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믿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믿지 않는 이를 비판하거나 믿게 만드는 일은 후순위에 놓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우선 자신의 평안과 평화 그리고 구원이 우선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비종교인을 향한 종교인의 폄훼는 끊이지 않으니, 그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실제와 얼마나 같고 다른지 분석해보면, 오해를 해소하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오늘날 종교가 어디로 향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도 전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작 <신 없는 사회>에서 미국과 북유럽의 종교와 사회를 비교하며 “종교성이 약해도 사람들의 걱정만큼 위험한 사회가 도래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던 필 주커먼. 이번 책에서는 왜 종교를 믿는 이들이 점차 줄어드는지에 주목하며, 종교를 믿지 않거나 종교로부터 멀어진 이들이 지향하는 삶과 사회의 가치가 종교에서 지향하는 삶과 사회의 가치와 얼마나 같고 다른지 살펴본다.
결과는 흥미롭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평등,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범죄율, 기대수명 등 현대 사회가 공유하는 보편 가치의 실현 비율이 높았다. 물론 이를 바탕으로 종교가 필요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종교 없는 삶을 의미 없는 삶이라 비난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터, 오랫동안 종교가 힘겹게 맡아온 역할을 이제는 서로가 나눠지며, 좀더 다채롭고 풍성한 삶과 사회를 만들어 갈 가능성으로 이해하는 게 옳겠다. 종교가 있든 없든,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은 이것에 가까울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