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언덕에서 내려와 당근밭에 서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시집. ‘여름 언덕’에서 내려와 ‘당근밭’을 걸으며 채집한 삶의 신비가 있다. 밤 한 알을 손에 쥔 시인은 이렇게 대화를 시작한다.
밤으로부터 밤을 구하려면 밤도 감수해야 한다. 피부가 사라지는 고통을. 그래도 조각나지는 않는다.
<밤 가위> 14쪽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열과>,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2020) 수록) 여름과 대면한 시인이 4년이 지나 맞이한 세계는 더 혹독한 여름이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곳곳은 분노와 폭염으로 지글지글 끓고 있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를 쓰는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었어요'라고 시인은 미니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여름이 상하게 한 것이 나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해서' (<터트리기> 27쪽) 상할 걸 알면서도 그대로 두고 싶은 그 마음을 앞에 두고 시는 이렇게 간절해진다.
지겹도록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벗고 싶어요 (<코트룸> 20쪽)
자꾸 그렇게 자신을 잊으려 하지 말아요 (<기록기> 85쪽)
이 혹독한 세계를 살아가는 이에게 그래도 한 번 더 당근 밭을 걸어보자고, 흙물이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대화를 청하고 귀를 연 시가 있다. '내가 있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물결의 시작>120쪽)고 우리를 듣는 시가 곁에 있다.
그러니까 계속 걷자. 당근의 비밀을 함께 듣자. 펼쳐진 것과 펼쳐질 것들 사이에서, 물잔을 건네는 마음으로.
(시인의 말, 5쪽)- 편집 주간회의
"엄마 이은경이 눈물로 써내려간 흔적들"
이은경쌤은 누적조회수 3,000만 뷰를 기록한 교육전문가면서 수많은 자녀교육서와 학습서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특히 거의 실시간이라 할 정도로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옆집 언니 같은 친숙함으로 엄마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이은경쌤은 어떻게 아이들을 돌볼까?
고등학생과 중학생, 연년생 아들 둘의 양육자인 저자는 워킹맘으로서 또 느린 학습자인 자녀를 주된 돌봄인으로서 예민하고 불안하게 보낸 시간을 솔직하게 책에 담았다. 어떤 이론적인 지식이나 가르침 없이도 저자의 에피소드에 울다 웃다 보면 양육자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감히 <인간관계론>의 실전편이라 말하고 싶다.”
어디서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성공적인 비즈니스와 인간관계를 누리는 '인간관계 부자'들의 비결인 '아주 작은 대화의 기술'을 소개하는 책. 그들은 상황에 맞는 언어, 적절한 침묵, 공감 등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신뢰를 쌓는다. 저자는 이러한 기술들을 분석하여 힘들이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80가지 인간관계의 기술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출간된 이후 오랫동안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는데, 이론이 아닌 일상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구체적인 기술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성공과 행복한 삶은 인간관계의 질에 달려 있으므로, 이 책의 기술들을 하나씩 익혀 대화의 고수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현대 사회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지적하며, 그 이유로 단순한 "미소 짓기", "칭찬하기" 등의 조언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저자는 현대 각 분야의 성공한 인물들을 분석하여 그들의 대화 기술과 비결을 파헤쳤다. 이 책에는 데일 카네기의 철학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80가지 구체적인 소통 기술들이 정리되어 있다. 평범했던 당신의 인간관계가 변화하길 원한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80가지 기술을 하나하나 익혀보길 바란다. 래리 킹, 강원국, 김범준이 강력 추천했다.- 편집 주간회의
"나를 펼쳐주세요"
나를 펼쳐주세요 나는 줄줄 흐르고 싶어요 강이 될래요 바다가 될래요 마그마가 될래요....
<독서 유예> 24쪽
2020년 <침착하게 사랑하기> 외 4편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차도하의 첫 시집.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신에게 손을 붙잡혀 강변을 걷는 화자가 맡은 물비린내로 시작되어 마지막 행의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마무리된다. '기성 시인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한 개성의 충만함이 눈부셨다'는 평처럼 이 시의 비범함을 감각한 많은 이가 그의 첫 시집을 기다렸다. 그때 독자의 '미래의 손'엔 이 시집이 쥐어진 듯도 했다.
