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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디어 헌터', 'X 파일', '슈렉', '프렌즈'의 공통점은?" 영퀴(영화퀴즈)에 도통한 사람이라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정답은 위에 나열한 작품을 쓴 사람들 모두가 '로버트 맥기'의 제자라는 것. 「뉴욕 타임스」가 '헐리우드에서 맥기의 세미나 수업을 받지 않은 유명 인사는 스필버그 밖에 없다'라고 단언할 정도로, 이 사람의 시나리오 강의는 명성이 드높다.
미국의 주요 영화학교에서 이 책이 교재로 쓰인다는 사실을 구태여 덧붙이지 않아도 될만큼, 책의 내용과 구성이 썩 훌륭하다. 지은이는 멋진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지름길을 일러주지 않는다. 오히려 시나리오를 쓰는 게, 어째서 소설을 쓰는 것보다 쉽고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느냐고 반문한다.
서문을 통해 이 책은 정말 훌륭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것이라고 선언한 뒤, 현대 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문장을 잘 쓰는 재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것은 작가의 성숙도와 통찰력, 인간의 본모습에 대한 지식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고 하루아침에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말 것. 'OO, 며칠만에 따라잡기' 류의 책이 절대 아니다. 시나리오의 첫 대사부터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작가의 기본소양 자체를 길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두께도 두께지만 책에 실려 있는 내용 자체가 매우 풍부하며, 하나하나의 문장에 담긴 의미의 층위도 깊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1997년에 쓰여진 책이니만큼 예시로 등장하는 영화들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제목이라는 점도, 이 책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커다란 미덕이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똑같은 대상을 대하더라도 과정을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더 깊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영화 관련서적은 실용성에 치우치거나 생경한 이론과 딱딱한 문장으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수월하게 읽히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로빈 우드의 명저 <베트남에서 레이건까지>처럼 지은이의 문장 자체가 썩 훌륭해서, 즐겁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 박하영(200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