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혼불문학상의 2024년 수상작. <언제나 다정 죽집>으로 어린이문학상인 2024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한 소설가 우신영이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혼불문학상도 동시에 수상했다. 인천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송도에 산 적이 있는 작가는 이 도시의 인공적인 특성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구상했다. 바다를 메워 만든 도시엔 필라테스 센터가 편의점보다 많고, 이 국제 도시에서 도시의 표준으로 살아가는 인물 수미가 있다. 발레 전공자로 지금은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미모의 40대 여성으로 남편은 내과의이고 아들 둘은 시터가 기른다. 그는 보여지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의 남편인 석진의 내과에 면도칼을 삼킨 남동공단의 노동자 유화가 방문하게 되어 사건이 시작된다.
필라테스 학원, 병원, 헬스장, 소래포구, 덕적도 등을 오가며 소설이 욕망의 조감도를 그린다. 세태소설로서의 구체성이 현재적인 유행으로 선명해진다. 그릭요거트와 마라탕후루, 크라이오테라피(급랭 환경에 신체를 노출해 3분 만에 800Kcal를 소모한다는 기기)와 냉동 작업장인 식품 공장의 한기 사이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으나, 이 두 구간을 오가는 사람들의 삶은 생각보다 분리되어 있지 않다. 누군가가 물자국 없이 닦아냈을 통창 빌딩숲을 바삐 오가며 기어코 살아남고 싶은 사람들의 속내를 칼날로 베어 접시 위에 담아둔 듯 서늘한 소설이다. 칼을 쥐고 회를 치는 자의 입장에 이입하든, 도마 위에 올라 베이는 자의 입장에 이입하든 우리는 모두 도시의 부속품 중 하나일 뿐이다. 이 도시에서 그저 살아남고 싶었을 뿐인 치들의 민낯이 칼날에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