산문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2021)에 시인은 이렇게 썼다.
죽은 사람의 글은 더 꼼꼼하게 읽힌다. 특히 그의 일생과 관련하여.
내가 죽어도, 내가 살아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내 글을 대충 읽어주면 좋겠다. 다음 작업을 기대해주면 좋겠다. (17쪽)
'천국은 외국이다.' (<입국 심사>)로 열린 시집은 '그것은 이미 내가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그러나 풍경은 아름답다>)로 닫힌다. 시인이 남긴 62편의 시를 강성은, 신해욱, 김승일 시인이 책임편집을 맡아 적절한 자리에 놓았고 남지은 시인이 편집해 봄날의 시집으로 출간했다. 닫힌 시집의 판권을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우정으로 이 시집의 손을 쥔 이들과 함께 그의 다음 작업을 기대하게 되는 까닭이다. '내가 죽고 나서도 나는 돌을 던질 것이다.'(<돌 던지기> 부분)라고 적은 시인의 옆에 서서 그의 시를 사랑한 이들도 돌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신비한 녹나무 두 번째 이야기”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비한 녹나무가 있는 월향신사. 신사의 관리인이자 녹나무의 파수꾼 나오이 레이토는 낮에는 경내를 청소하고, 기념이 있는 밤이 되면 소원을 빌기 위해 녹나무를 찾는 사람들을 안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신사를 찾아온 여고생이 자신들이 만든 시집을 대신 팔아 달라고 부탁하고, 며칠 뒤에는 녹나무에서 기념 하던 손님이 쓰러져 종무소를 급히 비우게 되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며칠 뒤 월향신사에 형사가 느닷없이 찾아오면서 절도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서로 전혀 관계없을 것 같던 일들이 녹나무와 레이토를 분기점으로 삼아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2020년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녹나무의 파수꾼>의 속편이 4년 만에 한국과 일본에 동시 출간되었다. 전편에서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절도범이 된 레이토가 월향신사 관리인이자 녹나무 파수꾼으로 일하며 녹나무의 신비한 기념 의식에 관해 알게 되고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다뤘다면, <녹나무의 여신>은 레이토가 여러 사건에 휘말려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기적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내년으로 데뷔 40주년, 집필한 작품이 이미 100편이 넘는 작가의 꾸준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는다.- 편집 주간회의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신작 단편집"
8세기 중국 당나라. 위박(魏博) 절도사 아래의 한 장수에게 비구니가 찾아와 하나뿐인 딸을 내어달라 요청했다. “그대가 선선히 주지 않으면 내가 허락 없이 데려갈 거야.” 분노한 장수가 검을 뽑았지만, 비구니는 장수의 수염을 벤 채 홀연히 사라졌고, 그날 밤 경비병이 삼엄하게 지키는 저택에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딸을 데려갔다. 비구니는 장수의 딸에게 ‘은랑(隱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객으로 훈련시켰다. 그리고 6년 뒤, 은랑은 암살자 수업의 마지막 시험을 위해 어느 절도사의 저택에 숨어든다. 하지만 저택에서 만난 절도사의 말은 은랑의 결심을 흔들고, 결국 은랑은 그를 지키기 위해 스승의 뜻을 어기고 사매들을 향해 검을 든다. 그리고 그 싸움은 너비와 길이와 높이로 이루어진 공간 위의 또 다른 공간에서 펼쳐진다.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신작 단편집. 당대 전기소설 <섭은랑전>을 모티프로 한 표제작 외에도 총기 난사로 사망한 소녀의 디지털 복원과 그 피해 가족에게 가해지는 익명성에 기댄 인터넷 트롤링을 다룬 <추모와 기도>, 가상현실을 통한 전쟁 난민 체험의 상품화와 플랫폼의 권력화 등 첨단 기술이 현대 사회에 끼칠 우려를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다룬 <비잔티움 엠퍼시움> 등 작가의 놀라운 필력과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예리한 시선, 그리고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선보이는 기상천외한 상상력까지 가득 담은 신작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좋은 이야기는 빈집을, 울타리 없는 정원을, 바닷가의 인적 업는 모래톱을 닮아야 한다는 작가는 독자가 이야기 속에 눌러 살며 구석구석 탐험하고, 가구를 자기 입맛에 맞게 다시 배치하고, 자기 내면세계의 밑그림으로 온 벽을 뒤덮고, 이로써 이야기를 자신의 집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들 가운데 자신의 집으로 삼을 이야기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편집 주간회의
"여름, 장르소설, 조예은"
지구 온난화와 함께 올해도 이르게 여름이 찾아왔다. 올 여름은 더 덥고 더 많은 비가 올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대로라면 이번 여름도 한철을 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이를테면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의 작가 조예은의 신작 장르소설.
