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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한 평론가는 이 소설을 'Minor Novel'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마이너'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채 200쪽이 되지 않는 이 소설의 사이즈를 뜻한다.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음악에서처럼 '단조'를 뜻한다. 슬프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담겼다는 뜻이다. <동급생>은 소박할 정도로 짧은, 슬픈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동급생>은 나치 치하의 유대인이 겪은 고난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이 소재는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강제수용소도 '수정의 밤'도 대학살도 보이지 않는다. 소설이 마무리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반유대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유대인 소년이 학교에서 겪는 갑작스러운 차별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그런데 단 한 명과의 진정한 우정을 제외하고는 급우들과의 관계에 관심이 없는 이 소년, 한스에게 그런 원색적인 비난은 애초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한 명과의 우정으로도 그는 충족된다. 슈투트가르트의 아름다운 날씨와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한스의 나머지 공간을 메꾼다. 인생에 단 한 번 있었던 커다란 우정만큼이나 소중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 속의 정경들.
만약 이 짧은 소설을 두 번 읽을 여유가 있다면 그렇게 해 보시길 바란다. 저 아름다운 세계가 한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소중한 우정과 함께 그에게서 사라져버린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 뒤 다시 첫 문장을 만나는 순간, <동급생>은 몇 배 더 슬픈 소설이 된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동급생>은 더욱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 된다. 한국의 많은 독자들은 나치와 유대인 간의 관계를 (영화나 소설이 아니라면) 간접적으로조차 경험해본 적이 없겠지만,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린 뒤 그 지나간 순간들을 더듬는 게 어떤 기분인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