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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첫 시집을 엮은 젊은 시인이 있다.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을 잠깐 뒤돌아보게 하는 것, 다만 반걸음이라도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 그것이 시일 것이라고 오래 생각했다."고 말하는 시인. 평론가 신형철은 이 시인의 시를 "슬픔을 증언하기 위해 인간의 말을 배운 천사의 문장으로 쓰인 시"라고 설명한다. 슬픔을 호명함으로써 슬픔을 그저 슬픔으로 머물러 있지 않도록 하는 시가 슬픈 이들의 편에 가만히 서 있다.
시는 눈물의 이미지를 정련한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는 사람의 모습.(<눈물의 중력> 中)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유빙> 中)는 인식. 그 사려 깊은 슬픔에 대한 태도로 '우비를 뒤집어쓰고 등을 돌린 채 직사의 물대포를 맞고 있는 사람'을, '해변에 맨발로 서있던 유가족'을 본다. 꾹꾹 눌러담은 과장되지 않은 슬픔을 읽는 사이 "오른쪽 눈에 눈물이 가득차고 기억이 주르륵 쏟아"지는 (<연인> 中)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슬퍼야 마땅한 별에서 지구만큼 슬플 줄 아는 시인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