선형의 외삼촌이 산에 묻힌 백골로 발견되었다. '누군가 발라 먹기라도 한 듯 적나라하게 드러난 갈비뼈와 두개골, 이빨 몇 개'(27쪽)가 삼촌이 남기고 간 육체의 전부다. 불가사리며 아나콘다 같은,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늘 보고 보던 삼촌 민영은 선형에게 동대문구의 수족관 골목의 낡은 건물을 상속했다. 가족은 재개발 이슈가 있는 지금 건물을 팔아야 한다고 선형을 닦달하고, 건물을 정리하기 위해 찾은 삼촌의 수족관에서 선형은 잊을 수 없는 목소리를 내는 인어 피니를 발견했다.
얼기설기 좁게 뚫린 청계천 골목의 습기와 혀가 잘린 인어가 내는 허밍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독보적인 분위기가 있는 소설이다. 소설이 묘사하는 대로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의 OST를 틀어둔 방에서 조예은이라는 분위기에 접속하면 '지나간 계절의 습기와 무산된 꿈의 일부를 담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물기가 번질 것 같다. '괴물 좋아하세요?'라는 조예은의 크리처물 애호 에세이가 실린 '터닝북'도 애독 포인트. 한겨레출판의 장르문학선 턴 시리즈의 출발점을 찍는 작품이다.- 편집 주간회의
"뇌과학으로 보는 '읽기란 무엇인가'"
복잡한 무언가에 관한 정의(definition)는 '~아님'의 집합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자아에 관한 정의를 내릴 때, 개개 인간의 모든 면모는 스펙트럼 상에 있는데 어떻게 한 점을 콕 집어 '나는 이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절대 되거나 할 수 없는 범위의 여집합으로서만 정의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그것도 대체로 쉽진 않긴 하지만. 이는 '읽기'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읽지만(그것이 책이 아니더라도) 모두의 읽기 방식은 제각기 다르며 자신의 읽기에 대해 단정 지어 말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동시에 같은 글을 '읽었다'라고 말할 때, 사실은 완전히 다른 개념의 활동을 했는지도 모른다.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책에서 말하듯 읽기의 핵심 요소는 '인식'과 '이해'인데, 이 둘의 비율에 따라 읽기 개념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눈으로 읽었으나 단 한 문장의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의미에 대한 이해가 없으나 내용을 모조리 외운 경우, 교정, 교열을 보느라 문체에 대한 판단은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 스토리라인에 집중하느라 소소한 세부사항이 모두 잘못 표기된 사실은 눈치채지도 못하는 경우... 우리는 이 모든 경우에 '읽는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니 역사상 읽기가 무엇인지가 정확히 정의된 적은 없었고, 이 책은 '이것도 읽기인가?' 물음표를 붙이게 되는 사례들을 가져와 읽기와 읽기 아님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읽기를 설명해보려 한다.
그 사례들은 이런 것이다. 난독증 당사자들의 읽기, 왼쪽 눈으로 왼쪽 페이지를, 오른쪽 눈으로 오른쪽 페이지를 읽는 서번트 증후군 당사자의 읽기, 뇌 손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읽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읽기, 글자에서 색이나 맛을 느끼는 공감각자의 읽기... 이 읽기의 경험들을 하나하나 깊게 탐구하며 저자는 읽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우리가 '읽는다'라고 인식할 때, 그것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가. '읽기 아님'이라 느끼는 것, 그것은 진짜인가?
