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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주의자에게 5년 만에 초대장이 도착했다. “이것은 최초의 여행에 관한 글이다. 여행은 편지와 함께 시작되었다”라는 문장과 함께 여행이 시작된다. 이 편지는 MJ로부터 온 것인데, 나와 MJ는 한때 같은 하숙집에 기거했던 사이로 만난지 오래되어 지금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다 해도 서로 알아보기 어려운 정도의 사이이다. 편지도, 여행도, 기억도, 속삭임도 모호한 채로 여행가방을 풀고 꾸리며 사실과 거짓과 추측이 혼재된 속삭임이 우묵한 기억의 정원으로 나를 소환한다. '모호한 정원과도 같은 그 날을, 그 기억의 우묵한 장소를' (49쪽) 스케치한다.
나는 이 세상을 알고 싶지 않은 만큼이나 나를 알고 싶지 않다. (18쪽)
개념을 반복하고 진술을 부정하며 이야기는 에코처럼 퍼진다. 장르를 분류하는 것이 의미없을 문장들이 무젖듯 다가오는 것은 이 소설의 화자가, 다시말해 배수아주의자들이 꼭 그러한 방식으로, '꼬리를 문 뱀'처럼 출구와 입구를 구분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도서 상품페이지에서 접속할 수 있는 배수아의 낭독 영상을 함께 재생해보길 권한다. 고조되고 풀어지는 작가의 음성과 함께 새가 속삭이고 풍경이 바람에 스친다. 이 영상이 재생되는 10분 12초 동안 청자는 배수아라는 세계의 여행자가 되고 마침내 이 분위기의 일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