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창궐로 집에만 있게 된 소년 클레이. 일상이 지루해져 못 견디는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클레이 앞에 길 잃은 '산아래 왕국'의 요정 개 '엘피노어'가 나타난다.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엘피노어는 클레이 집에 머무르며 인간과 공존하는 삶을 서서히 체득하고,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잡는다.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엘피노어는 클레이를 숲속 마법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올빼미 머리를 가진 '에이모스'를 만나고, 셋은 함께 신나는 모험에 뛰어든다.
제목으로 내용을 짐작하기 쉽지 않은 이 책은, 일단 첫 장을 넘기기만 하면 단숨에 빠져들게 된다. 푸른 거인, 소원을 이루어 주는 호수의 공작, 올빼미 머리 사람들, 죽음의 기수, 시간과 그림자의 강을 지키는 정령, '산아래 왕국'의 사람들 외 미지 세계의 다양한 존재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환상의 모험 속으로 이끈다. 서로 다른 존재인 클레이와 엘피노어, 에이모스가 끈끈한 우정으로 연대하는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험 이야기만큼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짜릿한 즐거움과 뭉클한 감동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린이 MD 송진경
한강 작가는 2016년 부커상을 수상한 후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흰>의 한강, 2022년 <저주토끼>의 정보라, 2023년 <고래>의 천명관, 2024년 <철도원 삼대>의 황석영이 부커상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다음 장을 기대케 했다. 바로 그 정보라의 두 번째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가 <그녀를 만나다>(2021)에서 옷을 갈아입고 개정 출간되었다. 안톤 허의 번역으로 영문판이 소개되어 2024년 미국 타임지의 '2024 올해의 책’으로 선정, 2025년 1월 '필립 K. 딕 상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한 작품이다.
표제작 <너의 유토피아>의 의료용 휴머노이드 314와 스마트카는 세계의 상실을 애도하며 나아간다. <그녀를 만나다>의 120세가 내일모레인 할머니 주인공은 한 마디에 백 마디로 대꾸하는 할머니 특유의 장광설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은 청년을, 크레인이 무너져 깔린 사람을, 광고판을 고치다 지하철에 치어 죽은 사람을, 배가 가라앉고 독극물을 뿜어내고 치고 떨어트리고 밀어내는 장비, 기계, 생산설비, 공장, 작업장, 일터에서 죽고 또 죽은 사람들을, (241쪽) 차별하지 않았으면 살아있었을 그녀를, 지치지 않고 기억하고 애도한다. 웃고 기억하고 행진하는 사람들처럼 이야기는 뚜벅뚜벅 전진한다.
'공포스럽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운명을 다룬다'고 타임지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정보라 소설이 묘사하는 그 많은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의 연쇄에도, <영생불사연구소> 같은 한국적인 회사 (1912년에 '일제가 망해도 우리만은 영생불사'라는 일말의 진실에도 불구하고 어쩔수 없이 유치찬란해보이는 캐치프레이즈로 설립된 회사)의 서늘한 우스꽝스러움에도 한국인들은 일가견이 있다. 정보라의 소설을 그 누구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 환멸스럽고 소중한 이 세계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같은 언어권 사용자에게 이 책을 특히 힘주어 소개하고 싶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희망은 그러니까,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거야. 우주는 무한히 넓고 크지만, 그 안의 모든 공간, 모든 행성과 혹성, 위성을 지배하는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도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을 거야. 우리는 그 목적을 이루기만 하면 되는 거야."
동그랗고 뽀얀 달이 하늘에서 인간들은 내려다본다. 사람들은 달에게 소원을 빈다. 자신을 보살펴주리라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달에게 기도를 들어줄 신비한 힘 따위는 없다. 무책임하게 소원을 빌기만 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들에게 환멸만 느낀다. 긴 시간이 지나 인간들의 기도 소리가 잦아들 때쯤, 달은 땅에 떨어진다. 인간이 거의 사라진 땅에서 만난 엄마를 잃은 아이와 늑대 카나. 카나와 달은 아이를 포식자 멧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함께 한다. 왜 아이를 돌봐야 하냐는 문장엔 물음표가 붙지 않는다. 그 편이 오히려 달이 차고 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니.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하고 <팥빙수의 전설>, <이파라파 냐무냐무> 등 베스트셀러 그림책의 작가 이지은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청소년 소설 <울지 않는 달>. 작가는 자신의 그림책을 읽고 자란 청소년들과 어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자 이 작품을 썼다. 소중한 존재를 위해 기꺼이 손길과 숨결을 나누는 삶의 진정한 모습과 사랑을 그려내며, 방황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마음이 깊이 담겨 있다.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난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왜 세상의 답은 네가 다 아는 것 같지? 넌 고작 십수 년 산 늙은 늑대일 뿐인데." "십수 년이라도 나한텐 일생이야. 넌 일생을 살아 보지 못했잖아." p.153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소개하며 10만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뉴스레터 '아침 행복이 똑똑'이 알라딘 북펀드를 통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책에는 유물을 직접 수집, 보존하는 학예사와 박물관을 자주 찾는 관람객이 함께 고른, 각자의 사연들로 더욱 의미가 깊어진 100점의 유물 이야기가 펼쳐진다. 달항아리, 금동반가사유상, 나전 경대 등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로 만들어진 유명 유물부터 베개 밑 걱정인형을 떠올리게 하는 투박한 모양새의 신라시대 토우까지, 다양한 유물들을 가까이 살펴볼 수 있다.
옛 시대에 추구했던 미감과 가치관, 기술력의 결정체로서의 숭고한 유물 이미지에서 벗어나, 초등학생, 작가, 변호사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 간질간질한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손길과 눈길로 애정을 듬뿍 담은 무언가를 소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라면, 한 때 누군가의 애장품이었을 이 유물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들릴 것이다
- 예술 MD 권윤경
이 책의 한 문장
"향로를 볼 때마다, 제 몸보다도 큰 꽃을 짊어진 토끼들에게 눈길이 머물러요. 천 년이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쉬고 싶을 텐데, 힘든 내색도 없이 앉아 있네요. 씩씩하고 믿음직한 토끼 세마리."