문해력의 위기인 동시에 문해력 교육에 대한 수요가 치솟는 이 시대에, 읽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위기(혹은 위기 아님)의 근원을 살피는 일일 것이다. 읽기는 정말로 우리에게서 떠나고 있는가, 읽기가 떠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가, 읽기에 관해 가장 주요하고 긴박한 최근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내용이 반드시 사유의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편집 주간회의
"차별과 차별 너머"
뉴스레터 '오터레터'의 독자들은 이미 매력을 알고 있겠지만 발행인 박상현의 글은 좀 독특하다. 그는 주로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미국의 기사들을 번역하여 소개하는데, 조금 더 나은 이해를 위해 문화적 배경 설명과 그 자신의 견해까지 덧붙여 풍성한 내용을 전한다. 차분하고 산뜻한 문체까지 더해져 오터레터는 내용의 질과 가독성을 모두 붙잡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차별과 편견에 관한, 그리고 차별을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차별은 구조적이지만 개인의 삶에서는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의 형태로 발현된다. 책은 인종, 젠더, 장애 등의 차별에 관한 현실을 주로 실존 인물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결말이 짐작 가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문제의 핵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며 넓은 눈으로 사회를 보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에 관한 글과 증언은 도처에 널려있고 그것들은 제각기 의미를 가지지만 그 중요한 메시지를 독자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읽게 만들지는 전적으로 메신저의 능력에 달렸다. 의미에 이르는 길에 재미를 녹일 수 있는 능력은 흔치 않다. 차별을 주제로 희망을 말하는 일은 더욱 귀하다. 이 모든 미덕을 갖춘 책이다.- 편집 주간회의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오늘 날씨 좀 알려줘", "오늘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오겠습니다. 강수 확률 70%." 날씨 확인을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 출근 준비를 마치고 자동차에 오르자마자 핸드폰이 자동 연동되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목적지는 '서소문', 도착 직전 끼어드는 오토바이에 자동차가 스스로 멈춰 사고를 면한다. 업무 폭주에 오늘도 은행 업무는 금융 AI 봇을 통해 처리한다. AI 비서, 자율 주행 자동차, 화상 진료, AI 금융 서비스, 실시간 통역 등 우리는 이미 AI 시대에 살고 있다. 2022년 말 챗GPT가 불러온 뜨거운 논쟁과 담론, 'AI'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성균관대 최재붕 부총장이 <포노 사피엔스>이후 5년 만의 역작 <AI 사피엔스>로 돌아왔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진화한 포노 사피엔스가 AI라는 신무기를 장착하고 새로운 신문명을 만들고 있는 과정을 세세하게 포착했다. 'AI가 나와 무슨 상관이지'하고 생각하는 95%의 사람들에게 AI 시대를 대비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일상의 변화부터 산업의 진화, 미래의 업종과 투자 방향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해소하고, 변화에 대한 기대와 확신을 주며 용기와 의욕을 불어넣는다. 권오현, 김상균, 박용후, 하정우가 적극 추천했다.- 편집 주간회의
"AI 챗봇은 일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IT혁명은 '일'의 방식과 종류를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9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인터넷 확산, 모바일 혁명, 소셜미디어 등장,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확산, 그리고 AI(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은 지속적으로 일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직종의 소멸과 출현이 동시에 일어났으며, 새로운 형태의 근무가 일상화되었다. 그리고 2022년 말 챗GPT의 등장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또 한 번 '일'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2025년, 챗봇 네이티브 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최고급 코스 <챗봇 2025>가 출간되었다. 2025년은 AI 챗봇이 본격적으로 우리 삶에 들어오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발맞춰 김덕진 소장과 서승완 대표가 2025 AI 챗봇 트렌드를 소개한다. 이 책은 일상 및 비즈니스에서 활용 가능한 60개 맞춤형 AI 챗봇의 활용법, 제작법을 상세히 설명하며, 일반인을 위한 범용 챗봇부터 기획자, 크리에이터, 마케터 등 특정 직군을 위한 맞춤형 챗봇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AI 챗봇 시대를 미리 준비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챗봇을 활용하거나 직접 제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AI 챗봇이 무엇이고 우리 일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것인지, 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박정호 교수, 김상균 교수가 강력 추천했다.- 편집 주간회의
