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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 제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강요도, 당위도 아닌 부드러운 바람이다.
"글쓰기 수업"이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이 책은 글쓰기 테크닉을 알려주진 않는다. 그보단 저자 홍승은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글쓰기를 시작한 뒤 그것이 삶을 어떻게 치유했는지,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이 글쓰기를 하며 어떤 변화를 마주했는지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삶을 쓰다듬고 스스로를 용서한다. 그 거대한 변화를 직접 겪고, 또 보아온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살며시 바라보는 것이다. 당신도 글을 써보면 좋겠다고.
내 아픔을 깊숙이 들여다본 사람은 남의 고통에도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나를 돌보는 글쓰기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글 쓰는 자의 태도에까지 나아간다.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착취하지 않고, 약자와 자신을 편리하게 동일시하지 않는 글쓰기를 저자는 계속해서 시도한다. 의도치 않은 폭력을 저지를세라 유리 위를 살금살금 걷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당신이 쓰게 될 글도 그런 무해한 힘을 가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