쓰는 작가이자 배우들의 다정한 친구로서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 속에 엄연히 자리하는 약자들을 더 이상 모른 척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의 용기가 읽는 내내 마음을 흔든다. 자신이 벌이는 분투들의 무게를 과장하지 않고 최대한 작고 겸손한 언어로 기록해 ‘비인간 동물’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식물의 홀씨처럼 세상에 멀리 날려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 곡진한 태도와 성찰은 욕심과 물신주의에 물든 일상의 패턴을 바꾸고 생명을 지닌 존재들이 누려야 할 세상의 정당한 지분을 마련하기 위한 소중한 출발점이다. 저자가 추운 날 새벽에도 어김없이 일어나 길 위의 존재들을 위해 마련해놓는 따뜻한 물 한 그릇처럼, 황망한 마음으로 거리를 서성이는 날들을 통과해 겨우 어른이 된 모두에게 이 책이 반가운 온기로 남으리라 믿는다.
24.
환하게 타오르는 기쁨의 순간 나는 ‘울프와 정원’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의 당신의 기분에 대해 알고 있다. 당신이 예감하듯 여기에는 울프가 글을 썼던 자기만의 ‘방’이 생생하게 안내되고 매일 아침 장미와 다알리아가 황홀하게 핀 정원을 가로질러 어제 쓰다가 만 문장을 향해 부드럽게 나아가는 울프의 하루가 펼쳐진다. 울프가 아꼈던 여러 개의 서랍이 달린 책상과 직접 양봉을 해서 얻은 꿀과 따뜻한 빵, 그 스스로가 신성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극찬한 몽크스 하우스의 “더위, 새, 수선화, 파란 하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울프의 정원에 초대받은 T. S. 엘리엇이나 E. M. 포스터 같은 당대 최고의 문인들을 만나는 것도 기쁨인데, 왜냐면 울프는 그들을 손님으로 대접하지 않고 몽크스 하우스라는 울프가 창조해낸 이 정신적 공간의 룰 속으로 그들이 편입되기를 재치 있게 독려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생생하고 활기찬, “환하게 타오르는” 기쁨의 순간들을 통해 울프를 만나는 일, 들판을 나는 벌떼의 행로에서조차 생의 분명한 진동을 찾아내었던 울프의 기적 같은 시간을 마주하는 일은 전혀 다른 톤의 목소리로 울프와 그 작품을 우리 내면에 기록하는 과정이 된다. 우리는 슬프게도 울프가 최종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내렸던 선택을 알고 있으나 결국에는 그조차 “절망의 저점”에 머문 것이 아닌 겨울의 다음 페이지를 스스로 써내려간 것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놀랍게도, 울프와 정원이 그 모든 것을 해낸다. 1919년 혹시나 유찰될까 초조해하며 경매장에 앉아 있는 울프에게서 시작된 몽크스 하우스의 이야기가 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곳을 찾는 이들을 통해 매번 갱신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원으로 나아가 깊은 숨으로 꽃과 나무와 흙의 냄새를 맡아보는 사람들처럼 이 책의 페이지들을 읽었고 그 결과 당연하게도 울프를 더 찬란하게 사랑하게 되었다.
25.
『여름의 빌라』에는 그동안 백수린이 그려온 세계에서 아주 우아하게 다른 방향으로 결을 뻗은 놀라운 작품들이 들어 있다. 특히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는 현실이 조용히 진동하는 것, 완벽해 보이는 일상이 실은 어떤 위장막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 위장막은 자본이나 제도나 계층 같은 것들로는 다 포섭되지 않는 아주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균열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 백수린의 소설은 두 팔을 뻗어 자신이 스스로 단련한 근육을 통해 모어와 모국, 모성의 세계의 불균질함까지 나아간다. 평상시와 다른 엄마의 낯선 아름다움에 겁먹고 울먹이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이 과정에 완전히 매혹되었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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