"제169회 나오키상 수상작"
정월 그믐날의 눈 내리는 저녁, 에도의 변두리 마을,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무가의 소년 기쿠노스케는 아버지의 원수 앞에 섰다. 낭랑한 목소리로 신분을 밝히고 복수를 천명하는 소년. 길 가던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자 도망칠 수 없었던 도박꾼 사쿠베에는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든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흰 눈만이 조용히 내려 쌓이는 찰나, 두 사람은 칼을 부딪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번의 칼부림 끝에 소년의 칼이 흰옷을 붉게 물들인다. 원수는 쓰러지고, 소년은 쓰러진 원수의 위에 올라타고 숨통을 끊는다. 그리고 일어선 소년의 손에는 원수의 머리가 들려있다. “아버지의 원수, 사쿠베에를 해치웠노라.” 소년은 원수의 잘린 목을 들고 어둠 속으로 달려갔고, 내리는 눈이 조용히 빨간 핏자국을 지웠다. 항간에서는 이를 ‘고비키초의 복수’라 불렀다.
책은 그로부터 2년 뒤, 한 남자가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다며 고비키초의 극장을 찾으며 시작된다. 남자는 당시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 자초지종을 묻는다. 극장의 바람잡이, 무술감독, 배우, 소도구 담당자와 그의 부인, 각본가 등 다섯 명의 극장 사람들에게 복수의 목격담을 듣는 동안 사건을 파헤치는 남자는 오로지 청자로만 등장한다. 그리고 청자에 이입하여 생생한 목격담을 듣는 동안 독자는 미스터리에 빠진다. 모든게 자명해 보이는 이 사건에 어떤 숨겨진 실체가 있는 것일까. 종막에 이르러 등장하는 또 한명의 화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등장하는 화자마다 말투를 달리하며 생생하게 들려주는 에도 극장가의 이야기는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한층 더 이입하게 만든다. 이 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아쉬운, 다른 작품이 어서 번역되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책.- 편집 주간회의
"극단주의는 민주주의의 가면을 쓰고 온다"
전 세계의 민주주의가 퇴행 중이라는 데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극단주의의 광풍 앞에 당황스러운 지금, 여태 최선의 체제로 여겨져온 민주주의를 되돌아 찬찬히 살펴보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민주주의의 붕괴를 경고했던 베스트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이번 책에선 민주주의의 커다란 구멍을 고발한다.
책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으로 열린다. 이 사건이 단지 일부 열혈 지지자들의 소동일 뿐이었다면 '미국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표현까진 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엔 전직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고 공화당의 주류 정치인까지 선거에 불복했다. 책은 이렇게 정리한다. 주류 정치권이 극단주의 세력과 동맹을 맺을 때 극단주의는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고.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진정한 붕괴는 민주주의의 중심에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의 윤리적 누수, 자발적 균열에 의해 발생한다. 저자들은 이들을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로 부르며 민주주의 붕괴의 요인으로 꼽는다.
극단주의자들과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은 민주주의의 낡은 체제를 이용한다. 합법의 틀 내에서 이들은 폭력이나 억지 없이 슬며시 다수를 누르고 극소수 자신들의 이권을 관철할 방법을 찾아낸다. 저자들은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적 장치들이 실제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뜯어보기를 요청한다. 극단주의자들의 입맛대로 세상이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명확히 지적하는 책이다.- 편집 주간회의
"충격적인 결말, 지독한 딜레마"
중학생 시절 자신의 과외선생이자 동경했던 대상이었던 마카베와 재회한 기세는, 그가 결혼을 앞두고 협박 편지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기 주저하는 마카베를 대신해 기세는 탐정 사무소에 찾아가고, 그곳에서 중학교 시절 선배이자 사촌 형이 얽혀있던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해준 기타미를 만난다. 과거 기타미의 실력을 확인한 바 있었던 기세는 기타미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하고, 조사가 진행될수록 숨겨져있던 사실들이 드러난다. 의대생이었던 마카베는 왜 학교를 그만두었나? 마카베의 결혼을 방해하는 협박범의 정체는 누구인가? 의문이 하나둘 풀려가고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 간다고 생각될 때쯤, 소름 돋는 결말과 지독한 딜레마가 독자의 눈앞에 들이닥친다.
