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금요일, 더블린은 화창했다. 오후 2시 27분. 카헐은 평소처럼 사무실에 앉아 있다. 하지만 그날의 공기는 이상하게 기울어 있다. 누군가는 안부를 묻고, 누군가는 퇴근을 종용한다. 집에 돌아온 그는 고양이 밥을 주고 샤워를 하고, 데운 저녁을 삼키며 떠올린다. 그를 떠난 여자.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과의 싸움, 뒤바뀐 마음, 감정의 균열. 소설은 겉보기엔 평범한 하루를 따라가지만, 그 안에 도사린 후회와 분노, 미묘한 긴장이 독자를 끌어당긴다. 차가운 문장과 고요한 서사 속에서 서서히 부상하는 내면의 균열은, 키건 특유의 서늘한 스타일로 압축돼 있다.
클레어 키건이 25년의 시차를 두고 완성한 세 편의 단편을 묶은 신작 소설집. <맡겨진 소녀>,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국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키건은 이번 작품에서 ‘따스함’을 걷어낸 차가운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작가는 일상 속 여성혐오, 불균형한 권력 구조, 남성성의 계보가 어떻게 일상화되는지를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파헤친다. 프랑스판 제목이 ‘Misogyny(여성혐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여성과 남성, 관계와 침묵, 혐오의 유산을 추적하는 섬세한 기록이다. 겉으로 보기에 고요하지만 손대는 순간 살점을 베어 먹는, 극한의 추위에 차갑게 얼어붙은 쇳덩이 같은 소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카헐은 마음 한구석으로 아버지가 다른 남자였다면,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았다면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
15%가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유태인들의 교육법에는 특별한 철학이 담겨 있다. "오늘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니?"가 아니라 "오늘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묻는 것이다.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힘, 그것이야말로 사고의 근육을 단련하고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는 진짜 배움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일까? 지금 우리는 AI가 빠른 속도로 일상을 점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우리의 선택과 사고를 대신하려 든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능력, 바로 '질문하는 힘'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 우리가 먼저 사고의 방향을 설계하고 질문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 AI가 우리를 압도하기 전에.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는 국내 1호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가 10년 만에 펴낸 신작으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적 역할을 성찰한다. 저자는 성과와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가 질문하는 힘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AI는 인간의 사고를 비추는 거울이며, 동시에 인간의 사고를 대신할 수 있는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질문을 멈춘 순간, 인간은 주체가 아닌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질문이 사고의 씨앗이자 창조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AI 시대에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키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확한 답을 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책은 질문을 통해 나를 단련하고,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며, AI와 공존하는 미래를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단단한 철학서다. AI 시대의 흐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흐름을 이끌어갈 것인가. 지금, 우리 모두가 반드시 던져야 할 마지막 '질문'이다.
- 자기계발 MD 김진해
추천의 글
"'질문'이 사고의 근육이고 성장의 방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만이 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 김범준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정답보다 질문, 지식보다 태도. 이 책은 그 전환점을 정확히 짚어준다. 읽고 나면, 익숙했던 생각이 낯설어지고 새로운 상상이 시작된다."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굳어진 낡은 세계관을 부수고 AI 혁명시대에 걸맞은 신 세계관을 세우고자 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최재붕 (<AI 사피엔스> 저자)
핸드폰이 망가져 급전이 필요한 장시루. 민속학을 공부하는 엄마의 잡다한 짐 속에서 우연히 저주 스티커를 만들 수 있는 책과 칠보 볼펜을 발견한다. "스티커로 저주를 거는 방법"이라 첫장에 쓰여 있는 그 책에는 저주 강도에 따라 정교함이 다른 그림들이 빼곡히 있었다. 부적도 짚 인형도 아닌 이런 그림으로 저주를 내릴 수 있다니? 시루는 다크웹에서 저주를 팔아 소소한 돈을 벌기 시작한다. 각양각색의 저주 문의가 쇄도한다. '전교 1등 답안지 밀리게 해주세요.' 라거나 '직장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큰 실수하게 해주세요.' 같은 것들. 하지만 시루가 다니는 같은 학교 선생님을 저주하는 문의에 멈칫하게 된다. 설상가상 시루가 판매한 저주 스티커를 떼어버리는 옆 반 소우주의 등장까지. 그저 용돈벌이로 시작했던 저주 스티커 판매는 부작용으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곳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비스킷>으로 수많은 청소년 소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 김선미가 선보이는 새로운 이야기. 우리에게 익숙한 무속, 그중에서도 저주라는 소재로 독자들의 관심을 돋우고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자연재해까지 고민하게 해주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저주가 쌓이면 자연재해가 온다.'라는 소우주의 말은 지진, 기후변화 같은 손 쓸 수 없는 재해를 한 번 비튼다. 이런 천재지변이 어쩌면 인간들이 쉽게 품는 나쁜 마음 때문이라면?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아주 악랄해서 접착성이 강한 스티커처럼 흔적이 남는다. 그 미움과 끈적임도 책임질 힘이` 있다면 오히려 그 힘으로 나와 내 주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김선미 작가가 바라는 세계가 아마 그런 곳인가 보다.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부딪쳐야지. 부딪쳐도 깨지지 않도록 널 단단하게 만들어야지. 지금은 이 아이가 입김만 불어도 날아가게 생겼잖아. 네가 널 지켜 줘. 땅에 딛고 선 두 다리에 힘주고 눈에도, 가슴에도, 손가락에도 힘을 빡 주고 계속 널 지켜 내는 거야. 널 욕하고, 때리고, 힘들게 하는 아이들에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거야." p.204
""여백(margin)에 있는 것들"이란 의미에서 파생된 마지네일리아는 책의 여백에 남기는 표식, 주석, 메모, 삽화, 분류할 수 없는 반응의 흔적들을 총칭한다." 김지승은 서문에서 마지네일리아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여성적 읽기와 마지네일리아의 필연적 얽힘에 대해 말한다. "여성(이면서 동시에) 독자"인 이는 이중 억압의 모순 속에서 텍스트를 읽어 나가기에, 독후 감상이 한 결로 정돈될 수 없다. 텍스트에 순응하고 저항한 흔적은 마지네일리아로 남으며, 유무형의 마지네일리아는 시공간을 넘어 저자와의 연결을 가능케 한다.
김지승은 이 책에서 자신의 마지네일리아를 풀어낸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테레사 학경 차,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다와다 요코, 찬쉐.... 여성 작가들을 읽으며 그는 책 속의 텍스트와 자신의 삶 속 이야기를 엮는다. 시적인 문장 덕분일까, 텍스트와 그의 현실 사이엔 문턱이 없다. 두 개의 세계 사이를 문장들은 조금의 덜컹거림도 없이 자유롭게 횡단한다. 텍스트와 삶은 서로를 침투하고, 서로를 다시 해석해 내면서 정해두지 않은 결론과 목적으로 나아간다.
한 여성의 삶에 다른 여성들의 삶이 중첩되는 풍경이 만들어내는 왠지 모를 고통과 파리한 아름다움, 현실의 이야기를 곱씹고 재해석해 내는 글이 가지는 고요한 힘이 이 책엔 있다. 여성 독자라면 아껴가며 읽을 원고와 그런 원고의 감각을 최대한으로 살려내는 편집이 어우러진 에세이. 결국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엔 나의 마지네일리아를 되짚어보게 되는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