변호사 출신이자 호러와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오리가미 교야가 미스터리 장르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도전한 작품. 2021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큰 화제를 모았고, 2024년에는 문고본으로 출간돼 역주행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법조인 집안 출신으로 그 자신도 법대생으로서 남다른 타인을 신뢰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기세와 탐정으로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모든 것을 의심하는 기타미, 독자는 상반되는 개성을 가진 두 사람을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에 자신도 모르게 작가가 쳐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디 이 책의 결말은 미리 읽지 않기를 당부한다.- 편집 주간회의
"'정치적 올바름'이 문제라고?"
시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세상 보는 눈이 그리 어둡지 않은 피억압자들은 삶의 어느 지점에서 세상의 부조리와 불균형을 깨닫는 때를 맞이한다. 세계가 그 자체로 완전하고 아름답다고 믿는 시절이 끝나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오직 두 갈래 길뿐이다. 이 세계의 부조리함을 항변하거나 그저 어쩔 수 없다 참으며 사는 것. 항변하는 이들에게, 아직 깨닫지 못했거나 억압자로서의 권능을 유지하고 싶은 이들은 돌을 던진다. 그 돌이란 주로 이런 말들을 시작으로 하는 여러 종류의 폭력들이다. "지나치게 의미 부여하지마라." "피해 망상 아니냐." "과도한 피씨주의가 문제다." 그럼 참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피억압자의 인내는 어차피 억압자를 위한 일방향적 평화일 뿐이다.
세계는 기울어져있고, 한번 깨달은 후엔 그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고, 피억압자에게 필요한 건 말 한마디로 윽박지르려는 억압자들에 맞서 더 나은 논쟁을 펼칠 능력이다. 이 책은 현재의 세계에 울려 퍼지는 비열하고 저열한 지배자의 언어에 맞서는 논리적이고 멋진 저항의 언어를 가득 담고 있다. 역차별 논란,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 표현의 자유 제한, 기후 위기의 책임 문제 등 억압자의 피해를 호소하는 이슈들에 대해 정제되고 날카로운 대답을 돌려준다. 철학 교수로서 저자는 깊은 사고에 풍요로운 사례들을 더하여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언어를 제공한다. 분노에서 출발하지만 감정에의 흔들림 없는 냉철한 글쓰기다. 또렷한 저항의 언어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풍성한 도움이 되어줄 책이다.- 편집 주간회의
"새로운 세계의 시작, 전민희가 돌아왔다!"
20여 년 전 '윈터러'로 시작된 '룬의 아이들'의 세계. '데모닉'의 마지막 권이 독자를 찾은지도 11년이 지났다. 국내에서 총 16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일본에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한국소설로 기록되는 등 아시아 전역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은 <룬의 아이들>, 그 새로운 세계의 시작점에 다시 전민희가 섰다.
실종된 오빠와 그에 얽힌 비밀. 공녀 샤를로트는 분투하고, '블러디드'라는 새로운 힘을 둘러싸고 이야기가 질주한다. 응원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을 묘사하는 올바름이 그들을 사랑하게 한다. "이 세상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데, 어느 한 세계의 이야기를 계속 잊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독자의 사랑 역시 이 이야기의 향해를 끌어나가는 중요한 한 축이었을 것이다. '블러디드'시리즈의 진행과 함께 2019년엔 새단장을 한 '윈터러', '데모닉'의 세계도 독자를 찾을 예정이다.- 편집 주간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